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탐방] 만능전자-카스테레오 전문점
[상가탐방] 만능전자-카스테레오 전문점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1999.09.11 00:00
  • 호수 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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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돼 보이긴 하지만 아직도 웅장한 소리를 펑펑 토해낼 것 같은 낡은 스피커 두 개, 선반 위에 규칙 없이 진열된 여러 기종의 텔레비젼, 선풍기, 바닥에 흐트러진 전선들과 사용하지 못할 것 같은 가전제품들. 지금은 각 대기업의 서비스센터에 밀려 자취를 감춰버린 전파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만능전자'에 들어섰을 때 홍갑수(45)사장은 반 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뜯어 놓은 카스테레오를 수리하느라 잔뜩 웅크린 모습이었다.

홍 사장이 옥천읍 마암리에서 '만능전자'라는 간판을 걸고 가전제품을 수리한지는 이제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오래된 역사도 이유가 되겠지만 특히 홍 사장의 카스테레오 수리 실력은 이미 입에서 입으로 퍼져 옥천 뿐만이 아니라 무주나 영동, 대전까지 정평이 나있다. 택시나 관광버스부터 일반 손님들까지 소문을 듣고 오가는 길에 '만능전자'를 찾는다는 것이 홍 사장의 설명이다.

"어려서부터 자전거나 라디오를 보면 가만히 놔두지를 않았어요, 꼭 뜯어봐야 직성이 풀렸으니까요, 그래서 어른들한테 야단도 많이 맞았죠, 이 쪽 분야가 적성에 맞는가 봐요." 홍 사장은 카스테레오를 전문적으로 판매, 수리하지만 카스테레오뿐만이 아니라 오래된 라디오, 휴대용 텔레비전부터 심지어는 고장난 수도나 보일러까지 그의 손이 닿으면 고쳐지지 않는 것이 없다.

"가끔 전자제품 고치러 출장가면 고장난 수도나 보일러를 두고 볼 수가 없어 손봐 드리고 한 것이 소문이 났나 봐요, 요즘에는 전화해서 수도 고쳐 달라는 사람들도 간혹 있어요." 홍 사장은 출장을 가서 수리를 하고 특별히 부품이 들어가지 않으면 출장비를 달라고 하기가 영 쑥스럽다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사시는데 출장비 달라고 하기도 미안하고 그렇잖아요. 하지만 말 안해도 대부분은 기름 값이나 하라고 돈을 쥐어주곤 하세요." 많지는 않아도 그렇게 돈을 받을 때 홍 사장은 시골의 인심도 느끼고 사는 맛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가끔 가전제품을 들고 들어와 옆에서 수리하는 걸 지켜보다가 '별 것 아니니까 그냥 가도 돼죠.' 하면서 휙 가버리는 사람들을 보면 화도 난다고 한다. 그냥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고 있었네, 이것 좀 고쳐줘요, 조금 있다오면 돼죠." 홍 사장이 가게에 있는 것이 그렇게 반갑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사람이 휴대용 텔레비전을 맡겨 놓는다. 잠시 대화로 느슨해져 있던 손놀림이 다시 빨라지고 전자제품을 들여다보는 홍 사장의 얼굴에는 단순한 직업 이상의 애정이 보였다. 홍갑수씨는 부인 백혜경(37)씨와의 사이에 3녀 1남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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