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면 삼남리] 물좋아 살기좋은 마을, 어디서 마시든지 약수
[청성면 삼남리] 물좋아 살기좋은 마을, 어디서 마시든지 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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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3.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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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남리 전경

청성면 삼남리는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물이라면 군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그런 마을이다. 해발이 비교적 높은 산간마을이면서도 옛부터 물이 좋기로 이름이 나있어 벼농사 짓는데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는 '살기 좋은' 마을이 이곳이다.

최근에 개발된 물만해도 두 군데. 그렇지만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약수는 있었다. 「불분디기」약수라고 전해지는 이 약샘은 고염나무를 받치고 있는 바위 밑에서 나오는 물로 어느 시대인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조상 대대로 '나환자가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는 깨끗이 나았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삼남리 삼거리 마을에서 얼마간 묘금리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다행히 논배미 바로 위에 위치한 이 물을 지금도 마을주민들은 논에서, 밭에서 일하다 목이 마르면 한 모금씩 목을 축이는 장소로 이용하곤 한다.  또한 아래에 위치한 논에 충분한 물을 공급하는 수원이 바로 이「불분디기 약샘」이라는 것.

마을주민들 사이에서만 좋다고 알려졌던 삼남리 물은 지난 90년, 이곳이 고향인 박재구씨가 소위 게르마늄(Ge)이 함유된 광천수를 발견하면서부터 전국에 널리 알려졌다.  게르마늄이 함유된 물은 몸 속의 노폐물을 깨끗이 정화해준다는 주장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차량의 행렬이 꼬리를 잇게 만들었고 그 행렬은 오늘도 여전히 삼남리를 찾아들고 있다.

차량 왕래마저 뜸하던 이곳 삼남리가 꼬리를 문 자가용 차량으로 뒤덮이게 하는데는 이 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거기에다 최근에는 게르마늄 약수라는 곳에 못미쳐 또 하나의 물이 개발되어 '옥천약수'라 명명되고 뭇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곳이 되었다.  바야흐로 삼남리 약수의 춘추전국시대라고나 할까. 아무튼 물이 좋아 이름난 청성면 삼남리이기에 주민들은 물에서 만큼은 자긍심을 가지며 남들에게 자랑하며 사는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역시 가장 큰 숙원이자 불편한 점은 대중교통수단인 시내버스가 운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학생들의 통학을 돕기 위한 시내버스가 차남까지 한 차례 오갈 뿐,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란 없다.  열악한 교통상황에 비해 이곳까지의 도로포장 상태는 비교적 좋은 편, 한창 청성-심천간 505 지방도 확포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삼남리 앞 구간은 비포장 상태일지라도 도로상태는 매끄러운 편이다.

청심 지방도가 완공되면 청성에서 심천까지, 아니면 적어도 묘금리까지만도 시내버스가 운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이곳 주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와 함께 주민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사항은 고속도로를 통해 군청이 있는 옥천읍으로 나올 경우 15분이면 충분하지만 기존의 도로를 통해 나올 경우 1시간이나 걸린다는 것.

현재 묘금리와 고속도로 사이에는 비상구가 개설되어 있기는 하나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닌지라 위급한 환자나 급한 일이 있을 경우 비상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민원은 삼남리 뿐만 아니라 청성면 전체의 민원이기도 하다.  마을 앞뒤로 국사봉과 광주리산 등 높은 산들이 감싸고 있는 이곳 삼남리는 일조량이 짧아 별다른 특수작물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농민들이 판로가 안정스런 작목을 선택하는 보편적인 추세에 맞춰 지난해까지 3농가이던 잎담배 경작농가가 9농가로 늘었다. 비율로 따지면 대단한 비율의 증가세이나 역시 조금씩이라도 집집마다 경작하는 고추에는 미치지 못한다.  매년 고추값의 등락폭이 일정하지 않고 안심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고추가 가장 많이 재배해오고 소득을 올리는 작물이다.

2∼3년전까지만 해도 참깨를 많이 재배했으나 연작피해 등으로 견디기가 어려워 담배.고추 등의 작물로 전환한 상태, 다른 고장에서도 마찬가지이듯 콩과 팥 등이 담배의 후작으로 재배된다.  밭작물 외에 지난해까지의 소값 강세를 등에 업고 소 입식이 10∼20% 선까지 늘어난 상태가 되었다.

별다른 소득작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실하게 사는 주민들이 많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마을에서 15단으로 잎담배 농사를 가장 많이 짓는 곽세군(57)씨는 팔순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살며 주민들의 칭찬을 받고 있으며 12단보의 잎담배를 경작하는 박건용(42)씨 또한 한때 고추파동을 겪은 후 담배로 전환, 열심히 사는 주민의 본보기로 얘기되고 있다.

특이한 소득으로는 찔레나무 버섯을 따다가 1년에 3백만원씩의 농외소득을 올리는 서일권(49)씨, 근당 1만원씩 한다는 찔레나무 버섯을 한약재로 팔아 서씨는 농한기에도 쉴 틈이 없다.  금천자원개발을 운영하는 박재구(65)씨의 선행도 얘깃거리. 지난해 노인을 비롯, 45명을 효도관광 시켜준 박씨는 올해 설날에도 노인들에게 정종 1병씩을 주었다.

이곳 출신으로는 곽세영(옥천경찰서 정보과)씨, 김휴진(군 위생계장)씨, 김동규(보은 사북초교 교감)씨, 박세진(영동 대성전업사)씨 등이 있는데 54가구 중 달성서씨(15가구), 밀양박씨(8가구) 문중이 가장 많은 성씨를 이루며 화목한 마을을 이끌고 있다. 

해거름에 농로에 빠진 승용차를 보고 안타까워 할 때 "마을에 왔으면 귀한 손님인데 어디 못본 채 할 수 있느냐"며 달려들어 경운기를 이용, 견인해 주었던 인심이 뚜렷이 각인된 채 오래도록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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