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농산물 수입개방과 농촌경제
[특집]농산물 수입개방과 농촌경제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89.10.07 00:00
  • 호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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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4월8일 올해 신선딸기·오리고기·낙화생기름 등 82개 품목을 수입자유화하고 내년에는 밀·옥수수·돼지고기·설육 등 75개품목, 91년에는 콩·사슴고기·캐첩·파인애플 등 85개 품목의 시장을 개방하는 등 올해부터 91년까지 3년동안 모두 243개 품목의 농축수산물 수입을 개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당초 농어민의 피해를 감안 89∼91년중 180∼190개 품목만을 개방할 예정이었으나, 미국쪽의 압력이 심해 개방품목의 수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수입자유화율은 현재의 94.7%에 올 연말에는 95.5%, 90년에는 96.4%, 91년은 97.3%에 달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자유화 예시계획을 발표한 지 반년이 채 지나가기도전에 또다른 264개 품목에 대한 수입개방 논의가 진행중이라는 것은 우리 농민들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91년까지의 수입자유화는 공산품보다 농산품이 압도적으로 많고 그중 지금까지 경제작물로서 많이 재배해 온 과일재배농가들의 시름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우선 올해부터 딸기가 전면 수입개방되고 내년에 포도주, 91년에 복숭아 통조림에 바나나까지 수입개방된다면 과일재배농은 이제 설 땅을 잃게 되는 것이다.

실례로 군북면 이백리에서 포도재배를 하는 한 주민은 『이제 포도를 시작한지 3년됐고 따내기는 작년부터 했는데 지금도 가뜩이나 한꺼번에 포도가 출하되는 바람에 제값도 못받는 차에 수입이 되면 정말 큰 일』이라며 이는 곧 농촌 죽으라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고 반문한다.

또한 수입이 되면 그 대책을 어떻게 세우겠느냐는 질문에는『지금으로서는 뽀족한 수가 없고 달리 대체할 작물도 마땅치 않으니 할 수 없이 그냥 매달려 있을 수 밖에』한다.

정부로서도 작년의 양담배 수입으로 인한 고추 파동을 알고 있기에 작목전환시에 지원금을 지원해 주겠다고 보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많다. 즉 전국적으로 17만6천호에 달하고, 옥천지역에서 대략으로 따져도 5천여호가 넘는 과수재배농민들이 더 크게 염려하는 것은 직접피해 보다는 오히려 대체효과에 따른 간접피해인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92년이후 미개방 품목은 사과·배·감·귤 등 관련 24개 품목에 불과해 국내시세보다 6배 싼가격으로 바나나가, 5.3배 싼 가격으로 파인애플이 수입되었을 때 그 파장은 그 누가 정확히 상상할 수 있겠는가? 누구도 사과·배 등 주요과일의 가격폭락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렇듯 수입개방 문제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실생활 전반을 파고 들었다. 시장에 가면 각종 과일과 상품이 수입 안되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이고 심지어 수입된 것인지도 모르고 사용하는 물건조차 있는 실정이다. 비단 과수재배농가 뿐만이 아니다.

옥천군내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 잎담배도 실상 양담배의 수입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엽연초생산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옥천지역 엽연초 주경작지는 안내·청성·청산인데 양담배 수입과 최근 5%까지 육박한 양담배 소비율에 따라 경작면적의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면적만큼 다른 작목으로의 전환이 필요한데 정부에서 추천한 작목인 화훼와 양잠 이외에 적절한 작목이 없어 잎담배 경작농가의 어려움은 더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실제로 주경작지의 하나인 군북면 지오리의 김모(32)씨는 『여기는 양질의 담배생산지역인데도 침수지역이라는 특수여건 때문에 대체작목이 마땅치 않다』며 『사실 담배는 돈 없이도 비교적 손쉽게 지을 수 있기 때문에 경작면적이 줄어 든다면 큰 타격이 올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체작물이라 해보았자 뚜렷이 없고 고추라도 심어야 할 것 아니냐』고 덧붙인다.

88년의 고추파동이 담배경작농가의 작목전환으로 인한 과잉생산에서 1차적으로 기인되었다는 것을 상기해 볼 때 수입개방의 여파는 이렇듯 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수입개방은 지난 7월1일부터 82개 품목에 걸쳐 시행되었는 바 지금에 와서 외국산 농산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수입개방에 따르는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때다. 정부에서는 보완대책을 마련해 놓았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책에 많은 헛점과 문제점이 있는 만큼 농민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보상대책이 세워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그와 함께 내놓은 농어촌 발전 종합대책의 경우에도 총 16조의 투입자금 중 8조원 이상이 도로포장과 농공지구 조성사업지로 쓰여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종합대책에서 오는 효과는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현재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농협의 우리 농산물 애용운동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발맞춰 옥천농협에서도 지난 9월5일 읍내를 돌면서 「우리 농산물 애용운동」을 벌인 바 있다. 때는 늦었을 망정 지속적인 운동으로 펼쳐 모든 군민들이 우리 농촌과 농민들을 살린다는 각오로 단호하게 수입농산물을 배겨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며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농민들도 성수기의 홍수출하를 잘 조절하여 농산물 제값받기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어느 정도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이러한 것은 현상적인 대책밖에는 되지 못할 뿐더러 이미 올해부터 수입자유화된 품목 중 농축수산물 수입은 지난해 7월말보다 33%나 증가했다고 한다.

여기에다 수입 농산물의 유해시비로 인한 안정성 여부가 보장되어 있지 못해 종국에는 국민의 건강을 해칠 위험성까지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입개방의 직접 피해자인 농민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수입창구를 재조정해 수입에서 얻어지는 이익이 농민들에게 돌아오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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