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의 현실과 해결 과제
여성농민의 현실과 해결 과제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89.09.30 00:00
  • 호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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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서 농촌문제의 심각함이 거론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촌총각들이 혼기를 놓쳐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소값파동 농가부채 심지어 투기꾼의 손에 삶의 터전을 빼앗겨 버린 농민들의 연이은 자살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걱정의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때로는 농촌공업 육성책이니 영농후계자 양성이니 하는 그럴듯한 정책을 들고나와 금방이라도 살기좋은 농촌이 될 듯 큰소리치는 정부에 기대해 보지만 모두 알다시피 빚만 늘어가는 농촌실정을 보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오늘 농촌사회의 피폐함을 걱정하는 뜻있는 분들은 농민문제의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으로 수입개방정책 등에서 보여지는 바와같이 한국경제의 의존성을 지적한다. 80년대 들어 미농축산물 전면 수입개방화 시책으로 인해 애써지은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게 되어 생산비도 제대로 건질 수가 없다.

또한 전국민의 생활에 가장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의 희생의 대가로 성장한 공업화 정책은 전체농민의 절대 다수가 소작농으로 전략케 하였으며, 영세소농으로 인한 가난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저농산물 가격문제, 이농문제, 수세 등의 과중한 세금부담, 문화적인 낙후성 등은 농민 현실을 말하는 데 빠질 수 없는 문제이다.

농민문제를 거론하는 데서 빠뜨릴 수 없는 것 중에 하나는 여성농민의 문제이다. 60년대 공업화 정책의 실시 이후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떠나는 이농인구는 최근까지 매년 50∼7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건장한 청년들이나 처녀들은 일자리를 찾아 상경하여 도시의 공장노동자로 되고, 도시빈민의 대다수가 농촌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다.

이렇게 일꾼들이 떠난 농촌에는 노인과 여자들이 농촌 일꾼의 대다수로 남아 있다. 오늘날 농촌의 여성들은 농사일도 하면서 동시에 가사일도 자녀양육도 담당하고 있다. 정부의 저임금, 저곡가 정책 때문에 오히려 예전보다 여성들이 농사짓는 몫은 훨씬 더 많아지고 있다.

대체로 여성농민들이 일하는 시간은 12시간 이상이라고 한다. 남자들과 똑같이 들에 나가 일하고, 집안일까지 도맡아야 하는 여성농민들의 고통은 가히 살인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가장을 중심으로 가족노동에 의하여 여성농민들은 도시의 여성에 비해 발언권이 약할 뿐 아니라 마을회의에서도 소외되는 차별을 겪고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교육의 기회도 적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일은 집안일 뿐이라고 하여 여성농민의 사회적인 위치는 매우 소외되어 있다.

더구나 혹독한 농사일 등으로 만성적인 신경통까지 겹쳐 소위 농부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지 않은 여성은 거의 없다. 또한 여성농민들의 의식 또한 낮아 자신들의 차별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 과연 우리사회의 농민문제, 여성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경북 성주마을의 8부녀회의 활동이나, 최근들어 몇몇 마을에서 일어나는 여성농민들의 활동들은 여성농민들이 한탄과 원망이나 불평불만으로 어려움을 해소하려는 것이 아니라 농민문제는 바로 농민자신이 뭉쳐서 잘못된 것을 고치려 할 때 해결될 수 있음을 알게해 주는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가난은 숙명도 아니고 게을러서도 아니다. 농민의 가난과 차별의 굴레는 농민들 자신이 단결하여 해결하고자 할 때 벗어버릴 수 있음을 여성농민 스스로가 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우리의 또 하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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