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규 충북클로바동지회장
민종규 충북클로바동지회장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1989.10.07 00:00
  • 호수 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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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엔 오곡이 영글어가고 골에 흐르는 물은 구슬처럼 흘러 내린다. 89년의 한 해도 이제 남은 날의 일들을 생각하기에 더욱 바쁘다. 중부는 지난 4월 농어촌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각종 토론회를 거쳐 89년 정기국회에서 입법추진을 하고 있다.

그런데 농민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같다. 오히려 남의 땅을 많이 사들인 투기꾼이나, 고향에 땅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더욱 관심이 있는 것같다. 그간 정부는 각종 언론 또는 별도의 팜플렛을 통해 홍보를 했는데도 농민들은 왜 자세히 읽고 분석하려 들지 않는가? 무관심은 포기일 것이다.

투자 가치도 경제성도 없는 농업이지만 재벌들은 먹고 즐기는 휴식공간에 집중투자하고 있음이 국감을 통해 밝혀졌다. 70%이상의 농지, 80%이상의 임야가 이미 농민의 것이 아니다. 왜 농민들은 땅을 팔아야 되고 도시로 옮겨간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남아있는 농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도시의 영세민, 행상, 막노동자는 누구이며 농가부채는 왜 누증되어가고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생활을 해야 되나? 경제기획원이 아니라 농촌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비교우위론이 농민을 생매장한 원론이 아니었겠는가? 라고 곰곰히 생각해 본다.

매년 50만 이상이 도시로 이동했고 이제 남은 사람은 노약자 뿐인데 이들이 마지막으로 남을 사람들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정부 정치인들은 농업의 중요성보다 농민을 통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희생을 강요했고 이용했을 뿐 농민의 입장과 국가의 장래를 책임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65년 93.9%의 식량자급도가 44.5%로 하락한 현실인데도 농민을 위해 만들어진 유통공사를 비롯, 농민의 희생 위에 돈을 벌은 대기업들이 환원은 커녕 서로 다투어 농축산물을 마구잡이로 수입해서 편익을 취하고 있다. 또한 좁은 영토인데도 85%에 해당하는 농촌공간은 무능과 갈등과 반목, 기회주의 성향, 부채로 인한 빈곤, 빈집, 몇명 안되는 빈교실, 농약·폐기물로 인한 공해로 찌들리고 있다. 이제 이보다 더 피폐하고 폐허된 지역으로 버려져서는 안될 것이다.

농업이 경제전략과 국가안보에 가장 중요한 산업인데 왜 타산업에 종속시켜 각종 매체로만 이용했을까? 국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농촌지역 사회에서 대우받던 유지·지도자들은 그간 무엇을 했으며 지금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늦었지만 정부는 농촌 구조개선책으로 농어촌공사를 설립하고 농지관리 기금을 설치하여 개혁할 계획을 국회에 내놓고 있으나 토지공개념 법안이 기형적으로 변조되는 재연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어떤 충실한 의원들은 현장으로 또는 전문가들을 찾아가며 조사·토론·자문을 통해 연구·검토하는 것을 볼 수 있는가 하면 민생의 공평을 위해 법안을 다루는 국회가 공정을 기할 수 없음을 볼 때, 이 나라 국민들은 어떤 사람을 국회로 보냈는가? 이미 선거 때 향흥·돈·취직·사업 등의 약속으로 선택의 조건이 끝났다 해서 이제 지역을 대표하고 국민공익을 위한 대변자로서의 입장이 아니란 말인가? 실로 개탄할만한 일이다.

몇 사람에 의해 지배되는 국가, 하루살이 장관, 몇몇의 종용에 의해 움직여지는 사회, 일시적이고 전문성이 없는 입법의 제정과 시행, 이 모든 것은 비민주적이고 공평의 원칙을 벗어난 일이며 정책 또한 정략적이거나 인기관리를 위한 임시조치법이 되어서는 안된다. 진솔해야 되며 농민이 이해하고 믿을 수 있도록 실현 가능해야만 된다. 금번 농정입법은 농민을 위해서도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도 획기적이고 중요한 것인만큼 정부의 계획보다 훨씬 훌륭한 정책이 제정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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