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불거진 이장수고비 갈등
또다시 불거진 이장수고비 갈등
법적 근거 없는 이장수고비 관행
일부 마을에서 여전히 이어져
지전리 박진수 이장 “올 연말 이장수고비 없애겠다”
  • 서재현 기자 jh@okinews.com
  • 승인 2019.09.19 16:16
  • 호수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이장수고비 관행이 우리 고장 일부 마을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08년 수고비 관행 근절을 위한 조례 생성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옥천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에 '금품 수수'가 해임사유로 들어가 있는 만큼 해당 관행 근절을 위해 군의 적극적인 행정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모곡(募穀)이라고도 불리는 이장 수고비는 과거 농촌마을 이장이 수당도 없이 마을 대소사를 처리하는 것에 대한 보답의 뜻으로 마을 주민들이 곡식을 거둬주었던 것에 유래한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는 2008년 주민들 간 갈등을 사전예방하기 위해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규정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권익위는 이장수고비가 준조세적 성격으로 주민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어 각 지자체가 조례나 규칙에 "금품수수의 금지"조항을 신설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 '옥천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 제3조(임명 및 해임)에는 주민들로부터 뇌물 또는 금품을 수수하였을 때 직권으로 해임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우리고장 일부 마을에서는 이장수고비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청산면 지전리 주민 A씨는 "상하반기에 1만3천원씩 이장 수고비를 내고 있다. 내라고 해서 내긴 하는데 주변 지인이 요새도 이장 수고비 받는 곳이 있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지전리에 살고 있는 주민 B씨는 "2년 전 쯤에 이장수고비를 안낸다고 했지만 그 말이 지켜지지 않아 일부 주민들 불만이 있었다"며 "지금도 안내고 버티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양병소 청산면 이장협의회장은 "의동리는 11년 전, 내가 이장을 맡으면서 수곡을 없앴다. 그런데 청산에는 이장 수고비를 받는 마을이 꽤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내·청성면 이장협의회장도 국가로부터 이장수당이 나오는 만큼, 주민들로부터 이장수고비를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은영 안내면 이장협의회장(정곡리 이장)은 "이장 수곡은 없어진 지 10년 넘었다. 안내면에도 이장 수곡을 받는 마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장 수당이 부족하다고 주민들한테 추가로 돈을 받는 건 이상한 일이다"고 말했다. 배영호 청성면 이장협의회장(귀곡리 이장)은 "2003년부터 이장 일을 하고 있는데 초창기에 내가 이장 수곡을 없앴다"며 "이장수당이 국가로부터 나오고 있고, 봉사직으로 이장 일을 하는데 주민들로부터 돈을 거두게 되면 봉사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장수고비를 거두고 있다고 지목된 청산면 지전리 박진수 이장은 작년까지 이장수고비를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마을운영기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홍보가 잘 되지 않아 마을 주민들이 모르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장수고비를 없애자는 이야기는 지난해 연말 마을총회에서도 나왔었고, 올해 연말 마을총회에서 이장수고비를 없애는 것으로 정관을 바꿀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지전리 박진수 이장은 "작년까지는 1년에 이장수고비 2만6천원을 받았고, 2만원은 이장 수고비로 6천원은 마을운영기금으로 돌렸다"며 "신문에도 보도되고 군에서도 받지 말라고 하니까 작년 총회 때 이장수곡을 마을운영기금으로 돌리자는 얘기가 나왔다. 올 연말에 정관을 바꾸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자치행정과 참여자치팀 조신웅 담당자는 "이장수고비는 공식적으로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권익위 권고도 있었고, 이장 복무 규정에도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 담당자는 "마을 주민분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해서 이장수곡을 거둔다면 문제 삼기 어렵겠지만, 강제성이 있다면 시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관련 공문을 다시 내려보내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