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면 건진2리] 개금벌 묵 맛 간직한 마을
[이원면 건진2리] 개금벌 묵 맛 간직한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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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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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진2리 전경

건진리(乾榛里)는 강청리와 함께 이원면 중심지를 양분했던 큰 마을에 속한다. 건진리가 1,2로 분리된 지금의 1,2리는 물론이고 국도 4호선을 경계로 해서 도로 아래쪽은 건진리에 속했다. 대흥리까지도. 그러던 것이 세월의 변화와 함께 마을이 자꾸 생기고 새로운 시가지가 형성되었으니 건진2리는 표면상 옛날만 못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행정구역상 신흥리 일부 소재지 주위의 많은 지역은 지목상 건진리에 속한다. 이 때문에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기 일쑤다. 이와 관련해 현재의 행정구역과 지목이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주민들의 불편사항도 제법 있는 편이다. 

건진1리는 본래 이남면(利南面) 건천리(乾川里)에 속해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1739년 여지 도서에는 46호, 1890년 신유장적에는 51호가 살았다. 이 숫자는 물론 현재의 건진1,2리를 통털어 표시한 것이다.  건진리(乾榛里)란 지명은 1914년 행정구역 일제조정시 이남면(伊南面)으로 고친 후(이전에는 利南面)얻어진 것이다. 이는 건진리의 '건' 자와 진평(榛坪)의 '진' 자가 조합되어 붙여진 지명이다. 이쯤 되면 진평이란 지명에 대해 설명할 차례다.

진평은 '개금벌'의 한자화된 표기로 "개암(깨금) 나무가 많은 들"이란 뜻이다. 마을을 개척할 당시 들에 개암나무가 많았기 때문에 '깨금벌'→'개금벌'로 불리다 한자화되어 진평이라고 한 것이다. 지금도 주민들은 이 들판에 개암나무가 많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 개금벌이라고 한 유래를 되새겨 볼 수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개금벌'이란 '개만한 금이 묻혀 있는 들'이란 말도 전해오는데 이는 지명의 유래나 형성과정을 본다면 신빙성이 덜하다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건천리'라 부른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마을 앞에 흐르는 냇물이 비올 때만 물이 흐르고 평상시에는 항상 말라 있다고 해서 붙였다. 적어도 이웃 장찬리에 저수지가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저수지가 들어서고 난 후에는 물이 흐르는 모양이 자주 보인다. 이 마을의 지명 유래와 비교해볼 때 재미있는 얘기가 아닌가?

마을에는 70가구 300여명의 주민들이 산다. 4호선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구딤티 넘어 왼편으로 각종 공장들이 들어선 공장지대와 우측으로 건진1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이원농공단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농공단지를 사이에 두고 형성되어 있는 물없는 하천이 건진천이다.  국도 아래로부터 장찬리로 향하는 긴 도로를 따라 마을은 길게 형성되어 있다. 1km는 족히 넘어 보인다.

때문에 여름 행락철이나 낚시철이면 통행차량들이 많아져 인도도 없이 마을 안길로 형성된 장찬리 진입로는 교통사고 위험요소를 크게 안고 있는 길로 변한다. 자구책으로 주민들이 군데군데 과속방지턱을 만들어 놓았는데 높이가 너무 높다며 운전자들에게는 불평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주민들 및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다.

불과 40년전만 해도 건진2리에는 15호 가량의 토박이들이 주로 마을을 구성했었다. 그후 강청리, 지탄리 등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장찬리에 대규모 저수지가 축조되면서 8가구가 집단으로 이주하는 등으로 해서 마을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마을에서는 집성촌의 흔적보다는 하나 둘 모여들어 각성바지가 살고 있는 전경이 펼쳐질 따름이다.

토박이 15호 가운데는 이연태 조합장을 비롯한 경주이씨 문중 3형제 등 5가구가 유난히 시선을 끈다. 이영태 이원조합장, 이영복 군남초교 교감, 이영권씨 등 3형제는 드물게도 한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오손도손 형제애를 뽐내며 사는 부러운 이웃이다.  더군다나 이영태 조합장의 고조 할머니가 옥천군내에서는 물론 서울에까지도 맛과 인심이 소문난 개금벌 청포묵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옛부터 건진리를 통해 '솔티'를 넘고 옥천읍 가풍리로 넘는 길은 이원, 양산 사람들은 물론 경상도 쪽에서 올라온 길손들이 옥천을 가는 가장 지름길이었고 개금벌 묵집의 묵 맛과 인심은 한양가는 과객들에게 더없는 위안거리였으리라. 이런 사실은 이 조합장의 어머니인 최오분(88)씨로부터 전해져왔다.  이원중학교가 있어 이원 중등교육의 산실로 자리잡은 이곳 건진2리.

벼농사 중심의 산업구조였으나 최근들어 20여가구가 재배하는 포도를 비롯, 묘목, 복숭아, 사과 등 과수재배가 주요 소득원이다. 추곡 수매량이 해마다 크게 줄어드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30여년간 묘목을 재배해온 한신명(개금벌농장 경영)씨가 대표적인 독농가이며 숙원사업으로 마을안길 포장 등이 제기된다.  농한기가 돼도 도박을 모르고 지내는 주민들이기에 아직 이 마을의 인심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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