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 사람들]“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습니다”
[군청 사람들]“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습니다”
군청 주차장 관리요원 이규상씨
공무직으로 시작, 2013년부터 청사관리 및 방호업무
“민원인 주차장은 청사 첫인상, 주민불편 해소 목표’
  • 권오성 기자 kos@okinews.com
  • 승인 2019.02.15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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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고장에는 옥천군, 옥천경찰서, 옥천소방서, 옥천교육지원청 등등 다양한 공공기관이 있습니다. 적게는 십수명에서 많게는 700여명이 활동하는 공공기관에는 그만큼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공공기관에는 어떤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을까요. 옥천신문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공무원들을 만나 그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살펴보고 희로애락에 대해 들어보고자 ‘000사람들’ 연재를 시작합니다.   

쉴 새 없이 차량이 오가는 옥천군청사 주차장. 많은 주민이 찾는 이곳은 하루에도 십 수 번씩 차량정체가 생긴다.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나타나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하는 이규상(61, 옥천읍 장야리) 주차장 관리요원은 벌써 7년째 주차관리 및 청사방호업무를 맡고 있다.

이규상씨는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2007년부터 공공업무를 맡아왔다. 이원면에서 1년6개월, 안내면에서 만 4년을 근무하고 2013년부터 지금까지 주차장 관리 등을 하고 있다.
이규상씨는 군청사 민원인 주차장이 군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곳이라 생각한다. 좋던 나쁘던 다양한 이유로 군청사를 찾는 이들이 주차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는 곧 군의 부정적 이미지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2013년 처음 군청으로 발령됐을 당시 군청사내 주차장은 상시적인 차량정체와 난잡한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차량을 대는 것은 물론 진출입로에 차량을 정차해 주차한 차량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어요. 게다가 군 청사 정문 입구에도 차량이 주차돼 교통사고까지 나곤 했었습니다. 전임 김영만 군수 관용차량도 시야확보가 안 돼 사고가 났을 정도였습니다.”

본청 발령인 2013년부터 그는 불법주정차 문제 해소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지정된 주차공간이 아닌데다 차량 교행에 어려움을 주는 공간에 주정차를 할 경우 이동주차를 요구했다. 특히 군청사 정문 진입로는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보다 신경을 많이 썼다.

대부분은 이규상씨의 요청을 따랐지만 종종 말도 안되는 항의도 해 어려움을 겪기도했다. 지정된 주차공간을 이용해달라는 요구에 폭언이나 욕설을 듣는 일도 많았다고. 이로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병원에서 치료까지 받았단다.

“아무래도 이전까지는 별 문제 없던것을 문제 삼으니 불편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모두가 조금씩만 규정을 지키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꾸준히 요청했습니다. 이제는 주민들도 적응하고 효과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자치행정과 이문형 팀장과 이규상씨는 주차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주민불편이 생긴다고 보고 지난해 11월부터 민원인주차장내 주차하던 관용차량 10여대를 모두 철수시켰다. 또한 공무원 중 민원인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을 확인해 이동주차를 요구하고 결과를 자치행정과에 전달했다. 특히 군은 차량5부제를 어긴 공무원에게는 명절 근무를 하도록 하는 등 주차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그 덕에 최근 몇 달 사이 민원인주차장이 꽉 차는 일은 없어졌다고.


“제가 여기서 일한지 7년 정도 되다보니 600여 공무원 차량번호는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 주차하거나 하는 공무원이 있으면 바로 알 수 있어요. 오전과 오후 한번씩 정기순찰을 하고, 주차장에 일이 생기면 나가보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온 신규 공무원 차량은 잘 모르지만 곧 다 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 힘들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내 인생

읍에서 태어난 이규상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중학교를 중퇴한 뒤 곧바로 대전에서 돈벌이에 나섰다. 어린 나이에도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데다 어린 그에게 괜찮은 일자리는 없었다.

사회는 냉혹했다. 제대로 된 고용계약도 없이 일을 했고, 보수도 주는 대로 받았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나날들이었다. 그러다 지인의 추천으로 경기 안산에 있는 반월공단에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했을 때가 27세였다. 공단에서 피혁 가공일을 했던 그는 새벽에 출근해 한밤중에 퇴근하는 등 고된 노동환경에서도 성실히 일해 왔다.
“말도 못하게 힘들었지요. 자격증도 없고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때 이야기는 별로 안 하고 싶어요. 다만 열심히 일하고 살았어요. 어디가나 부끄럽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야겠다 생각해요. 주차장 관리 및 청사 방호도 최소한 밥값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해요.”

일이 끝나면 이규상씨는 옥천국민체육센터에서 헬스운동을 한다. 그가 헬스를 시작한지도 벌써 22년째다. 발목부상으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보내는 중요한 취미생활이 됐다.

그는 술과 담배를 일절 하지 않는다. 게다가 거의 매일 헬스를 하다 보니 61세의 나이에도 군더더기 없는 몸매를 자랑한다. 주말이면 각종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등산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건강을 챙겼다.

“앞으로도 최소한 밥값은 하고,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최소한 군청사를 방문하는 주민들이 주차 문제로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에는 청사내 옛 선관위 건물 뒤를 주차장으로 바꿨습니다. 지금은 비포장이지만 날씨가 풀리면 포장도 할 계획입니다. 여전히 군 청사는 좁고 주차장도 부족합니다. 다소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주민 전체 편의를 위해 양보하고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민들이 더 편리하게 군청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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