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면 도농2리] 담배밭 품앗이로 정담 나누는 마을
[안남면 도농2리] 담배밭 품앗이로 정담 나누는 마을
<1993년 4월 24일 취재>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3.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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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남면 도농2리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아 잎담배 이식이 한창인 안남면 도농2리 소야에서는 마치 잔치날인 듯 매일 돌아가며(?) 점심을 낸다. 바쁜 영농철이 돌아왔는데 웬 잔치얘기인가 하나 마침 마을에서 집집마다 담배이식작업에 한창인지라 품앗이를 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때맞춰 찾아가면 어느 누구라도 맛있는 점심 한끼 먹을 기회가 닿는 곳이 바로 소야이다. 이는 다름아닌 우리 농촌의 전통이자 상부상조의 대표적 형태인 마을 품앗이가 있음으로 해서 가능한 일이다. 오전내내 담배밭에 품앗이한 일꾼들이 정담을 나눠가며 봄나물에 비벼먹는 일은 나눠보지 못한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그런 맛이리라.

시대의 변화와 함께 농촌인심도 도시 못지 않게 변해간다는 말이 적용되지 않는 이곳 소야. 옛부터 두레나 품앗이는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는 우리네 농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공동작업이었고, 마을주민들을 끈끈하게 연결시켜주는 고리였으되 어느때부터인가 거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소중한 전통이 되어 버렸다.

어디를 가나 품앗이 없는 품삯으로 일꾼을 사서 쓰는 일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52가구 1백70여명의 소야 주민들은 단합된 힘과 화목함으로 정겨운 마을을 꾸려나가고 있는 주인공이다. 아직까지 이러한 품앗이가 마을주민들의 노동형태로 자리잡게 된 데에는 옛부터 소야의 가장 큰 소득작목인 잎담배 농사가 있기에 가능했다. 전체 가구수의 절반이 넘는 27가구가 잎담배 경작에 참여하고 있는데 경작에 이들이 경작하는 면적은 약 2백단보에 이른다.

가구당 평균 7.4단보를 경작하는 셈으로 주소득원을 담배농사에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내준다. 재배면적이 가장 많은 농가는 서강수씨로 12단보에 이른다. 담배 심은 면적이 12단보라는 것이지 실제 면적으로 따지자면 족히 5천평이 넘는 잎담배밭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담배농사와 함께 품앗이가 이 마을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고향을 지키려는 젊은이들이 많기에 가능했다.

30∼40대만 따져도 20여명에 이르고 있으니 자연 생기있고 힘찬 마을 분위기가 형성되게 된 것. 모든 일을 젊은이들이 나서서 솔선하는 가운데 이들의 강력한 뒷받침은 실제 마을 일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든든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담배 이외에 별다른 특작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정된 판로와 계획수매에 따르는 안정심리가 작용한 이 담배농사는 올해 신규로 참여하는 농가는 없었으나 20단보라는 큰 면적이 늘어났다.

수입 농산물의 홍수속에서 그나마도 잎담배가 위안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잎담배를 끝낸 후작으로는 콩이나 팥 등이 재배된다. 대대로 잠업하기에는 좋은 조건을 갖고 있었으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등으로 4년전부터 이 마을에서는 잠업농가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잎담배 외에는 3농가가 느타리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농사에 있어서의 품앗이와 더불어 주민들이 사는 고향에 대한 애착심도 대단하다.

지난해 안남석재에서 마을에 있는 석산을 개발하여 석재를 반출하려다 분진공해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 좋은 예. 당시 주민들은 안남석재측에서 분쇄기를 도입, 골재를 반출한다고 하자 돌가구는 물론 폭파음으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자 단합된 힘으로 결국 이 업체의 입주를 막았고 지난 4월8일부터 복구작업에 들어가게 했다.

소야는 지형상 안남면과 같이 나갈 곳이 없는 막힌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루에 네 번씩 옥천 시내버스가 운행되는 이곳은 다른 곳으로 나갈 길이 막혀 되돌아나가야 하는 그런 곳이다. 옛날에는 질마재-소야-연주리 피실로 해서 옥천읍으로 나올 정도로 큰 길이 있었다. 이 길은 지난 3공화국 시절 도로개설 노력이 있었으나 완공하지 못한 지점으로 현재까지 방치되어 있다.

그러나 소야에서 도덕리 도근이에 이르는 연결도로가 94년쯤 확포장될 계획이 이루어지고 질마재 도로만 완공된다면 안남면이 더 이상 막힌 곳이라는 인상을 갖지 않아도 된다. 이제 주민들은 내년쯤에 현재의 마을회관을 헐고 회관 겸 경로당을 새로 지을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는 많은 출향인사들의 협조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옥천읍 청소계장인 유상봉씨가 현재 20평 가량의 부지를 희사, 경로당 건축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

사법시험에 합격, 검사를 거쳐 변호사로 활약 중인 유호봉씨를 비롯, 공직에 이 마을 출신 인사들이 많이 있다. 현직 군 공무원으로는 유동찬씨가 청산면장, 유동주씨가 군서면장, 유동빈씨가 감사계장, 유동창씨가 의사계장을 하고 있으며 유태현씨는 안남면장을 지낸 바 있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정창영씨가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마다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이 마을은 무송유씨가 11가구 거주하고 있는 것을 비롯, 연일정씨와 김해김씨, 이천서씨 등의 문중이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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