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면 신흥1리] 5일장 쇠퇴따라 소재지 명암 엇갈려
[이원면 신흥1리] 5일장 쇠퇴따라 소재지 명암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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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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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1리 전경

지금은 정녕 흘러간 영화가 된 것일까? 옥천에서 출발하여 불과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 이원의 소재지 신흥1리가 이제는 그리 활기차 보이지 않는다. 장날이면 북적거렸던 장꾼에 조금씩 채소며 열무를 싸서 들고나와 앉아 있던 그많던 아주머니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오가 되지 않은 시각. 마침 5일장이 선 22일의 이원면 신흥1리 이원장터에는 6∼7명의 장꾼이 나와 한적한 장터를 지키고, 막 도착한 비둘기호 열차를 통해서는 수십명의 아주머니들이 저마다 빈 과일그릇을 들고 이원역사를 빠져 시장터를 지나는 풍경은 가히 이원의 경제현실을 여실히 증명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이원시장의 호황과 몰락은 작게는 신흥1리, 크게는 이원면 전체의 경제 현실과도 관계가 깊다. 이원 5일장이 호황을 누릴 적엔 이미 없어진지 오래되는 우시장을 비롯하여 장날마다 인근 동이, 금산, 심천, 양산 등지의 상인들이 몰리는 큰 장터였다. 그러나 교통이 발달하고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하면서 이원장은 급속히 몰락해갔다. 버스 한 번 타면 옥천읍까지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옥천읍에서 장을 보는 주민들의 수도 늘었다.

이원장이 성황을 이룰 수 있었던 요건은 인근 김천, 영동, 심천장 등의 장날과 연계해 장꾼들의 발걸음이 쉬었던 까닭이 있었다. 이원시장의 역사에 대해선 박승제(70) 노인회장이 증언이 새롭다. 현재의 장터는 해방될 당시까지만 해도 대흥리에 위치해 있었다. 당시 신흥리는 논.밭으로 집조차 몇 채 되지 않았으나 1947년 병술년 수해가 대흥리 장터를 쓸어버린 후 장터 이전 논의에 의해 1950년초에 신흥리로 장이 옮겨오게 되었다.

결정적인 요인으로 수해로 인해 대흥리 인근에 살던 주민들이 신흥리로 대거 이주해온 것을 꼽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물론 대흥리와 신흥리간에 서로 장을 뺏기지 않으려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옥천읍과 장날 문제로 더 큰 싸움(?)을 벌인 것은 그로부터 10년쯤 후인 자유당 말기. 당시 2,7일장이던 옥천읍에서는 장날을 5,10일로 옮겼고 이원면민들은 장날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민주당 정권 하에서 옥천읍으로 나와 시위를 하는 등 실력행사를 했다.

1∼2년간을 옥천읍과 똑같은 5,10일장으로 버티던 이원면에서는 하는 수 없이 2,7일장으로 날짜를 바꾸게 되었고 그때부터 옥천에 대한 감정은 별로 좋지 않게 되었다. 물론 이원장이 쇠락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교통발달로 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렇듯 이원장터 상가의 썰렁함은 이원장의 쇠퇴와 맥락을 함께 한다. 드디어는 지난해 수십년을 면민들과 함께 했던 '장옥'이 철거되고 한때 상가건물을 신축한다는 얘기가 나돌았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뜨거운 감자'로 등장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원-영동간 국도와 경부철도를 사이에 두고 이원장터를 어우르고 있는 신흥1리에는 이원초교가 위치, 이원교육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기타 다른 기관은 없으나 복지회관에 청소년공부방과 에어로빅 공간이 문화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신흥1리 2백6세대의 대부분은 상업에 종사하거나 직장에 근무하는 직장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지만 농업으로 생계를 잇는 가구수도 50여가구에 달한다. 이중 4분의 1 정도는 묘목재배를 통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 품질이 좋기로 옛부터 명성이 높은 이원묘목 재배의 한귀퉁이를 신흥1리 주민들이 떠맡고 있다. 강길웅(충북농원)씨나 김춘응(송학농원)씨가 그 대표적인 농가에 속한다. 물론 일찍부터 상권을 형성해서인지 농촌인심을 본래 모습 그대로 찾아보기는 힘들다.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 현상이지만. 소재지 역할을 일찍 떠맡아서인지 마을안길 등 포장도 빨랐고 그만큼 파손된 부분도 많다.

당연히 주민들의 민원도 마을내 안길 등 각종 기초시설에 대한 불편사항이나 불만 등으로 집약되고 있다. 가령 신흥리 건널목 부근과 국도 4호선을 연결시키는 안길의 포장이 수년전 상수도 보수공사를 위해 파헤쳐진 채 아직까지 방치되고 있는 점이나 이 도로의 하수구 또한 제역할을 못하도록 시공된 점들이 그런 문제들이다. 이곳을 자주 왕래하는 대형트럭도 문제점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비단 이곳 뿐만 아니라 시내 중심권인데도 측구식 하수구로 개설되어 풀 등이 자라 파리, 모기 등 해충의 서식지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주민의 보건위생을 위협하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무주리조트 등의 개설로 통행 차량이 급격히 늘어난 주민교통사고 위험이 증가된 것이 문제점으로 신흥리 철도 건널목을 피해 우회도로가 개설되면 해결된다고는 하나 이또한 그나마 축소된 상권이 더욱 위축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상가 내에는 번영회(회장 오한성)가 조직되어 있어 자신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공동으로 대처하고 있다. 소재지 중심권이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기반시설 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주민들은 하루빨리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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