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만든 집 14채, 함께 떠나요'
'시로 만든 집 14채, 함께 떠나요'
'시인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행복한 여행길'
둠벙에 빠진 날, 김성장 저자와의 만남
  • 조영환 기자 ring@okinews.com
  • 승인 2018.11.29 23:30
  • 호수 14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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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장 시인이 북콘서트를 찾은 관객과 좋아하는 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장 시인이 북콘서트를 찾은 관객과 좋아하는 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이 진행하는 '둠벙에 빠진 날, 동네 저자와의 만남' 행사 일환으로 '시로 만든 집 14채'의 저자 김성장 시인 북콘서트가 27일 오후 7시 지역문화창작공간 둠벙에서 열렸다. 장내는 강연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시인의 벗들로 가득했다.

이날 김성장 시인은 '시인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행복한 여행길'을 주제로, 전국의 문학관을 돌아다니며 느낀 점을 하나 둘 풀어놓았다. 그는 한 개인으로서, 시인들의 삶을 통해 자신과 사회를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시대가 요구하는 대로 살아왔죠. 이제는 그 과정을 성찰할 때가 됐습니다. 쉼표와 마침표를 찍어야 해요. 시인에는 많은 유형이 있어요. 발표되지 않을 시를 쓴 윤동주, 가슴에 불꽃을 안고 산 이육사, 친일을 한 서정주. 삶의 여러 층위를 보고 있노라면, 의식을 갖고 산다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직접 찍은 사진을 보며 각 문학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도 있었다. 문학관의 시비나 동상에서도 시대의 향기와 시인의 성향을 느낄 수 있다는 말에, 청중의 입에서 엷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80년대에 세워진 시비는 대개 네모난 자연석입니다. 90년대 이후에야 디자인 개념이 부여된 시비가 등장하죠. 동상에 따라 인물이 달리 보이기도 해요. 같은 김남주 시인이라도 한 동상에서는 자본주의에 항거한 투사를, 다른 것에서는 도저히 투사일 것 같지 않은 따뜻한 사람을 보게 돼죠"

김성장 시인은 글로 시인을 만나는 것과, 그가 살았던 곳에서 어떤 순간을 공유하는 것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우리네 문학관 모습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헤밍웨이나 톨스토이 같은 대문호의 문학관은 특별한 건물이 아닙니다. 그들이 나고 자란 집이죠. 삐걱거리고 보잘 것 없어 보여도, 그 자체로 그들의 삶과 향기를 안고 있는 거예요. 반면, 우리는 시인의 생가가 남아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있다고 해도 대개는 '재개발 초가집'일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로 만든 집 14채'의 주인들이 오래도록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단지 유명한 시를 남겼기 때문일까. 김성장 시인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가 그들을 읽는 이유는, 그들이 우리 시대의 언어로 우리 마음을 훔쳤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어요. 많은 시가 사실상 표절입니다. 그러면 아무 가치도 없는 작품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시대에 맞는 언어로 사람들의 가슴을 때렸고, 그로 인해 영원히 기억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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