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생 ‘0명’에서 ‘9명’으로, 고부중 이유 있는 변화
입학생 ‘0명’에서 ‘9명’으로, 고부중 이유 있는 변화
학원 하나 없는 면단위 중학교, 학교가 저녁까지 책임
체육관 지어준 교육청, 통학수단 지원한 지자체
  • 한인정 기자 han@okinews.com
  • 승인 2019.09.19 14:20
  • 호수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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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정읍시 고부면에 위치한 고부중학교는 2016년 입학희망자수가 ‘0명’이라는 위기에 봉착했다. 사실 고부중학교로 와야 하는 학구인 고부초등학교(3km), 영원초등학교(5km)에서는 연 13명에서 15명의 학생이 졸업을 하고 있지만, 어떤 학생도 고부중학교를 원하지 않는 상황인 것. 학구 내 초등학생들만 정상적으로 입학해도 폐교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은 단박에 안내중학교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고부중은 2016년 희망자 수 ‘0명’에서 ‘9명’의 신입생으로 기사회생했고, 현재도 안정적으로 학구 내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5년째 하락세를 유지하며 폐교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안내중학교와는 상반된다.

옥천신문은 16일 지역에서 회자되는 변화를 일으킨 고부중학교로 찾아갔다. 고부중학교 변화의 이유를 찾기 위해서다. 가가호호 학부모들을 방문해 욕구에 귀 기울인 학교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교육청, 지자체의 노력을 찾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을 세밀히 살피며, 안내중학교의 먼저 온 미래를 떠올리려 한다.

고부중학교 전경
고부중학교 전경이다. 황량함을 아늑함으로 바꿔내기 위해 학교는 다양한 교육과정시도, 시설개선 등의 과정을 겪어야했다. 

2016년도 고부중학교에 부임해 학교의 변화를 일궈낸 고부중학교 최혜란 교장은 ‘면단위 학교는 거듭나야 살아난다’고 표현했다. 방학이 지나고 나면 낡은 마룻바닥에는 쥐들이 지나다니면서 뿌리고 다닌 배설물, 여고괴담에 나올 것 같은 교사, 지역사회에서는 고부중을 부적응아동, 결핍가정 아동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정평이 나있었다고 한다.

학교는 인근 초등학교 6학년 아동을 둔 가정을 가가호호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 학생이 우리 학교에 입학하지 않아도 좋았다. 다만,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야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열성으로 교문을 나섰다.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허투루 듣지 않았다. 그리고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꼬인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 저녁 방과 후 수업, 석식제공

학교는 도농 간 교육 격차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먼저 하교 후 학생들의 방과 후를 책임졌다. 교육시설이 부재해 면단위 학생들이 뒤쳐질 수 있다는 고민을 하는 학부모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다. 시내학교 아이들이 학원으로 가는 시간에 고부중학교는 학교가 학생을 책임졌다. 교과교사와 순회방과후 강사들이 저녁 방과후(6시~7시30분)수업을 열어 영어, 수학, 한국사, 논술 등을 가르쳤고, 수업을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석식까지 제공했다.

교사들은 도내를 넘어서 도내학교들보다 ‘더 알찬’ 자유학기 프로그램(7백만원)을 운영하기 위해 각 지역학교들의 프로그램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분석을 거듭했다. △잡월드 탐방 △영어 마을 △여가 기행 △체험형 수업 △거꾸로 수업 △ 다도 예절 △댄스 △난타 △연극 △목공 △시 창작 수업 △특수분장 △로봇공학 △향수 체험 등을 구성한 것. 교과 보충 및 오카리나, 난타, 로봇교실 등 오후 방과 후 수업도 알차게 구성했다.

방과 후 수업으로는 만들어진 락밴드는 유난히 인기가 좋았다. 학생들에게 직접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봐서 나온 수업이기 때문. 학교는 악기만 산 것이 아니라 전문선생님을 두고 일렉트릭기타, 베이스기타, 드럼, 건반, 보컬 등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락밴드 공연도 다녀왔다. 연말에는 밴드가 주최가 된 지역음악회도 열었다. 농촌일수록 문화예술 소외로부터 적극적으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학교가 변화의 노력을 보이자 단박에 학생들이 먼저 알아봤다. 2018년 고부중에 입학한 이나현(2학년)학생은 “시내 학교보다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락 밴드도 할 수도 있어서 고부중학교로 왔다”고 말한다.

6년 전 귀농한 고부중학교 학부모 백순옥(56)씨는 자녀가 처음 고부중학교에 배정받았을 때를 떠올리면 낙후된 시설과 전교생이 8명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고 말한다. 당시는 큰 학교로 보냈어야 하나 고민도 들었다고 고백한다. “첫째가 큰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서 고부중으로 왔죠. 하지만 낙후된 시설이나 교육적 혜택이 적을까봐 걱정이 앞섰어요. 하지만 학교가 노력하는 모습, 다양하게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작은학교가 월등히 좋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고부중학교는 명문중학교에요.” 백씨는 현재도 고부중 체육관 체력단련실에서 운동도 하고 만들기 체험도 하는 등 학교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지자체와 교육청의 지원사격: 소규모체육관 신축, 교실현대화, 통학수단 확보

2018년 고부중학교에 체육관이 생겼다. 급식실에서 모든 행사를 치뤄야 했던 과거는 뒤로 밀어두었다. 전북교육청이 전교생 15명의 고부중학교에 소규모체육시설을 결정한 것.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해야만 하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작은학교가 살아나기 위해서 시설은 필수재입니다."(정읍교육지원청 행정과 박종배 과장)
2018년 고부중학교에 체육관이 생겼다. 급식실에서 모든 행사를 치뤄야 했던 과거는 뒤로 밀어두었다. 전북교육청이 전교생 15명의 고부중학교에 소규모체육시설을 결정한 것.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해야만 하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작은학교가 살아나기 위해서 시설은 필수재입니다."(정읍교육지원청 행정과 박종배 과장)

고부중의 상황은 안내중과 매우 흡사했다. 얼마 전만 해도 안내중과 마찬가지로 급식실에서 모든 행사를 해야 했다. 체육관이 없어 학생들은 비오는 날 체육수업을 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학구 내 초등학교인 영원초등학교에서는 고부중학교에 오는 차편조차 없었다.

전북교육청은 학교를 적극 지원 사격 했다. 2017년 전교생이 15명에 불과했지만, 인근 초등학교 수급전망을 최대치로 보고, 15억의 예산을 투자해 소규모 체육관을 신설했다. 체육관에는 체력단련실, 소규모 공연장을 만들었다. 이제 학생들은 급식실이 아닌 체육관에서 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음악실, 상담실 등도 수시로 나오는 공모사업으로 리모델링 됐다. 이 뿐 아니다. 2018년에는 학교시설 개선비로 4천만원의 예산을 받아 학교 현관부터 복도 계단까지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정읍교육지원청은 통학수단 지원에 적극 나섰다. 중학교에는 통학버스 지원이 어려워 고부초등학교가 통학버스를 공통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영원초등학교 학구(영원초등학교를 졸업한 고부중학교 학생들)까지 통학버스가 갈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다. 정읍교육지원청은 행정의 한계를 넘었다. 통학버스가 학구를 넘어설 수 있도록 책임지겠다는 것. 정읍교육지원청으로부터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정읍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박종배 과장은 “단 한명이라도 있으면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 전북교육청의 기본 방침”이라며 “경제적 논리로 따지면 통폐합이 맞지만, 학교는 지역의 중심이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학수단과 시설개선 등을 어떻게든 최대치로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자체도 ‘농어촌 중고등학교 통학택시 지원사업’으로 적극 나섰다. 교육환경 열악을 이유로 한 이주를 억제하고 귀농 활성화를 위함이었다. 통학택시는 통학버스로 갈 수 없는 지역의 수요를 파악하고, 학생들은 500원(기초수급, 차상위 면제)만 내면 탑승할 수 있는 제도다. 정읍시에는 현재 12개교에서 73명의 학생들이 통학택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읍시 도시안전국 교통과 김제용 담당자는 “통학택시는 수요응답형”이라며 “수요가 있는 곳에 교통수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학교는 지자체와 교육청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저녁 방과후 수업이 끝난 이후 통학이 어려운 학생들을 주민참여예산(고부중학교 학부모 신청)을 활용해 학생들의 통학수단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사각지대까지 메워졌다. 고부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등하교시 통학수단으로 고민을 겪을 일이 없다.

고부중학교 최혜란 교장은 “시설개선 없고, 통학수단도 없는 학교에 어느 학부모가 자녀를 보내겠느냐”며 “이 영역은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와 교육청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답했다. 고부면 박환성 면장은 “학교가 살아야 지역도 산다”며 “학교가 좋아서 오히려 지역으로 이주를 올 수 있도록 면에서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소규모학교라고 학교시설개선에 소홀히 한다면 고사되고 만다. 여고괴담에 나올 것 같던 교실들과 학교가 새단장한 모습이다.
소규모학교라고 학교시설개선에 소홀히 한다면 고사되고 만다. 여고괴담에 나올 것 같던 교실들과 학교가 새단장한 모습이다. 나무내음이 흠뻑나는 복도의 모습이다. 
소규모학교라고 학교시설개선에 소홀히 한다면 고사되고 만다. 여고괴담에 나올 것 같던 교실들과 학교가 새단장한 모습이다.
소규모학교라고 학교시설개선에 소홀히 한다면 고사되고 만다. 여고괴담에 나올 것 같던 교실들과 학교가 새단장한 모습이다. 학교 교사들의 쉼터이자, 학생들의 사랑방, 지역주민의 체험교실 공간이기도 하다. 
소규모학교라고 학교시설개선에 소홀히 한다면 고사되고 만다. 여고괴담에 나올 것 같던 교실들과 학교가 새단장한 모습이다.
소규모학교라고 학교시설개선에 소홀히 한다면 고사되고 만다. 여고괴담에 나올 것 같던 교실들과 학교가 새단장한 모습이다. 계단을 오르면 한켠에 작은 도서관이 꾸며져 있다. 
소규모학교라고 학교시설개선에 소홀히 한다면 고사되고 만다. 여고괴담에 나올 것 같던 교실들과 학교가 새단장한 모습이다.
소규모학교라고 학교시설개선에 소홀히 한다면 고사되고 만다. 여고괴담에 나올 것 같던 교실들과 학교가 새단장한 모습이다. 학교에 처음 들어서면 보이는 현관이다. 아늑한 카페처럼 꾸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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