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면 북대동리] 조망좋은 육각정이 지키고 옥천육씨 집성촌, 제실도
[안내면 북대동리] 조망좋은 육각정이 지키고 옥천육씨 집성촌, 제실도
<1993년 2월 20일 취재>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3.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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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면 북대동리

보은군 수한면과의 경계지점. 육각정 휴게소에 오르니 오른쪽으로 가재봉이 우뚝하고 왼쪽으로 덕대산이 막아 천혜의 요새다운 분지가 바로 안내면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입춘을 지낸 늦겨울의 오후 햇살이 비쳐지는 안내면. 바로 아래로는 가래티가, 구릉 건너엔 새터말이 자리잡고 서대리.동대리가 한 눈이다.  그렇다고 정곡.방곡리가 안보이는 것도 아니다. 넓은 들판이 열린 이곳 안내에서 옛부터 인정많고 푸근한 사람들이 살아왔다.

옥천읍에서부터 달리다보면 안내면 소재지를 지나 보은군과 군경계가 맞닿는 37번 국도상. 서대리라고 쓰여 있는 시내버스 승강장을 지나면 대번에 눈에 들어오는 동대리 마을회관이 있다. 그것도 지나 다리를 건너 좌측 길로 들어서니 바로 북대리 새터말이다.  육각정이 마을 뒤에 위치, 진작부터 옥천군의 명소가 되어 왔거니와 지금도 국도를 통행하는 관광버스나 승용차가 드나들며 잠시의 휴식을 즐기는 곳이 되었다.

새터말, 가래티에 모두 38가구 1백20여명 주민이 살고 있는 이곳 북대리는 지난 70년대에 서대리와 동대리로부터 행정편의에 따라 분리된 곳으로 벼농사 위주의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마을에서 특이하다고 할 소득작목은 없으나 적으나마 고추농사를 집집마다 지으며 잎담배 경작과 과수재배가 약간 있을 뿐이다.

올해의 재배작목 분포상 특이한 것은 잎담배 경작이 늘었다는 것. 잎담배 경작은 지난해까지 노동력 부족과 노령화로 인해 계속 하향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가 UR협상 및 농산물 수입, 추곡수매량의 감소 등이 농산물 판로대책에 위기감을 느끼게 해줘 결국 안정된 수매가 보장되는 잎담배 경작으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안정된 판로대책이 농산물 생산을 마음놓고 하게 해준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셈이며 현실의 농촌이 얼마나 흐름에 민감한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농민들은 한 해 논과 밭이 직장이며 농사가 직업이기에 한 번 실패하면 그해는 망치고 만다는 의식의 반영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외에 최근들어서는 포도를 비롯한 사과재배에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 중에는 육종득(56)씨가 4천여평의 농경지를 이용, 수도작과 담배, 고추농사를 지어 주민들 중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한편 아직 결실은 없으나 사과와 포도를 재배해 복합영농을 통한 고소득을 꿈꾸고 있다.

더불어 젊은이들 중에는 김용국씨가 벼농사에 포도 재배 외에 올해 담배재배를 시작해 농가소득을 높이려 하고 있다.  농가마다 지하수를 개발하여 식수해결에는 별 어려움이 없으나 벼농사가 대부분인 이 마을에 한해 대책은 가장 큰 문제거리로 남아 있다.  서대리 저수지의 수량이 적고 수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가운데 축조되어 본래 30ha의 수리계획 중 절반밖에 물을 공급받지 못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봄 가뭄이 계속되면 저수량이 부족해 7월을 넘겨 모내기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어 수리경작자의 반발로 수세가 제대로 걷히지 않자 저수지의 관리문제가 큰 문제로 떠올랐다.  이렇듯 저수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자 가뭄만 들면 저수지를 바로 위에 두고도 하늘만 바라보아야 하는 천수답이 주민들의 마음만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하루빨리 현명한 해결책이 나타나기를 주민들은 바라고 있으나 쉽게 해결책이 찾아질 지는 미지수이다.

마을에서는 옥천육씨 문중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 가래티 마을에 15가구 정도가 집성촌을 이루고 살고 있는데 가래티에는 특히 옥천육씨의 시제를 모시는 제실이 마련되어 있어 성씨의 내력을 알게 해준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다시 찾아들 때가 언제일까라며 안타까워 하던 주민들은 92년도에 농민후계자로 선정되었던 성길제씨가 자금을 배정받고도 대토를 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외지로 나간데 대해 특히 아쉬워한다. 마을에 한 명의 젊은이라도 남아 있는 것이 큰 힘이 되는 터에 많은 농기계를 보유하고 농사일에도 열심이었던 청년 성씨의 이농은 그만큼 주민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군의회 사무과장인 유병구씨의 고향이 이곳 북대리이며 유과장의 친형님인 유병두씨는 이곳 노인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육완수씨, 경수, 명숙 남매 등 3남매가 공무원, 교사생활을 하고 있으며 대전에 거주하는 육운수씨, 서울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육재균씨 등이 출향인이다. 특히 유경수씨가 회장으로 있는 청년회에서는 어버이날등에 먹을 것을 비롯, 선물 등을 준비하여 주민들의 칭송을 받고 있고 육종찬(옥천읍 금구리 시장내)씨가 해마다 어버이날을 잊지 않고 찾는다고.  입춘이 지나 점차로 따사로워지는 볕에 따라 곳곳에서 경운기 움직이는 소리가 활기차게 들려나오는 마을을 뒤로하고 나오는 길에 아지랑이가 흐늘흐늘 피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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