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목욕탕, 면 정주여건 개선 위한 첫 번째 과제"
"작은 목욕탕, 면 정주여건 개선 위한 첫 번째 과제"
면 단위 농가주택 노후화된 목욕시설 다수
"씻으려면 어쩔 수 없이 목욕탕 가야해"
김재종 군수 "추진 가능성 검토할 것"
유재목 의원 "작은 목욕탕 조례 준비 끝"
  • 양수철 기자 soo@okinews.com
  • 승인 2020.03.20 11:43
  • 호수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정에 샤워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씻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대중목욕탕을 이용하기 위해 영동·보은 등 타지로 나가야 하는 청산 주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청산 주민들은 목욕탕이 청산면에 마련돼야 한다며 요구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청산면 백운리의 한 가정의 욕실 모습.
목욕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노후주택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영동 등 타 지자체의 공용목욕탕을 이용하는 청산 주민들의 불편을 완화하기 위해 면 내 작은 목욕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모영대(83, 청산면 백운리)집 욕실의 모습. 욕실에서 온수가 나오지 않고 시설이 낡아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목욕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노후 주택이 많은 면 단위 특성상 '작은 목욕탕'은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필수시설이라는 지적이다. 

군수 읍면순방과 군의회 읍면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작은 목욕탕의 필요성을 호소한 청산면민들은 민원 진행 상황을 궁금해 했다. 김재종 군수는 추진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유재목 의원은 조례 제정 준비가 끝났다고 밝힌 가운데 향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면 지역 주민들이 면단위 목욕탕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70~80년대 주택이 많은 농촌 특성상 '온수'가 나오는 목욕시설을 갖춘 집이 드물다. 온수가 나온다고 해도 단열이 좋지 않아 입김을 불며 씻어야 한다. 

노인 건강의 시작은 청결에서부터라지만 여건이 좋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 작은 목욕탕은 면 주민 정주여건 개선 사업이자 면지역 노인복지 시설이라는게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청산면 백운리 주민 모영대(83)씨는 "화장실이 집 바깥에 있다"며 "겨울에 얼마나 추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뜨거운물도 안나오기 때문에 겨울에는 집에서 아예 씻지를 못한다"며 "한번 씻으려면 영동읍이나 옥천읍까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모영대씨 집은 방이 있는 안채와 욕실·화장실 건물이 별도로 나눠져 있다. 마당을 통과해야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것. 욕실에는 찬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하나만 설치돼 있다. 호스를 연결해 쓰고 있지만 기본적인 목욕시설로서 기능은 못하고 있다.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양치질 등을 하는 용도로 사용 중이다. 여름은 괜찮지만 겨울에는 씻을 엄두가 안 나는 상황.

같은 마을 주민 박정옥(69)씨의 욕실에는 그나마 샤워꼭지가 있지만 사정이 나을건 없다. 1급 장애가 있는 박정옥씨는 욕조가 필요하다.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면 재활치료까지는 아니더라도 통증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

박정옥씨는 "몸이 불편해 다른 지역으로 목욕탕 가는 걸 꿈꿀 수 없다"며 "나처럼 버스 타기 힘든 동네 노인들은 목욕탕 못가고 다목적회관에 있는 찜질방에 가서 씻곤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이런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마을 이장 박선옥씨다. 이 때문에 군수 읍면순방이나 군의회 읍면간담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작은 목욕탕 필요성을 이야기 해왔다. 

박선옥 이장은 "건강한 삶의 첫걸음은 위생이다. 목욕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씻지 못하는 주민들도 아직까지 많은 상황이다"라며 "기존 주민들 뿐만 아니라 귀농귀촌인들도 목욕탕이 없어 불편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진짜 주민들이 필요한게 뭔지 군에서 확인해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목욕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노후주택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영동 등 타 지자체의 공용목욕탕을 이용하는 청산 주민들의 불편을 완화하기 위해 면 내 작은 목욕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모영대(83, 청산면 백운리)집 욕실의 모습. 욕실에서 온수가 나오지 않고 시설이 낡아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목욕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노후주택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영동 등 타 지자체의 공용목욕탕을 이용하는 청산 주민들의 불편을 완화하기 위해 면 내 작은 목욕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모영대(83, 청산면 백운리)집 욕실의 모습. 욕실에서 온수가 나오지 않고 시설이 낡아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 청산 주민 목욕값은 기본 1만원

청산 주민들은 목욕탕을 이용하기 위해 영동·보은 등 타지까지 나가야 한다. 자가용이 없는 주민들은 버스를 이용하는데 버스 배차간격이 크고 거리도 먼 탓에 목욕탕을 이용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특히 교통비·목욕비에 식사비용까지 드는 상황이다. 

청산면 교평리 최순자 부녀회장은 "영동 보은 등지로 나가 목욕을 하려면 한나절은 더 잡아야 한다"라며 "목욕비에 교통비, 밥값까지 하면 한번 목욕에 만원이 넘게 드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최재인(69, 청산면 백운리)씨는 "노인들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목욕탕에 가길 원하는데 지팡이를 짚거나, 보행기를 끌고 버스를 타고 다니는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용흔(67. 청산면 지전리)씨는 "청산에 이발소가 없어서 보은, 영동으로 나가는 분들이 많다"라며 "목욕탕이 만들어진다면 남탕 안에 이발소도 마련돼 주민 불편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구 2만4천명의 전라북도 무주군은 작은 목욕탕 선진사례로 손꼽힌다. 무주군은 2002년부터 2014년까지 12년간 작은목욕탕 5개소 설립을 완료했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면지역 주민들에게 복지 및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다. 목욕탕 운영비는 모두 군비로 충당한다.

청산면 주민자치위원회 강수배 위원장은 지역 주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자치위원회 차원에서 목욕탕 조성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강수배 위원장은 "청산은 옥천과 가장 멀리 있지 않나.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시설이 목욕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주민자치위원회 차원에서도 목욕탕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 면 목욕탕 시설이 잘 마련된 전북 무주군 등을 위원들과 방문해 운영 사례를 참고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재종 군수는 주민들을 위해 목욕탕과 관련된 내용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의 어려움은 공감하고 있지만 당장 목욕탕을 위한 예산을 세우는 건 어려운 상황이다"라면서도 "주민들 사이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는 만큼 내용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유재목 의원은 지난해부터 작은목욕탕 조례를 준비해오고 있다. 유재목 의원은 우리지역 내 면 단위에서는 처음으로 안남면에서 목욕탕이 만들어지는 만큼 운영 방향을 면밀하게 검토 후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재목 의원은 "안남에서는 현재 목욕탕을 포함한 시설이 포함된 문화복지 거점이 만들어지고 있지 않나"라며 "지역 내에서 작은목욕탕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안남에서 운영되는 내용을 참고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올해 하반기에 목욕탕 조례를 제정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 복지와 편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산 주민들은 주민 편의와 복지를 위해 면 내 목욕탕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청산 주민들이 목욕탕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인근 보은·영동까지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가용이 없는 주민들은 대부분 버스를 이용하는데 거리도 멀뿐더러 배차 시간이 길어서 한번 목욕탕을 이용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목욕탕을 원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지면에 담았습니다.

 

'주민 숙원사업'청산면 목욕탕, 꼭 마련되길

 

전인자

지전리에서 현대 미용실을 운영하는 전인자(66, 지전리)씨. 미용실에 오는 청산 주민들 대부분은 면에 목욕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나이 상관없이 많은 손님들이 목욕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세요. 우리 지역에 목욕탕이 있으면 서로 등도 밀어주고 담소도 나누기 편하잖아요. 타지까지 가면 주민들이 함께 정을 나누기 어렵다는 거예요. 저만해도 장사를 하니까 피로를 풀고 싶어서 일주일에 세 번은 목욕탕을 가는걸요"

영동·보은 등지의 목욕탕을 이용하면서 주민들이 가장 불편을 느끼는 점은 교통이다. 긴 배차 시간과 거리도 문제지만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이 버스를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영동·보은 나가면 차비도 들고 버스도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잖아요.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죠. 특히 목욕비도 내야하고 교통비도 내야하고, 때 되면 밥도 사 먹어야 하잖아요.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은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클 거에요."

 

 

양승희

양승희(62, 청산면 교평리)씨는 청산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목욕탕을 이용하지 못하는 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일주일에 두 번씩은 목욕탕에 가는데, 면에 목욕탕이 없어서 불편해요. 옥천읍 등 거주지에 목욕탕이 자리한 주민들은 목욕탕을 가는 게 일상이겠지만, 저희 같은 경우에는 날 잡고 가야 하는 큰일인 거죠."

양승희씨는 청산면 주민들의 편의와 건강을 위해서라도 면 내 목욕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봤다.

청산에는 농업,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특히 많아요. 고단하고 힘든 일을 하는 만큼 목욕탕에서 피로를 풀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면에 목욕탕이 생기면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김용흔

김용흔(67, 청산면 지전리)씨는 면 어르신 복지차원에서라도 목욕탕이 필요하다고 봤다.

"청산면 내 마을회관에 찜질방 없는 곳도 많아요. 이용하는 인원이 부족해서 목욕탕이 실효성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것도 일종의 주민복지 아니겠습니까. 주민들 특히 어르신들이 많이 원하시는 만큼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게 목욕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청산면에는 현재 이발소도 없는 상황이다. 이발소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남성 주민들 역시 영동·보은으로 나가고 있는 상황. 김용흔씨는 목욕탕에서 남성 주민들이 이발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었다.

"이발소만 이용하시는 주민들도 많아요. 목욕탕만큼 이발소가 만들어지길 원하는 주민들도 꽤 많습니다. 목욕탕 안에 이발소도 만들어져서 주민들이 시간도 절약하고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