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1천장 있어야 걱정 없는데, 500장으로 '동동'
연탄 1천장 있어야 걱정 없는데, 500장으로 '동동'
300원에서 800원으로 급등한 연탄값 주민 '울상'
5년 전 1천장 살 수 있었는데, 가격상승으로 이제 500장 한계
  • 김지혜 기자 wisdom@okinews.com
  • 승인 2020.01.02 23:17
  • 호수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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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찾아간 A씨(72)의 집은 냉골이다. A씨는 겨울 난방을 사람 몸통만한 연탄난로에 기대고 있다. 군은 연탄난로는 산업용으로 쓰이는 게 많다 판단해 쿠폰을 지원해주지 않는다. A씨는 연탄보일러를 새롭게 설치할 돈이 아까워 연탄난로로 겨울을 난다. 안전하고 편리한 기름보일러 생각도 얼핏 하지만 그새 관둔다. 드럼통 한 개에 18만원에서 19만원 가까이 하는 것을 최소 여덟 개는 사용해야 겨울을 날 수 있을거다. 위험하고 번거롭지만 그나마 싼 연탄이 낫다. 네 구멍짜리 연탄난로인데 두 곳에만 넣고 아껴 떼면 좀 더 절약이 될거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연탄장사꾼에게 듣는 '연탄가격이 오른다'는 걱정들은 예사로 넘기기가 힘들다.

B씨(80)는 마흔 넘은 아들과 함께 살고 있어 연탄쿠폰 지급이 안된다. 아들은 일용직으로 일을 할 때도 있지만, 일자리가 일정하진 않다. 겨울이면 1천장은 있어야 넉넉하게 뗄 수 있는데, 가격만 계속 올라 걱정이 앞선다. 한 구멍짜리 연탄보일러에 3장씩 넣으면 저녁 늦게는 추워서 눈을 뜨고, 다시 연탄을 갈러 나간다. 아들방인 별채에는 기름보일러를 놓았는데, 아들이 오지 않으면 틀지 않는다. 대신 분홍색 조끼와 목도리를 껴입는다. 연탄보일러도 안전문제로 1년에 한번씩 40만원을 들여 바꿔줘야 한다. "밤에 자다가, 연탄을 갈러 나올 때 어둡고 힘들지, 다리도 아픈데 어쩔 수 없지, 추워서"

우리고장 연탄 쿠폰을 지원받는 가구는 총 318가구. 에너지 바우처 지원은 약 600가구가 받고 있다. 사각지대를 감안하면 에너지 빈곤층 비율은 약 1천가구가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연탄값이 지난 2015년에 비해 약 60%가까이 상승하면서, 연탄 사용 가구들은 울상이다. 사진은 연탄쿠폰을 지원받지 못하는 서대리 한 가정. 연탄쿠폰 지원은 연탄 보일러에 한해서만 지원되기 때문에 연탄난로를 난방으로 사용하는 A씨는 받지 못한다.
우리고장 연탄 쿠폰을 지원받는 가구는 총 318가구. 에너지 바우처 지원은 약 600가구가 받고 있다. 사각지대를 감안하면 에너지 빈곤층 비율은 약 1천가구가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연탄값이 지난 2015년에 비해 약 60%가까이 상승하면서, 연탄 사용 가구들은 울상이다. 사진은 연탄쿠폰을 지원받지 못하는 서대리 한 가정. 연탄쿠폰 지원은 연탄 보일러에 한해서만 지원되기 때문에 연탄난로를 난방으로 사용하는 A씨는 받지 못한다.

에너지 빈곤층의 주된 난방연료인 연탄 값이 최대 60%까지 상승하면서 연탄 사용 가구들의 울상은 짙어지고 있다. 연탄 사용 가구 대다수가 난방에 어려움을 겪는 '에너지 빈곤층'에 해당되는 만큼 군의 지원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탄 가격은 지난 2015년부터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15년 연탄 공장도매가격이 373.5원에서 현재는 656.75원으로 뛰었다. 실제 현장에서 거래되는 연탄 값은 1장당 750원에서 900원 사이다. 심지어 옥천은 납품 받을 연탄공장이 없어 대전 소재 연탄공장에서 납품을 받는다. 면에 갈수록 배달비가 붙어 가격은 오른다.

합동연탄 관계자는 "현재 900원까지 받고 있고, 배달가면 다들 (가격에)불만이 많다"며 "1천장은 기본으로 구비해놔야 하는데, 연탄쿠폰으로 살 수 있는 양는 한 500장 정도이니까"라며 말했다.

광해관리공단은 독거노인·차상위계층 등에게 한 가구당 연탄쿠폰 40만6천원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시세로 계산하면 연탄쿠폰 40만6천원으로는 연탄 500장이 살 수있는 최대치다.

옥천군내 연탄쿠폰을 받는 가구 수는 올해 318가구다.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각각 357가구, 380가구였다. 각 읍면별로 보면 △옥천읍 77가구 △군북 42가구 △군서 15가구 △동이 30가구 △안남 14가구 △안내 24가구 △이원 41가구 △청산 49가구 △청성 26가구다.

연탄쿠폰을 받는 가구외 사각지대도 있다. 감로리 김기태 이장은 "우리 동네에 연탄을 이용하는 가구가 총 9곳인데, 이중 5가구는 지원을 받는데 4곳은 따로 지원을 받지 않는다"며 "연탄쿠폰을 받지 못하지만, 여전히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들이 있어서 (겨울나기가 더) 힘들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연탄보조사업 지원대상가구 선정기준에 따르면 △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독거노인과 △한부모 가족들이 해당된다. 이외에도 연탄난로만을 사용하는 가구는 제외된다. A씨는(72, 서대리) "나는 난로를 써서 지원이 안되는데, 보일러 놓기가 엄두가 안나 안 놓는 것이다"며 "나 같은 가정용 연탄난로는 현장조사를 나와서 지원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옥천군 에너지 빈곤층 약 1천 가구 추정
군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해 따로 실태조사를 실행한 자료는 없지만, 에너지 바우처와 연탄쿠폰 이용자들을 종합해보면 약 1천 가구가 에너지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이 추정치도 사각지대까지 감안한다면 1천 가구가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주민 C씨(87, 동대리)는 "지난해까지 연탄을 썼는데, 이제 석유 기름으로 바꿨는데 1드럼(200L)당 18만 5천원~19만원이 들어가서 난방비 걱정이 많다"며 "한 달에 두 드럼통은 써야하는데, 도저히 지불할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경로당은 그나마 따뜻해서 이곳에 주로 모여있는데, 밤에도 여기서 (혼자 난방비 아끼려) 자기에는 조금 눈치가 보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탄을 포함한 모든 냉·난방 지원을 하는 에너지바우처도 있다. 에너지 바우처를 이용하는 군내 가구는 총 620가구다. 에너지바우처란 에너지 빈곤층에게 이용권을 지급해 전기·도시가스·지역난방·등유·LPG·연탄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연탄사용 가구들도 에너지바우처를 신청할 수 있지만, 연탄쿠폰이 지원 금액이 최대 3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나 대다수는 연탄쿠폰을 이용한다.

경로당 난방비 지원으로 일과 시간에는 혹한기·혹서기 쉼터로 쓰이고 있지만, 이 또한 사업신청을 한 마을에 한해서만 지원되고 있어 한계가 있다. 옥천군은 2016년부터 '경로당 공동체 생활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에 추가로 30만원씩 난방비가 지원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옥천군에서는 18개 마을이 사업을 신청해 진행하고 있다.

옥천군 경제과 에너지지원팀 김지상 팀장은 "당장 다음 달부터 (실태조사를)하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군 자체적인 에너지 복지 지원에 대해서 논의 해보겠다"고 말했다.

 

에너지 빈곤층, 실태조사 거쳐 지원정책으로 나아가야

옥천군, 에너지 기본조례서 '에너지 빈곤층' 지원 책무 실종
순천시, 통영시 등은 '에너지 빈곤층' 지원 책무 명시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에너지 빈곤층 실태조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에 따르면,  군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해 실태조사를 한 자료는 없다. 군 에너지 기본조례에도 실태조사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렇다보니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생겨난다. B씨(80, 감로리)는 "아들이 있는데 일을 할 때도, 안 할 때도 있는데 나랑 같이 살아서 지원이 안된다"며 "연탄보일러 1~2년마다 한번 바꿔야 하는 것도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실태조사는 물론, 지원 정책에 대한 책무도 명시돼 있지 않다. 군이 2015년 지역에너지 체계를 만들겠다고 '에너지 기본조례'를 제정했지만,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언급은 없다. <옥천신문>에서는 이미 당시 보도를 통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문구를 포함시키지 않은 기본조례 입법에 대한 우려가 보도 됐다. 이는 순천시와 통영시 등이 에너지 빈곤층 지원을 지자체의 책무로 분류한것과 배치된다.

옥천군은 해당 에너지 기본조례의 '군의 책무'에 △지역내 에너지 계획 △신재생에너지 및 미활용 에너지 보급 지원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 △에너지 연구 및 홍보사업에 적극적 협조 등이 명시돼 있다. 반면 순천시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조례를 통해 '에너지 빈곤층 등 모든 시민에 대한 에너지 보편적 공급에 기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통영시도 에너지 빈곤층 지원을 시의 책무로 분류했다.

충청북도도 에너지 기본조례에는 '에너지 빈곤층'을 찾을 수 없다. 반면, 충청남도는 에너지 기본조례를 통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보편적 에너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재정상의 지원'을 도지사의 책무라 명시했다. 5년 단위로 만드는 지역에너지 기본계획에 충남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포함시켰지만, 충북은 포함되지 않는다. 

기초지자체들도 기본계획에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언급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에너지 기본조례에 따르면, 광산구는 5년마다 만드는 에너지 기본계획에 에너지 빈곤층 등 에너지 소외계층 지원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켜야 한다.

부산시는 2017년 '에너지 복지 조례'를 제정해 에너지 빈곤층의 실태조사 계획을 세웠다. 부산시는 '소득에 비해 에너지 구입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구'라고 에너지 빈곤층을 명시하기도 했다.

충북도청 에너지과 담당자는 "에너지복지를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며 "단 각 지자체별로 한정된 예산으로 복지예산을 세워야 하는 부분이 있고, 한번 사업을 시작하면 다시 철회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 관련 지원 사업을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과 김태수 과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서 알아보겠다"고 답변했다. 

옥천군의회 곽봉호 의원은 "아직도 300가구나 연탄을 떼는 가구가 있고, 난방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들이 많아 경로당에서 공동생활을 하거나 하지 않느냐"며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게 조례개정에 힘 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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