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 없는 농촌, “공공에서 책임져라”
일할 사람 없는 농촌, “공공에서 책임져라”
고령화·코로나19 덮친 농촌, 인건비 치솟으며 농가 ‘부담’
농민 “외국인력 절실, 행정에서 이주노동자 고용해 파견해야”
군 “당장 도입 어려워, 국내 거주 내외국인 매칭 노력 중”
  • 박수지 기자 sz@okinews.com
  • 승인 2022.02.18 11:17
  • 호수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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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일손이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농촌 인력의 대부분을 책임져온 이주노동자는 입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심각한 고령화에 내국인도 구하기 힘들다. .
농촌에 일손이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농촌 인력의 대부분을 책임져온 이주노동자는 입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심각한 고령화에 내국인도 구하기 힘들다. .

“이대로라면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서 농가들 다 망합니다. 외국인근로자 일당은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랐고, 이마저도 한 달 전에 예약해야 구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 일손이 부족해 포기하는 농가도 속출할 거예요.” 

고추와 잎담배 농사를 짓는 안남면 화학1리 제판권 이장은 농촌 인력난이 ‘위기’를 넘어선 수준이라 말했다. 농촌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심각해진 가운데 코로나19로 외국인노동자 입국까지 제한되며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제판권 이장은 “사실상 농촌 인력 70%를 차지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라지고, 그나마 일하던 내국인은 나이가 들거나 공공근로사업으로 빠져나갔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은 인건비를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옮겨 다니고, 농민들은 한명이라도 붙잡기 위해 인력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작물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농촌 전체를 덮친 ‘인력난’에 농번기를 앞둔 농민들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자칫 일할 사람이 없어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서도 기계화가 진행된 벼와 상시 고용하는 축산 농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력난을 겪고 있다. 

당장 3월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해야 하는 묘목농가들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만 구르는 상황이다. 

중앙농원 강태희 대표(39)는 “1년 내내 채용하는 것이 아니고 봄가을 바쁠 때만 채용하다보니 젊은 내국인들은 고용하기가 어렵다”며 “보통 외국인노동자 4~5명과 함께 했는데 지금은 구할 수가 없어 내부 인력으로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밭 메고 포장하시는 어머님들도 일흔이 넘으셔서 갈수록 인력이 줄어들고, 전국에서 손님이 오는 지역이다 보니 코로나19 이후에는 내국인도 묘목일을 꺼려한다”고 덧붙였다.  

충북농원 김애숙 실장(45)도 “보통 봄가을 시즌에는 외국인노동자 4~5명을 채용했는데 지금은 인력사무소에도 사람이 없어 1~2명이 일하고 있다”며 “인력이 절실하다 보니 계절근로자가 들어와 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묘목 농가들이 주로 이용해 왔던 이원지역의 인력사무소 역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충북인력 대표 A씨는 “보통 인력 20~30명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6~7명으로 줄어 올해는 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국인도 외국인도 일할 사람이 없어 인력사무소 매출도 바닥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안내·안남·청산·청성지역 주민들이 이용해 온 보은지역 인력사무소 역시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담배 농사를 짓는 안남면 화학2리 정회권 이장은 “수확기인 6월말부터 8월초까지 인력을 15명은 고용해야 하는데 지난해에도 보은지역 인력사무소에 인력이 없다고 해 10~12명으로 운영했다”며 “이것도 한 달 전에 예약 했던 건데 올해는 더 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옥수수도 수확기에 2~3일 정도 인력이 필요한데 외국인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대로라면 농가들이 다 농사 규모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보통 봄·가을 농번기 2~3일 정도의 초단기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과수와 밭작물 농가도 비상이 걸렸다.  

복숭아연합회 안욱현 회장은 “과수는 아무리 기계화가 돼도 사람이 손으로 해야 하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외국인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농가들이 고령화하며 나무 전지·전정 작업을 위탁하는데 하루 일당이 20만원정도라, 농사를 포기하는 농가들이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복숭아공선출하회 김흥식 회장은 “5월 중순부터 봉지 싸기를 해야 하는데 항상 이용해오던 이원지역 인력사무소에도 사람이 없다고 하고, 내국인은 다 나이가 들어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건비도 봉지 한 장 당 40원이던 것이 50원(25% 인상)으로 올랐는데 하루 3천장만 싼다고 해도 12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농연 이수우 회장은 “사실 그동안 깻잎 농가만 해도 외국인 인력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히 의존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인건비는 20~30% 올랐고, 겨우 구한 인력도 농사일을 할 줄 몰라 농가들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깻잎은 지금도 바쁜 시기인데, 일손이 없다보니 상품가치가 떨어져버린 깻잎들을 싸게 내며 막심한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전국 지자체 ‘외국인 노동자 확보’에 사활…농민 “공공파견 필요”

이처럼 눈앞에 닥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들은 ‘이주노동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국인력 양성과 농촌 인구 유입 등 근본적인 해결책에 앞서 외국인력 확보로 당장 급한 불끄기에 나선 것이다. 

현재 우리 지역에서도 계절근로자 도입의향서를 제출하고 법무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계절근로자는 농가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3~5개월짜리 단기취업비자를 내주는 제도다. 

올해 군이 접수한 계절근로자는 108명으로, 대부분 묘목과 깻잎 농가에서 신청했다. 우리 지역은 지난해 88명의 계절근로자를 배정받았으나, 코로나19로 4명(군서면 깻잎 농가)만 입국한 바 있다. 

특히 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결혼이주여성협의회와 연계해 계절근로자를 요청했다. 군은 이를 통해 이주여성들의 향수를 달래고, 농가에 안정적인 인력도 공급하는 1석2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24농가에서 70명의 계절근로자를 신청한 이원묘목법인의 김영식 대표는 “코로나19 전에는 7~8만원하던 일당이 13~14만원으로 오른 상황이고, 그 인력마저도 구하려면 피가 터진다”며 “계절근로자를 고용하면 주거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요청해야할 정도로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묘목·깻잎 농가와 달리 1~3일의 초단기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과수·밭작물 농가의 경우 ‘공공 파견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 3~5개월의 계절근로자를 들여와 정주여건을 마련해주고,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파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절근로자가 시범 운영된 2015년부터 매년 5~7명의 계절근로자를 고용해 온 괴산군의 임금택(65) 농민 역시 공공파견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불법체류자가 많은 외국인력을 공공에서 양성화하고, 인력확보로 농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임금택 씨는 “농산물은 국민의 식량이고 안보인데, 최소한 정부와 지자체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한다’는 말은 안 나오게 지원해줘야 한다”며 “외국인 노동자를 3~5개월씩 고용할 농가는 많지 않기 때문에 공공에서 인력을 확보한 뒤 농가가 필요할 때 파견해주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외국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인력사무소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공공이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북 무주군의 경우 외국인 계절근로자 파견사업을 시범실시 하고 있다. 무주농협이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뒤 농가에 파견하는 방식이다. 무주군은 코로나19 상황이 진정 되는대로, 협약을 체결한 우즈베키스탄과 필리핀 등에서 인력을 확보해 농번기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해남군과 부여군 등 8개 지역은 공모사업으로 농업 근로자 기숙사를 마련하고 있다. 지자체가 폐교부지와 군유지 등을 활용한 이주노동자 거주시설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는 농가의 주거마련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이주노동자의 주거복지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여군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전담팀을 신설했으며, 공공형 계절근로자 파견 지원사업도 준비 중에 있다. 

부여군 농업정책과 농업인력지원팀 김다연 담당자는 “현재 농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인력난이기 때문에 전담팀을 신설해 다양한 각도에서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며 “공공기숙사는 올해 공모에 선정돼 객실 25개 규모의 건립을 추진 중이고, 파견사업도 시범실시 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옥천군 역시 타지역의 시범사업을 살펴보며 우리 지역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친환경농축산과 농정지원팀 이예옥 담당자는 “공공파견제의 경우 기상이 좋지 않거나 일이 없는 날의 이주노동자 인건비는 누가 부담할 것인가, 우리 지역에 적합한 형태인가를 파악해야 봐야 한다”며 “현재 타지역에서 시범운영 중인 공공파견제도나 기숙사를 주의 깊게 보고 있고, 인력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에 일손이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농촌 인력의 대부분을 책임져온 이주노동자는 입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심각한 고령화에 내국인도 구하기 힘들다. 사진은 이원묘목특구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아래 왼쪽)와 일흔을 넘은 내국인 노동자(아래 오른쪽)의 모습.
농촌에 일손이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농촌 인력의 대부분을 책임져온 이주노동자는 입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심각한 고령화에 내국인도 구하기 힘들다. 사진은 이원묘목특구에서 일하고 있는 일흔을 넘은 내국인 노동자(아래 오른쪽)의 모습.
농촌에 일손이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농촌 인력의 대부분을 책임져온 이주노동자는 입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심각한 고령화에 내국인도 구하기 힘들다. 사진은 이원묘목특구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아래 왼쪽)와 일흔을 넘은 내국인 노동자(아래 오른쪽)의 모습.
농촌에 일손이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농촌 인력의 대부분을 책임져온 이주노동자는 입국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심각한 고령화에 내국인도 구하기 힘들다. 사진은 이원묘목특구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모습.

■ 인력중개센터 1만2천명 일손 연결…“그래도 부족” 

우리 지역은 농가 고령화 비율(65세 이상)이 2015년 39.7%에서 2020년 45.4%까지 높아졌다. 농가 인구 자체도 2015년 1만3천608명에서 2020년 1만1천283명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군은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과 내국인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옥천농협이 위탁 운영한 농촌인력중개센터는 1만2천370명의 인력을 중개하며 도내에서도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영동군은 2천명대, 제천·단양은 4천명대의 인력을 중개했다.  자원봉사자 역시 대폭 증가했다. 2020년 농촌인력 봉사에 참여한 인원은 1천19명, 2021년 1천48명으로, 362명에 머물던 2019년의 3배를 기록했다.

또 군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을 농가와 매칭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농가의 수요가 많지 않아 1농가를 매칭하는 데 그쳤다. 현재 군은 우리 지역에서 일 하고자 하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명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 친환경농축산과 류충열 과장은 “현재 해외에 있는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는 데 어려움이 많은 만큼, 국내에 거주하는 내외국인을 농가에 연결시켜 드리기 위해 각종 사회단체와 접촉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더불어 기계화가 99% 진행된 벼에 비해 68%에 불과한 밭작물의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풀리면 계절근로자 도입이 원활해지고, 타지역에서 시범사업 중인 공공파견제도 등도 면밀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재명 ‘농업인력지원특별법’, 안철수 ‘농업인력 충원기구’ 공약

가중되는 농촌 인력난 해결을 위해 대선 후보들도 저마다 공약을 내걸고 나섰다. 기호 1번 이재명 후보는 농업인력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일손 부족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광역단위에 인력중개센터를 설치하고 공공형 계절근로자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밭농업 기계화율을 높여 일손을 덜겠다고 공약했다. 

기호 2번 윤석열 후보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농촌인력중개센터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농가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근로자 단기취업비자제도 개선과 숙소·보험 등의 지원을 약속하는 동시에 청년농 3만명 육성을 위해 공공농지·주택을 우선 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기호 4번 안철수 후보는 ‘농업인력 충원기구’를 설치해 일손부족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파종·수확 등 특정 기간에 인력이 집중되는 농업 특수성을 반영하고, 상시 고용이 어려운 중소농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청년농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3번 심상정 후보는 농민수당 30만원 등을 약속했으나, 농촌 인력과 관련한 구체적 공약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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