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11월(장독대 4집)
가을 그11월(장독대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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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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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주부문학회 / 문경출판사 / 189쪽 / 1995.12.20일 초판 / 3,500원 구입문의 : 문경출판사 ☎ 042-221-9668~9

국립묘지 산책

입동이 지나고, 소설이 코앞에 닥친 날씨에도 앞 뜰 한켠 다소곳이 피어있는 맨드라미 꽃빛은 여전하다. 인후염의 고통을 막 치르고 난 뒤라 늦가을의 삽상한 공기가 다소 염려스럽기도 하였지만, 몸이란 의례껏 마음의 상태를 따르기 마련이라는 나름의 신념을 되새기며 차에 올라 핸들을 잡고 국립묘지로 향하는 길...

고집스러운 의기도 헌신의 자세로 이렁저렁대는 낙엽을 보며 서러웁다. 유성에서 동학사로 가는 길 초입 갑동에 자리잡고 있는 국립묘지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는 헌병은 묻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의례적인 질문에 늘 그랬듯이 "참배하러 왔습니다"라는 답을 마치기도 전에 경례로 맞이하는 헌병의 정련된 맵시는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군더더기 없는 설명과 변명이 따라붙지 않는 명쾌한 논리를 접할 때의 상큼함이다.

강효숙 수필 '국립묘지 산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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