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면 화학2리] 하마산 기슭에 자리잡은 장수마을
[안남면 화학2리] 하마산 기슭에 자리잡은 장수마을
<1996년 8월 16일 취재>
  • 인터넷판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6.08.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안남면 화학2리

안남면 화학2리는 자연마을 지명상 '화일'(禾日)이라고도 하고 '수일'(壽逸)이라고도 했다.  마을 명칭이 화일이라고 불린 연유는 먹을거리와 관계가 있다. 이는 마을에 쌀이 위했기 때문으로 쌀밥 먹기가 원한이 된 주민들의 한 섞인 지명이라는 말과 함께 마을에 논을 많이 쳐서 벼농사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여러가지 정황을 미루어 실제로 이 곳에서는 쌀이 귀했고 마을 윗 편에 소류지가 생기기 전까지 물이 부족해 벼를 못심었을 경우에는 조나 수수를 주로 먹었다는 주민들의 말이 좀더 설득력있는 마을 지명 유래로 보인다.

또 하나 수일이란 지명은 마을에 나이많은 고령자가 많고 편안한 마을이란 뜻에서 생겨났다고 전한다.  그래서일까? 이 마을에는 지금도 75세 이상의 고령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올해로 여든 일곱된 이아지 할머니를 비롯해 16명이 75세 이상이라고 하니 마을 전체 38세대 1백10명의 인구 비율로 볼 때 고령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비가 와야만 모를 심을 수 있을 정도로 물이 귀했던 마을이지만 5년 전 정회철,조중호,정회권씨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버섯은 지금가지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소득작목으로 급부상하는 등 마을 이미지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마을 뒷산인 '하마산'의 이름을 빌어 하마산 영농조합법인을 설립,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화학2리를 소개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다름아닌 원로회의 본거지 역할을 했던 마을이기 때문이다. 원로회가 시작된 이 곳은 충북도내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민주적인 마을 운영이 보장되어 왔다는 데서 주민들은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원로회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원로회가 아닌 '마을회'였다. 자체적으로 마을회를 운영해오던 주민들은 80년도에 들어서 마을 촌장제도로 바꾸어 마을회 제도로 체계화했다.

그 이후 원로회로 변천된 것이 91년이다. 원로회로의 변천은 내무부(행정자치부 전신) 등 행정기관에서 이 마을회 촌장제도 운영 결과를 보고는 충북도와 전국에 이를 확산시키면서 생긴 명칭이다.  일단 원로회란 마을 운영을 이장이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자체 구성한 원로회장과 운영위원의 협의를 통해 마을 운영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해 나간다는 기본원칙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장은 말 그대로 마을의 심부름꾼, 주민들의 필요에 따라 일해주는 '봉사자'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다른 마을에서 구성된 원로회가 거의 유명무실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곳만은 원로회 운영이 철저하게 지켜진다.  이 마을에서 원로회가 육성될 수 있었던 객관적인 조건들이 물론 있다. 마을이 화학1,2리로 분리되기 전인 80년대 이전에는 수일에서 이장이 배출되기가 어려웠고 마을에 구심점이 있어야겠다는 주민들의 희망이 결국 민주적인 협의체로서의 원로회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원로회 운영을 통해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고 포상금 7천만원으로 마을 진입로 포장 및 옹벽공사를 마칠 수 있었던 것도 규모 작은 마을로서는 별도의 사안이 없는 한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  마을 공동의 일이라면 개개인의 일은 뒷전으로 돌리고 단합을 과시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좋은 예가 있다.
군 대표로 도 농악경연대회에 참가한 어느 해인가는 주민들의 대다수가 들깨 농사를 피농하면서까지 한마음으로 경연을 펼친 결과 감투상을 타기도 했다.

이 마을의 주요 생산물은 잎담배이다. 38세대 중 17농가가 담배 생산 농가. 이외에 현재 10가구가 재배하고 있는 느타리버섯은 이 마을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로회가 마을의 전통을 잇고 있는 가운데 가을 추석 때에는 마을의 연령별 모임을 통합, 구성한 마을개발회(회장 조중호)에서 주최하는 추수감사제가 행해진다.

노래자랑에 학생 독후감 발표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는 개발회에서는 해마다 마을 발전에 공로가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해 감사패 및 공로패를 수여한다.  출향인 모임 상록개발회(회장 정중기)는 지난해 대전 지역에 거주하는 출향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경로잔치를 해주는 등 마을 발전을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원로회를 통해 마을 발전을 위한 의견을 얼마든지 수렴할 수 있는 곳. 주민들의 자부심 속에 마을의 발전은 기약된다는 믿음이 이들에겐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