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면 안티리] 이백년 넘는 참나무 보호수 마을의 수문장 역할
[청성면 안티리] 이백년 넘는 참나무 보호수 마을의 수문장 역할
  • 인터넷판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3.03.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안티리 전경

"아! 거기 뭐하는 사람여. 마을에 들어왔으면 마을지키는 나한테 얘기를 해야지." 하는 소리에 돌아다 보니 한 노인이 '내 허락을 받으라'하는 식으로 서 계시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마을의 전경을 찍기 위해 비탈밭을 올라가는데 '갈땔랑 나를 좀 꼭 보고 가야 돼'라는 소리가 뒤를 따른다.  65호에까지 이르렀던 안티리가 지금은 33가구 밖에 남아 있지 않으나 처음 보는 외지사람에 대한 호기심이자 농촌인심이라 생각하니 싫지 않은 느낌이다.

행정명칭으로는 대안리로 불리는 곳. 이곳 안티리와 귀평, 귀곡리를 포함해서 법정리동으로 분류한다. 능월리 능월초교 앞에서 대안리로 향하는 진입로는 포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도로라서 그런지 깨끗한 느낌을 주긴 하지만 이왕 포장하는 김에 조금만 더 확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언뜻 스치며 귀평, 귀곡을 지나 안티리 진입로에 들어섰다.

진입로 포장이 다 완성되지 않은 채 중간이 비포장을 거쳐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참나무 보호수'가 안티리 수문장인 듯 방문객을 맞는다. 수령이 1백80년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실상 따지고 보면 2백년이 넘은 참나무이리라.

각 마을마다 느티나무 보호수는 많이 볼 수 있으되 그리 흔치 않은 사례인 참나무 보호수는 청성면내에서 단 두 그루 뿐임을 주민들이 강조한다.  농촌마을 어디를 가든 있게 마련인 이 보호수를 주민들이 끔찍이 생각하는 것은 여름이면 그늘을 이뤄 주민들이 쉴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 이외에도 마을의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정신적인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보호수를 지나니 '경주김씨 세거비'가 서 있고 옆으로 최근에 세워진 듯한 작은 기념비가 눈길을 끈다. 주차할 공간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하며 내린 곳. 바로 그곳이 지난해 4월 주민들과 출향인들이 힘을 모아 조성한 마을 주차장.  농촌에서 하나 둘 객지로 나갔던 사람들이 명절때면 부모, 친척들을 찾아 고향으로 오게 되고 그때만 되면 마을마다 승용차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았음을 느꼈던 주민들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이제는 군에서도 적극 마을주차장을 확보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소식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말하자면 군에서 마을주차장 확보계획을 수립하기 이전에 안티리에서 처음으로 마을주차장을 조성한 것이니 만큼 의미가 있는 첫걸음이다.  이 주차장 조성시에는 대전 향우회(회장 김형제)에 속해 있는 출향인들이 1백만원을 희사한 것으로부터 마을에 사는 김동윤씨가 53평, 김광한씨가 44평을 기증했으며 여기에 이용경(서울 거주)씨와 김경만(경북)씨가 힘을 도왔다. 물론 청성면으로부터 2백포대의 시멘트를 지원받은 것도 큰 힘이 되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안티리 마을은 연일정씨가 가장 먼저 들어와 살았던 것으로 주민들이 전하고 있으나 지금은 단 한 집도 없고 경주김씨와 이천서씨가 각각 16호, 12호씩 거주한다. 서씨, 김씨 외에는 박씨와 유씨가 조금 거주할 따름이다. 마을의 성씨분포가 이러니 자연 마을은 일가친지가 대부분으로 한 집에 일이 생기면 그것은 곧 마을 전체의 일이 된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감.호도와 같은 유실수는 많으나 특별한 소득작목이 없이 담배농사와 고추.콩 농사가 대부분이다. 잎담배 경작은 지난해까지 6가구가 늘어 안정적인 판로대책이 있는 농작물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이밖에 5가구 가량이 인삼을 경작하고 있다.  물론 이들 작목 외에 벼농사를 짓고는 있으나 전체 경지면적 중 3분의 2 정도가 밭 면적임을 감안한다면 이 마을의 소득은 밭에서 주로 생산되는 농작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어느 농촌이나 당면한 문제로 소득작목의 개발은 큰 숙제로 대두되고 있으나 현실적인 여건이 따르지 못해 주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래도 한가지 희망적인 일은 단 6명에 불과한 50대 이하의 마을 젊은층 가운데 집을 새로 짓고 있는 경향이 늘어난다는 것.  올해 김동산 이장을 비롯, 두 채가 새로 지어져 농촌주거 환경개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음을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작으나마 희망을 심어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마을이 집성촌의 성격을 띠다 보니 누구나 할 것 없이 지극한 효성으로 어른들을 모시는 일은 자연스럽다. 그러기에 특별히 누구라고 꼽을 수는 없으나 김용분(45) 부녀회장은 누구나 인정하는 여장부로 통한다. 가는 곳이 어디건 경운기를 손수 몰고 다니는 모습에서 건강하고 힘찬 농촌 부녀자의 기상을 보여줘 주민들에게 힘을 주는 한편으로 지난해에는 충북도로부터 화목한 고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을을 떠나있는 출향인들 가운데는 지적공사에 근무하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 군내에서 근무하는 서현택씨를 비롯 서강옥.서강현씨 형제와 김동술씨 등이 그들이다.  또한 공무원으로는 농촌지도소 서성범 지도기획계장과 대전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김기환, 서강익씨 등이 있다.

마을 한 켠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물 좋은 마을사정을 얘기해주는 듯했으나 노후화된 간이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식수공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숙원으로 대두되고 있다.  해가 마을 뒷산으로 넘어갈 채비를 갖추고 있을 즈음, 걸어나오는 마을길 양편의 논에서, 경칩을 맞아 낮은 소리로 울어대는 '경첩이'의 울음소리가 농사철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