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이장 세상 들여다보기]겨울 가뭄에도 호수처럼 변한 금강에 무슨 일이?
[새재이장 세상 들여다보기]겨울 가뭄에도 호수처럼 변한 금강에 무슨 일이?
오광식(동이면 조령2리 이장)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19.04.0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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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 날까 두려운데 왜 양심까지 버리는가!

우기는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한 해 동안 쌓아 논 사람들의 흔적이, 강 가 여기 저기 흩어진 양심 없는 군상들의, 아님 놀이 온 사람들의 흔적이 모두 쓸려 내려간다. 어릴 적 머리통에 낳았던 부스럼이 사라지듯 깨끗하게 정리가 된다. 덤으로 댐에 머물던 큰 물고기들이 새물을 찾아 상류로 올라와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그 대표적인 어종이 쏘가리와 철거리이다. 큰물이 나면 강가에 낚시군들이 더 모이게 된다.

2001년에 용담댐이 완성되고, 2002년 8월 태풍 루사가 물난리를 일으켰다. 반 세기만에 닥친 물난리라 했다. 해방 전 우리 옥천에 큰물이 들어와 적하리 금암리 일대가 다 물에 잠겼던 적이 있다 한다.

어르신들의 말씀이 ‘멍석물이 내려온다,’라고 하는데, 면사무소에 근무하던 친구가 비상근무 중 금강 2교 밑에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위험표지판을 달러가는 곳을 따라갔다가 물이 멍석을 피듯 밀려 내려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물이 강바닥에서 아스팔트길을 향해 막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이것이 태풍 루사의 시작이었다.

매스컴엔 물난리 소식으로 온통 야단이었다. 금강휴게소가 물에 잠기고 주차장의 차들이 다 떠내려가거나 물에 잠겼다. 며칠 후 물이 빠지자 난 퇴근 후 마을로 향했다. 마을로 향하는 길에는 흙이 다 떠내려가고 경부고속도로 선형 개량작업에서 나온 삐죽삐죽한 돌들만 하늘을 향하고 있어 조심스럽게 뾰족한 돌을 피해 걸어야 했다. 외세가 침범하지 못하도록 뾰족한 돌을 일부러 심어놓은 구시대의 성터 같았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자 이장네 집이 물에 잠겨 살림살이를 들어내느라 야단이었다. 마을엔 식수가 끊어져 군에서 배로 물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마을회관에도 물이 허리까지 들어와 가재도구를 꺼내 말리느라 야단이다. 회관과 접한 우리 논에도 집을 지으려고 터를 마련했던 집터와 논의 흙이 다 떠내려갔다. 온통 자갈밭으로 변해 버렸다.

이후로는 마을에 큰물이 지나가는 것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큰물이 지나가야 강바닥에 잡스런 여러 가지가 청소된다. 쓸리고 갈려야 하얀 백사장도 예쁜 자갈밭도 드러난다. 헌데 큰물이 지나가질 않으니 갈대가 흙을 붙들고 버드나무까지 아름드리로 변해 물길을 막은 지 오래되었다. 우기가 되면 마을 앞길까지 강물이 올라와 강이 깨끗하게 청소가 되고 원래 강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했는데, 이젠 이런 큰물이 내려오질 않으니 해마다 퇴적물이 쌓이고 강에는 버드나무가 자라 이젠 강바닥이 2M에서 4M까지 높아졌다. 큰물이 지나가면 강바닥이 높아져 마을을 덮칠 것이 뻔한데 참 두렵다. 강바닥을 정리하는 어떤 행위가 없이 큰물이 마을을 덮치게 되면 인재라는 소릴 면할 길은 없다. 경관은 두 번째 얘기다. 이젠 마을의 안전이 두려워질 정도로 강바닥이 엉망이다. 하천으로 제 기능을 할 지 걱정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더 늘었다. 마을 어귀 사람들이 하나도 살지 않는 마을 입구에 도시인들이 쓰레기나 페기물을 가져다 무단으로 버리고 가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까지 가서 쓰레기를 치우면 간단하겠지만 이 시골까지 쓰레기를 차량에 실어 버려야 할까? 생각할수록 의문이다. 또 시골에 양심을 버리고 가면 이 강물은 누가 먹게 되는가? 그것도 곰국 우리듯 푹푹 고아서 대전 청주 계룡 세종 사람들의 식수 로 가지 않겠는가? 다시는 마을앞 강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없기를 기대한다. 맹자의 ‘존심양성(存心養性)’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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