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면 학령2리] 학사골 탑제, 무너메 고개 등 옛 이야기 간직
[동이면 학령2리] 학사골 탑제, 무너메 고개 등 옛 이야기 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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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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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이면 학령2리

동이면 적하리라는 법정리동 명칭으로 묶여 있는 곳. 학령(鶴齡)1.2리와 더불어 용죽리(龍竹里)가 각각 적하리를 구성하는 마을이다. 그중 학령2리는 그 명칭 자체로만 보면 일반 주민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지명이다.

적하리는 알아도 학령이란 지명은 2리를 이루고 있는 '학사골'의 '학'자와 '부릉개'가 한자화 되면서 붉은 적(赤)+재령(嶺)으로 붙여진 '적령'의 '령'자를 조합해 만든 지명이기 때문에 사실상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마을 이름짓기에 불과하다.

군내는 물론 우리나라의 많은 마을의 지명이 이와 같은 유래를 갖고 있음은 고유 지명찾기는 물론 아름다운 우리말 지명을 보존하고 알리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령2리는 학사골과 연줄(=연지) 마을 등 2개로 형성되고 있다. 31호가 거주하고 있는 학사골, 38호가 거주하고 있는 연줄은 마을 거주지가 대략 1km 가량 떨어져 같은 마을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주민들은 각기 조금은 독립된 생활을 영위해왔다.

주민들끼리의 계모임이나 애경사를 학사골은 학사골대로, 연줄은 연줄대로 별도의 모임을 갖는다. 학사골 회관이 별도로 있고 연줄 회관도 별도로 건축해 각자의 생활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해서 두 자연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불편하다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면이나 군단위 행사에 참여하거나 마을 공동으로 해야 할 일이 있을 경우에는 손발을 맞춰 합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거니와 대대로 동이면 대표로 구성되어 있는 농악대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농악대는 이 마을 주민들이 얼마나 전통을 잘 보존하고 계승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예로 학사골에는 성태호씨가, 연줄에는 황규석씨가 상쇠로 나서 지신밟기나 액막이를 한다.  각 자연마을의 살아온 특성대로 학령2리 주민들과 주변 지형에 얽힌 얘기가 많다.  산의 지형이 '학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형'이라는 설과 옛부터 고고한 선비를 학에 비유해 '학사골(鶴士)'이라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찌되었든 학사골은 동이면내에서도 가장 먼저 새마을사업을 통해 농로를 넓히는 등 깨인 의식을 자랑해왔다.

25여년전 62만원의 거금을 들여 전기를 끌어 가설할 때 박희정(64)씨는 거금 10만원을 혼자 부담해 주민들의 칭찬을 받기도 했다.  음력 정월 초하루면 학사골은 탑제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학사골의 탑제는 특히 섣달 그믐날 자정을 넘겨 새해의 첫 시간에 행하는 제사로 마을의 좌측 야산에 위치한 남성형 선돌과 돌탑 사이를 새끼로 이어 금을 그어놓고 제를 지낸 후 마을 안에서 우환이 있거나 병세가 있는 사람들의 명단과 애환을 적어 활을 쏘아 마을 밖으로 날려 보낸다. 

이 의식을 치름으로써 마을 내의 모든 액이 마을 밖으로 나가게 되며 평안하리라고 믿는 까닭이다.
본래 창녕성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으며 현재도 성씨가 10여호에 달한다. 마을입구에 창녕성씨의 세거비가 집성촌이었음을 밝혀준다.  내려오는 전설로는 창녕성씨가 처음 마을에 들어와 살면서 세거비 옆 도로가에 살았으나 연줄 마을 뒷산의 지형이 송장날이라 하여 마을에 액이 생긴다는 얘기가 나돌았고 그로부터 마을이 현재의 위치에 이주해 왔다고 전한다.

연줄(=연지)은 마을의 형태가 위에서 내려다보면 금강과 개천으로 둘러싸여 연꽃 모양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말이 지배적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본래 연지라고 불리운 이 마을의 옛 어른들은 마을 지형이 연꽃 모양인지라 마을 내에서는 샘을 파지 못하게 했다고 전한다. 샘을 파면 결국 연꽃 잎을 뚫는 결과 아니겠느냐는 옛 어른들의 말에 따라 개울물을 마셔왔던 시절(지금은 개인상수도를 뚫어 식수를 해결)도 있었다.

마을 전설과 관련, 해방 이듬해인 병술년. 수해 당시 마을이 온통 물에 잠겨 연줄 고개를 넘어왔다는 점에서 지명이 생겼는지 '무너메 고개'라 칭하기도 한다. 물이 넘은 고개라고 할 수 있으니 선견지명이었는지, 물이 넘어 그런 지명이 생겼는지 알도리가 없다.  연줄 마을 앞에는 재산을 많이 갖고 있는 과부댁이 오후 새참을 먹다 집안 일꾼의 입에 상추쌈을 넣어주었다는 데서 유래된 '덕주골'(덕을 베푼 골짜기, 덕지동(德志洞))이란 지명이 있고 '덕주골 불개미떼'란 말도 일정한 유래를 갖는다고 향토사학자 정수병씨가 전한다.

연줄에는 올해 회관을 짓는데 자신의 땅 54평을 희사한 동이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인 김낙종씨가 주민들에게 칭찬을 듣고 있으며, 그 부인인 고명순씨도 효부로 소문이 자자하다.  농가인구의 노령화로 비록 소규모이긴 하지만 이 마을은 포도의 주요산지이다. 학사골 원예조합(회장 성수영)과 연줄 원예조합(회장 황규섭)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복숭아도 10여호가 재배한다.

학사골 간이상수도 물탱크 교체공사를 비롯, 연줄로 진입하는 연지교 보수공사가 마을 내에서는 가장 큰 숙원이다.  오갑식 전 군의원이 연줄 마을에 거주하고 있으며 고종상(의료보험조합)씨와 손창도(군 건설과)씨도 이 마을 출신. 박하경(서울 거주)씨, 임흥재(서울 거주)씨 등이 대표적 출향인으로 마을 발전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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