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면 의평리] 대성산 자락 아늑하게 자리잡은 300년 전통 의성김씨 집성촌
[이원면 의평리] 대성산 자락 아늑하게 자리잡은 300년 전통 의성김씨 집성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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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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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평리 전경

주말이나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의평리(義坪里)를 찾는다. 이들은 의평리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 이원의 명산이자 의평리 마을 뒷산인 대성산에 오르기 위해 의평리를 찾는 것이다.  산수가 아름답고 경관이 좋은 해발 704.8m의 대성산이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은 아니다.

산을 좋아하는 진짜 산악인들은 중심으로 조금씩 알려지면서 군내에서도 이제는 꼭 올라가봐야 하는 산으로 인정되는 그런 좋은 산이다.  우선 대성산을 오를 때 의평리 코스를 택하는 것은 2개의 폭포가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시원스러움을 주기 때문이다.

가뭄이 들때면 수량이 적어지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대성산은 의평리 사람들로부터도 충분히 좋은 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산수 좋고 좋은 산인 대성산이 관광지로 적극 개발된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소득원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주민들의 말에서 이제는 제법 널리 알려진 산, 대성산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다.

대성산은 군내에 위치한 산 가운데 청산면 소재 팔음산과 더불어 7백m 높이를 자랑하며 충남 금산군 군북면과 자연경계를 이룬다. 특히 군서면 금천리의 장령산과 영동군 양산면의 천태산을 잇는 가운데 봉우리로 정상에 오르면 인근 평계리의 마리산(=마니산)과 월이산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굽이쳐 휘돌아가는 금강 줄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자연만이 가지는 황홀감에 비길 수 있다.

올해부터는 대성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담긴 의평저수지를 주민들이 유료 낚시터로 개발해 마을 자체수익 사업을 꾀하고 있다. 의평낚시터는 막상 시작한 지는 얼마 안돼도 많을 때는 하루 40∼50명의 낚시꾼이 찾는 등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64호 2백3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이곳은 본래 개심리에 속해 있다가 문평리(文坪里)로 문평리에서 의평리로 각각 지명이 변했다. 문평리란 지명은 1890년 신유장적의 기록에 처음 나타나며 이때는 지정리와 의평리를 함께 관할했었다.

문평리란 옛부터 이곳에 좋은 서당이 있고 들 가운데 마을이 있다 하여 불렸다 하며 1914년 행정개편시 의평리로 분리되었다.  의평리는 문평리에서 지정, 의평으로 분리하면서 새로 이름을 바꿀 때 이 마을에 김경택, 김일려 부자의 효자정문이 있는 것을 감안, 효자와 의로운 사람이 많아지라는 뜻에서 붙여진 지명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의성김씨 집성촌인 이원면 대동리에서 의평리를 '건너들'이라고 불렀다는 데서 지명의 유래를 찾는 주민도 있다. 즉 건너들이란 자연 명칭은 '근의들(近義)이 우리말로 변해 '그느들'이라 했다가 건너들이라고 되었다는 설명인데 비록 설득력은 별로 없어도 재미있는 얘기임은 틀림없다.

의평리는 앞서 말한대로 의성김씨 집성촌이다. 대동리에 근거를 두고 생활하던 이들은 김국진 노인회장의 11대조인 김 전 공이 의평리에 거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집성촌을 이뤘다고 전한다. 마을의 64호에 달하는 가구 가운데 아직도 30여호의 의성김씨 문중이 살고 있기 때문에 집성촌으로의 전통 보존이 잘 되어 있다.

김기철 이장이 어렸을 당시만 해도 김씨 문중 이외에는 조씨와 강씨 등 타 성씨가 5가구에 불과했을 정도로 자자 일촌을 이루었던 이 마을은 6.24전쟁 후 피난민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 거주하면서 타 성씨가 많아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김경택, 김일려 효자문을 군내에서도 드문 대이은 효자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아버지의 대소변을 받아 맛을 보며 병을 진단했던 아버지와 아들의 효자비가 나란히 있어 '효자집에 효자가 난다'고 했던 훌륭한 전통를 엿보게 한다.

이와 함께 김학희 할아버지의 '육행호덕비'는 큰 부자로 살았던 김 할아버지가 이곳을 지나는 영남 선비를 비롯, 과거를 치르러 가는 과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숙식을 제공한 것은 물론 마을의 어려운 이웃에 인정을 베푼 것을 기리기 위한 비석이다.  서울에서도 의평리의 김진사 하면 알아 들을 정도로 그 행적이 널리 알려졌음은 의평리가 가진 또 하나의 자랑이다.

주민들중 포도, 한우 사육, 벼농사 등 복합영농을 하는 김기주씨를 비롯, 김영희씨, 김국진 노인회장 등이 인정받는 농사꾼이며 들은 주로 벼농사 이외의 특수 작물은 별로 손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평리를 둘러싸고 있는 개심, 지정리, 윤정리, 대동리 등지의 인근 마을들이 과수나 묘목농업으로 수익을 얻고 있는 것과는 달리 마을 경작지 중 논이 대부분인 실정을 감안하면 소득작물이 개발되지 않는 것이 마을로서는 현재 직면한 과제이다.

복숭아(17호), 포도(11호) 재배가 최근들어 시도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각 연배별로 출향인 모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마을발전을 위한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김범권씨(인천), 김영복, 김진권씨(서울) 등의 출향인들이 눈에 띈다.  대성산 자락 남동향으로 자리잡은 의평리는 아늑한 대성산의 품속처럼 주민들을 감싸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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