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만남, 대화, 도전, 목도나루학교
[기고]만남, 대화, 도전, 목도나루학교
곽두호 목도나루학교준비팀교사(충북교육청 학교자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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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18 10:20
  • 호수 1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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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며, 다양한 도전과 경험을 통해 앞날을 설계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험이라든지 일과의 압박에서 벗어나 여유 있게 하루를 시작하고, 주변을 돌아보고, 사회에 대해 공부하고, 예술과 체육을 즐기면서 인생의 지도를 그려볼 그런 시간 말이다. 

목도나루학교는 올해 3월 폐교된 괴산의 목도고등학교 자리에 충청북도교육청이 새롭게 개교하는 1년제 청소년 인생학교다. 청소년 인생학교?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1년제 학교?  학교는 최소 3년은 되어야 하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내년에 개교할 목도나루학교와 같은 1년제 인생학교는 대한민국에서는 몇 없는 아주 특별한 학교지만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 등 외국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이런 학교에서 ‘인생을 위한 1년’을 보내고 있다. 

목도나루학교의 학생들은 1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먼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준비를 한다. 주어진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끌어 가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을 ‘배움을 위한 몸과 마음 만들기’라고 한다. 이를 위해 ‘에세이 쓰기’, ‘만남과 대화’, ‘학습계획 세우기’, ‘삶을 위한 인문학’ 등 나 자신을 이해하고 주변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된다. 둘째로 몸과 마음이 조화로운 인격 형성을 위해 다양한 삶의 기술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한다. 목공, 수공예, 청소, 요리, 텃밭 농사 등 생활을 위한 기술과 평화공감 등 관계를 위한 기술, 팀을 이뤄 진행하는 주제 프로젝트와 개인의 관심과 취향을 지원하는 딴짓 프로젝트 등으로 자발성과 자기 주도성을 함게 키운다. 이런 활동들을 위해 2층으로 트인 커뮤니티 공간, 소규모 토론실과 미디어 제작 공간, 목공과 수공·철공을 할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생활기술실·공방)를 본관에 설계하였고, 운동장을 줄여 90여 평의 텃밭을 마련하였다. 

1학기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면 2학기에는 실제 직업의 현장에서 멘토를 만나고 직접 체험을 통해 배우는 ‘인턴십’을 이수하게 된다. 관심사 찾기, 멘토 의뢰, 자기소개서 쓰기, 면접 및 인턴십 실행 등의 과정을 통해 막연한 직업 탐색이 아닌 직접 체험을 통한 진로 탐색, 인생관에 바탕한 진로 설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마지막 과정은 덴마크와의 국제교류와 해외이동학습이다. 목도나루학교는 덴마크 애프터스콜레와의 협약을 통해 상호 방문 및 교류가 예정되어 있다. 먼저 온라인 사전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후에는 덴마크 학교에 직접 가서 수업에 함께 참여하고 준비한 프로젝트를 완성할 것이다. 주말에는 덴마크 가정 홈스테이가 이어진다, 앞의 일주일을 이렇게 보낸다면 뒤의 일주일은 ‘스스로 디자인하는 여행’이 이어진다. 이 과정을 통해 덴마크의 행복사회를 이해하고 덴마크 학생들과 우정 어린 관계를 형성할 것이다. 또한 인생과 사회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경험할 것이다. 

위와 같은 여정에서 목도나루학교는 정답을 찾는 학교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학교다. “나는 누구이며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인생인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이것들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 청소년에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질문이다. 이 글을 읽고 호기심이 생긴 학부모가 계실 것이다. ‘좋은 거 같긴 한데 다른 길을 가는 게 망설여져’라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변화는 스스로 선택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다. 자신과의 만남, 나를 둘러싼 세계와의 대화,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함께할 청소년들을 기다린다. 목도나루학교 입학 대상은 2023년도에 충북의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예정인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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