한심한 군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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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흥의 옥천엿보기
  • 오한흥 ohhh@okinews.com
  • 승인 1999.09.22 00:00
  • 호수 4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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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도 앞두고 잘 좀 써주세요" 군의회 관계자의 말이다. 예로부터 명절을 전후해 오가는 인심을 감안하면 앞서 군의회 관계자의 말처럼 추석절과 기사내용의 함수관계를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군의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의원들이 문제의 본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명절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몇자 적지 않을 수 없다.

개원초기 필자가 쓴 '군의회 위상정립을 바란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칼럼내용에 대해 의원들도 모르는 내용증명을 의장 명의로 발송, 성의있는 답변이 없을 경우 법적 대응을 한다는 군의회 통보에 대해 답변은 커녕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판단한 본사가 이에대한 전말을 보도하자 의회에서 대충 얼버무린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엔 그래도 '처음이니까 그러려니'하는 동정 여론도 있었다.

이같은 불안감을 안고 출발한 군의회가 어느덧 개원 1주년도 넘기고 나아질 때도 됐건만 어찌된 일인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얼마전 군의회는 3대 군의회 개원후 처음으로 의정보고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군의회는 의회예산으로 충당한 밥값을 핑계로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고 특정주민만 불러모아 의정보고회를 해치워 버렸다.

면지역의 경우 1인당 식대를 5000원씩 계산해 100명분 50만원씩 지원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 정도면 군의회에서 추진한 이번 의정보고회는 '밥먹기 대회'로 간판을 바꿔 다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처음부터 예산에 맞춰 참석 인원을 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면지역에서 주민 100명이 참석한 행사라면 결코 작은 행사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행사는 처음부터 충분한 사전홍보를 통해 가능하면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 지방자치의 원리를 확인하는 장으로 삼았어야 했다. 주민들이 많이 모여 밥값이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나눠 먹어도 좋고, 밥값이 결국은 주민들의 세금임을 설명하고 '밥없는 행사로 가자'는 설득은 할 수 없었는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밥먹기 대회(?)에서 군의회가 자료라고 돌린 책자를 보면 의원들의 무감각과 무성의를 한 눈에 알 수가 있다. 전반적인 내용은 덮어 두더라도 이 책 26쪽 '사진으로 보는 의정활동'의 의원 선서장면 사진이 조작돼 있다. 향토사의 중요한 자료로 남게될 자료의 왜곡 자체도 문제지만 정작 큰 문제는 '이미 발간한 책자를 어떻게 하느냐'는 대다수 의원들의 무감각증이다.

'진실의 왜곡을 바로 볼 수 없는 의원들의 왜곡된 시각' 이것이 큰 문제인 것이다. 훗날 옥천을 이끌어갈 후세들이 오늘의 이같은 역사 조작을 어떻게 볼 것인가. 생각할 수록 한심한 일이다. 군의회의 이같은 무기력이나 무감각증은 의원들의 자질결여와 무소신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의정단상에서 걸핏하면 집행부를 향해 '군의회 경시 풍조' 운운하면서도 정작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집행부를 겨냥해 이런 말을 하기전에 군의회는 자신들의 극복의지를 먼저 점검해 보길 바란다. 의원들도 모르는 채 의장명의로 발송된 법적대응 통보는 무엇이며, 회람조차 하지 않은 의정보고용 책자 발간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러한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는 '제발 군의회를 경시하지 말라'는 하소연 따위는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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