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면 방곡리] 상수도 확보위해 주민과 출향인 9백만원 정성모아
[안내면 방곡리] 상수도 확보위해 주민과 출향인 9백만원 정성모아
<1994년 10월 8일 취재>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4.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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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면 방곡리

인구는 물론 옛날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농촌이라면 어디를 막론하고 모두 같은 현상을 보이는 것인지라 다른 마을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내용을 살피면 안내면 방곡리는 특별난 마을이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가 배우고 직장 다니며 살아가고 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구수에 있어서는 크게 변화가 없다.  자식들은 비록 외지에 나가 생활하고 있지만 끝내 고향을 등지지 못하는 대다수 부모님들이 이 마을에 많은 까닭이다. 그래서 마을에는 빈 집이 단 한군데도 없다.

집이 옛 집인 만큼 주민들의 협동심이나 인정 또한 그대로다.  이러한 마을 분위기 때문인지 이 마을 노인들은 마을에 큰 일이 생겨도 걱정하지 않는다. 아직껏 50대 이상의 주민들이 상여를 메지 않았을 정도로 젊은이들이 많다.  13∼14명의 젊은이들이 마을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있어 소득작물의 공동재배, 생산, 출하는 물론 마을일 추진도 훨씬 수월하다.

주민들은 올해와 같은 극심한 농작물 피해 속에서도 누가 보아도 흐뭇한 추석을 보냈다.  지난 74년에 '듬티'(방곡리를 넘어 오덕리로 향하는 고개를 주민들은 오덕재라 부르지 않고 옛 명칭인 '듬티'라고 부른다)에 주민들의 노력으로 시설한 간이상수도는 수질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으나 수량이 부족해 매년 가뭄 때면 어려움을 겪었던 숙원.

주민들은 그 옆의 농경지 8백평을 출향인들이 추석 웇놀이 기금으로 모아준 9백만원의 기금으로 매입하게 되었고, 그곳에 새로운 상수도를 파 가뭄에도 걱정없는 마을을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일단 마을의 공동송수로를 구입해 놓았으니 이제 상수도 공사만 하면 된다. 옛부터 '땀띠새기'라 하여 바위속에서 나오는 이 물을 그냥 방치해 두고 다른 물을 먹기가 아깝다는 것이 비싼 대가를 치르며 상수도를 보수하려는 주민들의 의도이다.

51가구 2백여명의 주민들은 불과 90년대 이전만 해도 비포장인 채로 있었던 듬티 지방도로 인해 먼지피해를 크게 입은 바 있었다.  고향을 지키는 젊은이들이 많아 유치원생들이 5명이나 있는 것은 물론, 갓난아기까지 있다는 것이 마을 어른들의 한가지 위안거리이다.  듬티 기슭에 비스듬히 형성된 마을이지만 남서향의 따사로운 햇살을 많이 받는 곳이기도 하며 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농경지는 밭보다는 오히려 논이 많다.

마을의 주요 소득작물로는 몇가지가 있다. 담배를 주로 경작하는 농가가 5가구에 이르고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까지 했던 밤호박 경작농가만 해도 8가구이다. 일본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았던 이 밤호박은 당장은 수출이 막혀 있으나 국내에도 홍보가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전망이 있는 작목으로 꼽히고 있다.  특이한 것은 이 마을 정진봉 이장, 조명호 새마을지도자 등을 비롯한 다섯 농가가 유명 농약사와 계약을 맺고 채종포를 경작하고 있다는 것.

93년부터 서울종묘사와 채종포 계약을 맺은 주민들은 지난해 호박씨를 경작하여 납품한데 이어 올해는 봄에는 열무씨, 가을에는 고추씨를 납품했다.  채종포 경작은 잘만하면 평당 2만5천원 소득은 가능하다. 지난해 홍의선씨는 2백평의 채종포에서 6백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올해는 온도가 너무 높아 소득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그래도 다른 작물에 비해 소득이 나은 편. 특히 고추씨는 납품하고, 고추는 따로 팔 수 있는 '꿩먹고 알먹기'식의 농사가 채종포 농사이다.

주재경씨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방울토마토를 경작한다.  큰 일이나 어려운 일이 있을수록 더욱 화합이 잘되는 마을. 지난 7월 마을에 사는 한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에도 주민들이 모두 나서 담배잎 따기를 해주었던 일에서부터 상수도 보수를 위한 9백만원 모금에 이르기까지 출향인과의 연계가 두드러진다는 것도 자랑거리 중의 하나다.  이 마을 출신 공무원으로 이재면(청산면 부면장)씨와 태이봉(안남면 총무계장)씨가 있다. 

지난 9월 추석을 맞아 마을 상수도 확보를 위해 힘을 모아준 주민과 출향인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박형과 △이태헌 △박상기 △박병식 △조장호 △향림회(회장 박정기) △조부형 △홍예선 △이왕수 △주정일 △한올회(회장 정호원) △박병도 △주재지 △이해수 △주재평 △태창국 △박홍과 △박춘기 △박찬환 △조준호 △향우회(회장 김대연) △안내초교 40회 동기회(회장 조준호) △방골회(회장 태이봉) △청우회(회장 이해수) △박병태 △마을부녀회(회장 제삼곤) △양우헌 △마을청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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