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금암1리] 옛 선조풍류 한 곳에, 70% 이상이 포도재배
[동이면 금암1리] 옛 선조풍류 한 곳에, 70% 이상이 포도재배
<금암1리...1994년 9월 3일 취재>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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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면 금암1리


부흥산(富興山)을 뒤로 하고 강 건너는 동이면의 중심에 위치한 쇠봉산(철봉산)이 지켜주는 곳, 동이면 금암1리.  군내 주민들에게도 어쩌면 생소한 지명이지만 이 명칭에는 분명 유래가 있다.

옛부터 현재의 금강2교 주면 금강변에는 따오기와 오리떼가 많이 살았다 하여 따오기목 자를 써서 '목소리'라고도 했다. '압구정'이란 정자를 짓고는 학문을 논하고 세상을 얘기했던 것이 '압촌'이란 마을 명칭의 뿌리라고 전해진다.

일선에는 송정 전팽령 선생의 3형제 각각 압구정, 양신정, 취원정을 이곳 금강변에 세웠다 해서 압구정이라고 했다고 하며, 다른 한편으로 '압구정'은 전의 이씨가 세운 정자라는 설도 있다.  아무튼 유래는 서울의 압구정동의 유래와 똑같아 올해 초 한때나마 마을 주민들이 압구정동과 자매결연을 추진하려 한 때도 있었다. 비록 자매결연이 성사되진 않았지만 흥미있는 얘깃거리임에는 분명한 사실.

일반 주민들은 법정이동 명칭인 금암리라고 해야 '아 그 포도 많이 나는 곳'이라고 쉽게 알아 듣는다. 금암리가 행정리동상 '압촌'과 '용곡'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군민들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들어서야 금암리 일대가 세산리, 적하리와 함께 포도의 주산지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지만 처음에 금암1리는 무, 배추의 주산지였다.

개벌밭이라고 하는 강변 땅에서 재배되는 무, 배추는 연하고 '사근사근'해서 다른 곳에서 재배되는 그것과는 맛에서 차이가 난다는 평. 그러던 것이 마을의 이용태씨 등 몇몇 주민들이 20여년 전 포도를 들여와 재배하기 시작한 이후 4∼5년전부터는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98호의 주민들 중 70호 가량이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이곳은 포도밭의 면적만 해도 가히 15만평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을 포도작목반(회장 오한은)에서 1년동안 벌어들이는 돈만 해도 자그만치 3억원은 훨씬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들 중 20호는 무가온 하우스 재배를 도입했다. 천건영씨와 오한영씨 등은 3천5백만원에서 4천만원까지 소득을 올리는 마을의 선진농가로 손꼽힌다.  옛부터 이 마을 지명 중 포전(葡田)이란 명칭이 있었던 것도 흥미롭다. 옛 선조들이 포도가 주산지가 될 것을 어떻게 예견했기에 포전이란 지명을 붙였을까 하는 점이 주민들의 궁금한 점이다.

무와 포도라는 작목을 재배해 앞서가는 마을을 가꿔온 금암1리는 사실 새마을운동 초기 동이면내에선 가장 먼저 '자립마을'이란 칭호를 받았으며 77년도에도 가장 먼저 취락구조 개선사업을 시행했을 정도로 협동이 잘되는 마을이다.  여기에 역시 면내에선 단 하나밖에 없는 마을 게이트볼장도 이곳에 있다. 마을부지를 활용해 만든 이 게이트 볼장은 면내 게이트볼 회원들이 유일하게 게이트볼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본래 게이트볼장 규격보다 적어 연습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지금까지 청주 도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한 성적을 보여온 이들은 이곳이 면 유일의 게이트볼장임을 감안, 관심을 가져줄 것을 바라고 있다.  전체 1백호 가까운 가구 가운데 50호 가량이 고성오씨로 이루어져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고려말엽 옥천전씨인 전숙 선생이 용죽리에 마을을 이룬 뒤 옥천전씨의 세거지를 형성하기도 했던 이 마을은 주민들의 협동심이 대단한 만큼 현재 경로당 신축준비에 바쁘다.

주민들이 모두 경로당 기금을 십시일반으로 기탁한 것은 물론 출향인들이 기금 마련에 적극 나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경로당이 들어서 있는 마을회관이 지난 77년에 건축되어 비가 새고 벽면에 금이 가는 등 문제점을 드러낸 차에 1천만원의 군비 지원을 받아 추진중이다.  오한탁(서울)씨, 오한옥(의정부)씨, 오문식(의정부)시, 천성구(대전)씨 등이 출향인으로 1백만원씩을 기탁했으며 마을 주민들중에는 오한영씨, 천건영씨, 오한상씨 등이 50만원씩의 기금을 기탁했다.

청주 KBS의 오한신 아나운서와 대전시 유성구 지적과장인 오일탁씨 등이 고향에 관심을 쏟는 출향인.  이 마을이 특히 자랑거리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충북도 유형문화재가 두 건이나 있다는 것. 조선 중기인 1545년 송정 전팽령 선생이 고향에 돌아와 세웠다는 양신정은 현재 충북도 기념물 제29호로, 목담영당 내에 보관하고 있는 전 식 선생의 영정 또한 지난 92년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171호로 지정되었다.

옛 선조들의 풍류와 경관이 어우러진 곳. 전팽령 선생은 대유학자로, 전 엽 선생은 효자로 조정에서 효자문까지 세워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압구정은 인근 금강2교 부근에서 익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강변 쓰레기처리 대책에 고심하지만 옛 인심만큼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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