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북면 보오리] '할미성' 성벽 뚜렷, 대청호 전경 한눈에
[군북면 보오리] '할미성' 성벽 뚜렷, 대청호 전경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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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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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북면 보오리

지난 76년은 군북면 보오리에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던 해. 주민들은 처음 들어온 것인지라 당연히 즐거워했고 때마침 옥천군을 순방하던 임성재 도지사가 마을을 보고는 '북골'이 아니라 '감나무골'이라고 지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보오리에는 사실대로 감나무가 많다.

법정리동은 지오리에 속하며 현재는 30가구만이 단촐하게 모여산다. 꼬불꼬불하고 급한 산길 포장도로를 다 내려가서야 남향 비탈에 빽빽이 들어찬 올망졸망한 집이 보이고 가을이면 시야를 붉게 물들이는 감나무가 많아 임성재 지사도 그렇게 느꼈던 것일 터이다.

대청호 수면이 차오르지 않아 안개 일수가 적었던 올해는 지난 76년 이후로 최고의 감 풍년이 들었다. 그 덕에 마을 노인들은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고향마을에 와서 '감 따가라'는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었다. 올해의 감 풍년에도 불구하고 마을에서는 이미 대청호변을 중심으로 차츰 과실 등의 열매 농사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아져 주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현재로선 안개로 인한 농작물 피해라는 주민들의 주장이 가장 설득력있게 들릴 뿐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하나도 없다. 다만 농작물 소출 감소 피해는 처음에는 대청호면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했으나 이젠 골짜기를 타고 제법 광범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이다. 이러한 사례는 마을 내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마을의 김홍석씨는 본래 낙엽송이나 잣나무 식재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3백50주의 감나무를 대청호변 골짜기에 심어 한때 2백70만원의 소득까지 올리던 김씨는 최근들어 부쩍 소득이 아예 없어졌다. 열매가 맺혀도 다 빠지고 마는 현상에 대해 김씨는 나름대로 거름도 충실히 했으나 소용이 없어 올해 감나무를 베어내고 낙엽송과 잣나무를 심어야 했다. 감나무를 키워 자식들의 밑천으로 삼으려던 김씨의 기대는 안개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되기는 밤도 마찬가지. 김승학(80) 노인회장은 40주 정도되는 밤나무에서 보통 15말 가량의 밤을 땄으나 몇 해 전부터 급격히 수확량이 줄어 올해는 겨우 5되를 따내는데 그쳤다. 1천 그루의 대추나무를 심은 김 회장은 역시 대추 결실이 없어질까봐 벌써부터 큰 걱정이다. 대청호가 생기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기에 주민들은 더욱 크게 우려한다.

마을 내에서 재배하는 농작물이라야 역시 벼가 주종을 이루고 고추와 콩, 깨 등의 일반적인 농산물이 주로 나온다. 일조량이 적고 일조시간마저 적은 마을에서 특별히 특작이라 할만한 농작물은 없다. 더욱이 올해는 극심한 가뭄피해를 입어 밭작물의 수확량이 대폭 줄었다. 50% 이상 가뭄피해를 입은 농가만도 전체 40호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20여 종가로 집계되었다. 장고개, 명지골, 떼방골, 집너머 등 4개 골짜기를 통털어도 수리시설이 없어 하늘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가뭄 피해가 더욱 심했던 벼 뿐만 아니라 콩 등 밭곡식도 예년의 10분의 1정도에 그친 수확량이 이 마을의 가뭄 피해를 증명해준다.

사실 보오리가 군내 주민들에게 잘 알려지게 된 계기는 있었다. 보오리 쓰레기매립장의 존재가 바로 그것. 매립장이 포화되면서 추소리로 옮겼다지만 쓰레기매립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으로 인해 주민들은 행정관서와 심각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비록 지금은 매립지를 흙으로 덮어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장마 때마다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매립장 아래에 위치한 논에서 생산되는 벼는 주민들조차 찜찜해하는 분위기이다. "옛날에는 그 골짜기 물을 먹었는데"하며 아쉬워하는 주민들이 안스럽게 보인다.

마을 뒤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옛 성이 있다. '할미성' 또는 '고성재'라 부르는 이 성은 아직도 성벽이 뚜렷이 보이며 이곳에만 오르면 대청호가 한 눈에 들어오는 경치 좋은 곳이다. 유재응 이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할미성을 중심으로 등산로를 개발해도 멋진 코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비록 가뭄 피해는 크게 입었을 지라도 주민들은 한가족처럼 우애가 좋다.

특히 청우회(회장 유광용), 칼바우회, 원두막계(회장 석부회), 노라니계(회장 김현중) 등 연령별 모임을 이끌고 있는 출향인들은 단합이 잘돼 마을에 무슨 일만 있다 하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 쫓아온다. 거기에다 올해 추석에는 이 모든 연령별 모임을 하나로 묶어 위친계(회장 유광용)를 만들고 단합을 과시했다. 아직까지 부녀회에서는 절미저축식 적금을 붓고 있는 보오리 주민들은 비록 형편이 그리 좋지는 못해도 농촌 인심 그대로 살고 있는 이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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