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읍 마항리] 지게바우에서 나오는 천연약수 뜨러 오는 사람들 북적
[옥천읍 마항리] 지게바우에서 나오는 천연약수 뜨러 오는 사람들 북적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93.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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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항리 전경사진

"농사짓는 마을에 뭐 특별한 것이 있을 수 있어요. 다들 벼농사 지어 쌀 먹고 과수 조금하고 그런 정도예요."

마을회관에 앉아 있던 황영실 이장을 비롯한 서너명의 마을주민들이 제각기 한마디씩이다.

"그려 그러고 보니 논농사 하나는 잘 지시는구만."

마항리로 찾아가는 길은 옥천읍 마암리 철도 건널목을 건너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담배원료공장의 담을 타고 포장된 시멘트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원료공장 이외에도 최근에 들어선 두 세개의 공장이 입주해 가동 중임을 알게 해준다.

공장을 바로 지나니 '마항리. 어서 오십시오'라는 입석이 작은 도랑을 건너기 전에 마항리를 지키는 수문장처럼 외지인의 발길을 반긴다. 마침 정월 대보름 언저리인지라 깡통에 한 웅큼씩의 덤불과 잔 나뭇가지를 넣는 고사리손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저씨 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하며 들고 있던 카메라에 시선을 준다.

'어느 곳인들 이런 정겨운 풍경이 펼쳐지지 않으리오.' 어릴적 기억을 되살리며 어느덧 다가선 곳이 망기미 마을 집하장이다. 

"아마도 망기미라는 마을 지명이 만금(萬金)이라는 말에서부터 유래되었을 걸로 봐요. 옛날부터 '팔억골'이라는 뒷산 골짜기에 많은 금이 묻혀 있다는 전설이 내려왔거든요." 

지금은 파래골이라고 불리는 망기미 뒷산 골짜기에 대해 한 주민이 나서며 원래의 명칭은 파래골이 아닌 팔억골이었음을 설명해준다. 그래서인지 옛날에는 금을 채취하던 굴이 있었더란다. 요즘이야 신경도 안쓰는 그런 굴이 되어버렸지만. 이렇게 시작된 마항리에 대한 소개는 자연마을이 5개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로 이어진다. 

전체 74가구가 400여명의 주민들이 아랫 망기미, 윗 망기미, 상정말, 진천골, 도랑건너 등 5개 마을에 분산되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37번 국도가 개설되기 이전에는 군서면으로 통하는 중요한 길목이자 큰 길이었다고 전한다.

옥천읍에서 짚을 사서 지게에 지고는 석양이 뉘엿뉘엿한 망기미 주막에 들러 막걸리 한 잔 걸치고 힘을 내어 넘어갔던 교통로. 불과 이십 수년 전의 일임을 이 마을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기억을 되새긴다.  옥천읍 외곽지의 마성산과 장령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마항리이기에 밭보다는 논의 면적이 대부분이다. 특별한 소득작목이라고 할만한 작목은 없으나 논농사가 대부분인 이 마을에 포도재배농가가 15호 가량, 5∼6호 정도가 복숭아 재배에 임하고 있다.

별 자랑거리가 없다는 이 마을에도 자랑거리는 있다. '지게바우'라고 불리는 곳에서 흘러나오는 천연의 약수가 바로 그것.  요즘같은 겨울에야 조금 뜸하기도 하지만 물을 많이 먹는 여름철에는 새벽 3~4시만 되면 약수를 뜨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 공무원이나 경찰공무원들의 모습도 자주 보인다는 이곳 약수는 보통의 물과는 달이 일주일을 두어도 이끼가 끼지 않고 물맛이 변하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세평.

그래서 한번 물 맛을 본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게 된다는데 원래는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이었으나 국제종합기계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주위를 청결하게 유지시키기 위해 시멘트를 발라 깨끗하게 단장해 놓았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마을회관은 새마을운동 초창기에 보조금 7만5천원과 마을 주민들의 부역으로 지어진 것으로 낡고 비좁아 새로운 마을회관 건립을 희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행정구역은 옥천읍이면서도 시내버스를 타려면 마을에서부터 한참을 걸어나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것이 애로사항이다. 옥천읍 도시계획상 가화리, 양수리, 마항리 등을 연결하는 순환도로가 완공되면 시내버스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일단의 기대는 갖고는 있으나 언제나 시행될 적인지에 대해서는 자뭇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그나마 올해 세워질 마암리 철도 건널목 고가도로로 인해 인근지역의 땅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한편, 마항리 지역이 진흥지역으로 포함되어 상당한 불만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로에 관해서는 진천골 진입로에 대한 포장을 비롯해 마을안길이 덜 포장된 상태.

이 마을 출신으로는 현재 군 지적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봉환씨를 비롯, 옥천읍 김종득 개발과장, 사회과에 근무하는 황인문씨와 정해룡씨가 있으며 옥천읍 역전파출소장인 이준석 경위와 중앙파출소의 김종관 순경이 있다.  어려운 중에서도 홀시어머니를 14년째 모시고 사는 조성면,김대용씨 부부는 마을에서 효성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부부이다.

옥천읍이라서 그런지 74가구 중에서 15가구가 비농가이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가정이 꽤 많다. 역시 소득작목을 나름대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나 별다른 대책이 없어 고민하는 마을. 현실 농촌의 전형적인 고민을 마항리에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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