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조령2리] 장마철마다 고립, 산간 오지마을
[동이면 조령2리] 장마철마다 고립, 산간 오지마을
<조령2리...1996년 8월 10일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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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6.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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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면 조령2리

    
해마다 여름철이면 동이면 조령2리, 새재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갑갑하기가 이를 데 없다. 마을은 금강 상류로 보청천의 맑은 물고 합류되는 청성면 고당리 합수머리 지점의 건너편에 위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마을의 위치도 산기슭에 위치해 있으므로 사실은 겉모양만으로 본다면 물로 인해 갑갑한 불편을 겪은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다.

그렇다면 주민들은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이는 70년대 고속도로 건설과 그에 따른 변화 요인 때문에 생겼다는 지적이 옳다.  고속도로가 건설돼 금강을 가로지른 금강4교가 생기고 대청댐 및 금강 소수력발전소가 건설되면서 이들 주민들의 통행을 위해 개설된 진입로는 상류에서 조금만 비가 와도 강물이 불어 수백m가 물에 잠기게 되었다.

인재(人災)든, 천재(天災)든 그것은 이미 십여년씩이나 여름철 비올 때면 되면 겪는 최대의 주민 숙원이 되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마을 진입로가 불어난 금강 물 때문에 침수됨으로써 겪는 주민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계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 현재도 지금까지의 조건에 맞추어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어 있다.

우선 주민들은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적절한 소득작목을 재배하지 못하고 있다. 과수는 물론 채소류 등 여름철 장마철에 출하되는 모든 농산물은 원천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조건이 생겨버렸다. 올해 역시 옥수수를 하우스 재배한 주민들이 출하시기에 갑자기 내린 비로 인해 차량 출하 길이 막혀 역시 실패한 경우가 발생했다.  과수 재배 역시 주민들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오랜 객지 생활 끝에 고향에 들어와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는 이면수 이장은 5년을 물로 인해 출하에 실패한 이후 결국 복숭아 과수원을 폐기하는 아픔을 겪고야 말았다.  주민들은 대부분 금강유원지 하천변 도로에 좌판을 벌여놓고 옥수수나 올갱이 등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앞에서 말한 주민들의 생활 여건에 비롯된 것이다.  그나마 옥수수를 심어 주민들이 생계에 대한 자구책을 구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의 일이었다.

금강휴게소나 유원지를 찾는 관광객, 행락객들을 상대로 한 이들 주민들의 생계 차원의 돈벌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주민들 대다수가 옥수수 판매 등에 나섰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노점상이 되었다. 당장 현금을 만지기 위해서는 그만 둘 수 없는 이들의 생계 수단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행정기관과의 마찰도 적잖이 있었다. 잡상인 단속이라는 행정기관의 의지에 따라 쫓겨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마찰이 있어도 주요 생계 수단의 하나인 옥수수, 올갱이 등의 판매를 그만둘 수가 없다. 그래서 현재와 같은 지역적 한계 아래서는 금강유원지에서 옥수수라도 팔지 않으면 마을을 지탱할 도리가 없다는 말로 주민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금강유원지 인근의 조령리 주민들은 잡상인이라기보다 생계를 위한 몸부림이 있을 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조령2리에는 22가구, 6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우선 진위이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진위이씨는 조선시대 중엽에 이 마을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으며 현재 살고 있는 가구 수만도 17가구에 달해 이 마을이 온통 진위이씨의 터전임을 알게 해준다.  옛부터 이곳은 현재의 진입로가 개설되기 이전인 1971년 새재라는 높은 고개를 이용해 주민들의 통행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를 한자화해 조령(鳥嶺)리라 부르기 시작했다.

새재라 함은 이 고개가 새도 쉬었다 넘을 정도로 높은 고개였기 때문이라든가, 고개가 험하고 새 소리 밖에는 나지 않아 '새재'라고 했다는 얘기만이 전할 따름이다.  새로운 작목을 시도할 만한 젊은 일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적인 여건도 좋지 않아 마을의 형편상 특작은 어느 누구도 쉽게 시도하지 못한다.

현재 출향인으로는 이종만(서울), 이왕수(대전 거주), 이성수(청주), 이교수(서울)씨 등이 날려져 있다.  상류의 금강물이 이원,동이면을 거쳐 마을을 휘돌아 청성,안남으로 달리는 곳. 퍼붓던 소나기가 걷힌 뒤 물 건너 고당리 산자락에 걸린 무지개는 실로 몇 년만에 느껴보는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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