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움직임 파업의 이면, 소리 없는 아우성 가득
최후의 움직임 파업의 이면, 소리 없는 아우성 가득
우리고장 급식노동자, 톨게이트 노동자를 만나다
  • 한인정 기자 han@okinews.com
  • 승인 2019.07.11 23:34
  • 호수 14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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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소, 돌봄교실, 톨게이트, 우체국 등 다양한 사업장에서 노동자 파업이 시작됐다. 그간 관심을 받지 못하던 불공정한 노동행위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리고장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아이들이 3일 동안 급식을 못 먹게 됐지만 그만큼 노동자들을 절박했다. 혹자는 정서적 물리적 불편함을 호소한다. 정규직은 아무나 하는 것이냐고. 아이들을 볼모로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그래서 8일 우리고장 급식노동자와 톨게이트 노동자를 옥천신문이 직접 만났다. 파업이라는 사건 하나를 두고 찬반을 나누기 전에 그 맥락을 확인해보고자 함이었다.

1. 톨게이트 노동자 (14년차)

1평도 되지 않는 부스에서 일과가 시작된다. 수십톤에 달하는 트럭이 굉음을 내면서 지나간다. 통행권을 받아오지 않은 차량이 생기거나, 수납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어김없이 클락션 소리가 귀를 따갑게 울린다. 심지어 욕설이 날라 오는 경우도 있다. 

야간조를 담당하는 새벽시간에는 차안에서 하반신을 다 벗고 있는 남성고객도 마주한다. 이들은 일부러 차문을 열고 결재를 한다. 애써 모르는 척 하지만 덜컥 겁이 날 때도 있다.

이런 노동환경에 놓여 있으면서도 톨게이트 노동자의 월급은 매년 최저임금을 웃돌았다. 연차가 쌓여도 똑같다. 1년을 일해도 14년을 일해도 모두 똑같이 법정 최저임금이다. 이것도 참았다.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상존하는 해고 위험이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톨게이트 직원들은 한국도로공사직원이 아니다. 용역업체 직원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처우개선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용역업체가 아닌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법(지법, 고법)도 직접고용의 편을 들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가 내놓은 대안은 자회사다. 노동자들에게 모 아니면 도, 선택지가 주어졌다. 자회사로 만든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에 들어가지 않으면 한국도로공사 한시적 기간제 근로자(도로정비, 시설관리)로 일해야 한다는 것. 물론 파업이라는 대안도 있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한 가족의 생계가 내 어깨에 달려 있다. 해고위험까지 감수하고 뛰어들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지역 노동자들은 자회사 정규직을 선택했다. 실상 모든 걸 얻을 수는 없다. 파업 역시 쉬운 선택지는 아니었다. 우리의 차선이 최선이 되길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한국도로공사 정규직은 아니더라도 고용불안과 처우개선을 약속한 한국도로공사를 믿어본다. 차후 약속이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2. 급식노동자 (16년차)

우리는 한 사람당 150명분의 급식을 만든다. 7시50분에 출근해 점심시간까지 눈앞에서 땀이 흘러 내려도 잠깐의 휴식은 사치다. 쌀 20kg, 대형 솥 30kg, 식판 수십 개, 매뉴얼에는 2인1조로 들게 되어 있지만 바쁜 시간에 지켜지지 않는 게 당연해졌다. 조리원의 94%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치료를 위해 병가나 연차를 사용하고 싶어도 대체인력을 개인이 구하고 빠져야 하는 상황이다. 만일 개인이 대타를 못 구하고 빠지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동료들에게 간다. 얼마 전에는 일하다가 허리를 다쳤는데 대타를 구하지 못해 허리도 굽히지 못하는 몸으로 배식이라도 하려고 출근했다. 이런 일이 급식실에서 비일비재하다.

이런 노동환경에 놓여져있는 우리에게 임금, 안전 등 모든 게 차별이다. 바라는 것은 공무원 중 제일 낮은 급인 9급 공무원의 80%만이라도(현재 50~60%) 달라는 것이다. 심지어 방학에는 어떤 임금도 받지 못한다. 말 그대로 보릿고개다. 파업 이전에도 수차례 협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교육청은 단계적 인상을 요구한 노조의 반응에도 1.8% 인상 외의 요구안(노동환경개선, 6% 임금인상)은 모두 거부했다. 총파업이 끝난 지금도 상황은 별 다를 바 없다. 공정임금제, 대통령과 교육감의 공약이다. 진정한 협상이 시작되어야 한다.

어떤 이는 싫으면 그만두면 된다고 말한다. 그 자리라도 가고 싶은 사람이 널렸다고. 하지만 이곳에 일하는 많은 이들은 한 가족의 생계를 담당하는 가장이기도 하다. 또한 일자리에 대한 자부심도 느낀다. 어떻게든 참고 견디는 걸 넘어 행복한 학교에서 우리도 함께 행복 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평등 사회에 대한 교육을 하는 학교가 정작 내부에 차별이 가득하다는 것.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급식대란의 주범은 이 대란까지 어떤 협상도 거부한 정부와 교육청이다. 이번 파업이 급식대란이 아니라, 비정규직(차별요소)대란인 우리 사회의 이면을 조망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불편함을 연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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