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마티리] 탑신제, 솟대제, 장승제, 산제로 풍년,안녕기원
[동이면 마티리] 탑신제, 솟대제, 장승제, 산제로 풍년,안녕기원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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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면 마티리

밭보다 산이 더 많고 논보다 밭, 그것도 산비탈 밭이 더 많은 곳, 동이면 마티리에도 해마다 음력 정월 대보름은 어김없이 찾아든다.

정월 대보름이 마치 이 마을을 위해 생겨난 것인양 매년 이맘때가 되면 마을주민들 보다도 훨씬 많은 외지 사람들이 몰려들어 마을은 한때 성황을 이룬다. 이러한 풍경은 올해라 해서 예외는 아니리라.

마티마을의 대보름은 탑신제, 솟대제, 장승제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산제가 모셔지고 이런 마을공동체 신앙제가 끝나면 샘굿과 지신밟기를 펼치며 한 해 동안 무운장구하기를 바라는 행사가 이어진다.

가구수가 58가구에까지 달할 만큼 마을이 컸었던 때도 있었으니 그 당시에는 보름날 아침부터 지신밟기를 시작하여 그날로 다 못 끝내면 이튿날 지신밟기를 잇곤했다. 한 이틀간의 흥겨움이 마을을 감싸고 나면 틀림없이 그해는 풍년이 들고.  대보름을 전후한 마티리의 행사 중 산제는 음력 초엿새인 지난 28일 치러졌다. 역시 생기복덕하다 하여 집안이 화목하고 큰 흉허물이 없는 사람이 제주가 되었는데 최진규(58) 원로회장이 올 보름행사의 문을 열었다.

대청댐 수몰 이후 많은 주민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11가구의 주민들이 마티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러다 보니 탑신제 등 마을제사를 지내는 제주를 구하기도 어려운 형편이 되어버렸다. 올해 제주는 현삼묵(62)씨.  탑신제 등 제를 올리는 음식 중 술은 어느 때이든지 자신들이 빚은 것으로만 이용한다.  "조상 위하는 제사인데 자신이 농사지은 것을 올려야 이치에 맞지 않겠어요" 하는 최복근 이장의 말에서 숱한 어려움에도 우리의 고유 민속전통을 보존하고 계승시켜온 마티 주민들의 애환을 느낀다.

올해는 특히 4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윤달이 낀 해인지라 장승과 솟대를 새로 제작한다. 장승과 솟대를 윤달에 새로 제작하게 된 연유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4년쯤되면 그 전에 세워놓은 장승과 솟대를 새로 해야 할 만큼 나무가 썪는다는 주민의 설명에서 보듯 시기가 적절하다. 그렇다고 아무 나무나 베어다 만드는 것은 아니다.  풍수지리에 밝은 마을의 박정범(55)씨가 길일을 따져 산제 모시는 날을 정하고 길한 방향을 정해 나무를 선택했다. 음력 열사흘인 4일 벤 나무를 5일 주민들이 장승과 솟대를 제작해 마을제사 준비를 모두 갖추었다.

통상 탑신제는 마을의 풍년을, 솟대제는 질병이 오지 못하도록 지켜달라는 역할을, 장승제는 마을 어귀에서 마을을 지켜달라는 의미에서 올려진다.  물론 마티리, 행정적으로 청동1리라 불리는 곳은 탑신제가 열리는 마티마을을 포함하여 윗청동(상청. 1가구 거주), 갈마골(6가구 거주)등 3개 마을을 한꺼번에 일컫는다. 탑신이란 자연마을도 있었지만 이농으로 인해 지금은 한 가구도 살지 않는다. 그러니 마티리에는 모두 18가구가 거주하는 셈이니 탑신제는 마티마을에서만 펼쳐진다.

충청북도 민속자료 제1호로 지정될 만큼 민속적 자료가치를 지닌 마을에서 사는 주민들은 옛부터 '없이는 살았어도 마음만을 풍요롭게' 살았다.  지난해 마티리는 유사 이래 가장 큰 숙원을 풀었다. 강 건너인 청성면 합금리와의 사이에 세월교가 건설된 것. 주민들은 뛸 듯이 기뻤고 지금껏 웬만큼 진정되었지만 육로를 통해 옥천읍을 나올 수 있다는 기쁨에 젖어있다.

오래전에 분교장으로 격하된 우산초교 청마분교엔 청마, 가덕, 합금리 등에서 18명의 어린이가 기초교육을 받고 있다.  오랜 세월 강 때문에 교통이 불편해 주민 교통로였던 '먹절재'와 '말재'가 점차로 잊혀져가는 애환섞인 고개가 되는 것은 세월교의 가설과 함께 이곳 주민들의 가장 큰 변화에 속한다.  대청댐 수몰후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로 인해 비탈밭일 망정 노는 땅이 늘어났고 지금은 땅이 있어도 노동력이 없어 못짓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현재 주민들이 가장 크게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은 동이면 금암리로부터 안남면 지수리를 잇는 내륙순환관광도로의 확포장 공사가 완공되는 것. 이 도로공사가 완공되면 시내버스의 운행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절실한 소망과 함께. 조금만 늦어도 한번 타고 오는데 2만원 가까이 들여야 하는 택시비를 어느 누구든 감당해 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세월교가 완공된 후 이들 주민들의 최대숙원은 시내버스 운행이 되고 있다.

이 지역은 특히 청마 1,2리, 합금 1,2리, 고당 1,2리, 조령 1,2리 등 대중교통수단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지역인지라 공통적인 절실함이 자리한다.  논보다는 밭이 많으니 자연히 밭곡식 위주의 농사가 이루어진다. 92년도 추곡수매량으로 배정받은 양은 모두 3백36개. 그 언저리에서 최근 중국산 수입쌀이 우리 종자를 가져다 재배해 미질이 좋으면서도 가격은 불과 1만2천원이라는 사실이 일간지를 통해 보도되자 한숨은 더욱 커진다.

군내의 공무원으로 박일오씨가 군청 지정계장, 최종태씨가 새마을과에 근무하고 있으며 옥천전화국의 현재술씨, 영동전화국으로 최근 자리를 옮긴 이성주씨 등이 이 마을 출신이다.  해마다 고향의 어른들을 찾아보며 애향심을 다지고 있는 단체로는 넝쿨그룹(회장 최용암)이 있으며 정진철 도의원이 옥천신협 이사장 재직시에 청마분교에 문고를 지원해주는 등 마을일에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마티를 포함, 모두 18가구가 남아 지키고 있는 마티리. 마을 앞 산등성이가 말의 머리와 같다 하여 '마(馬)'자가 붙었고 푸른 소나무숲이 형성되어 있었다하여 푸른 말, '청마'로 불리웠다는 이곳. 삼한시대부터 끊임없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해 온 마티리에 땅거미가 깔린 뒤, 누구네 집이라 할 것 없이 한 집에 일이 생기면 너도 나도 일봐주는 그런 훈훈한 인정을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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