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탐방] 한일 사진관
[상가탐방] 한일 사진관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1999.06.05 00:00
  • 호수 4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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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에 맞춰 한일사진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는 조복현(52)사장만이 테이블에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옥천의 최초 여류 사진사일지도 모르는 조씨의 부인 이순애(50)씨는 보이지 않았다.

"우체국에 사진 부치러 갔어요."

"안내면이나 안남면같은 곳에서 나오시는 어르신들은 사진 찾으러 또 나오시기 번거롭잖아요, 그래서 우편으로 보내드리지요."

78년에 문을 열어 같은 자리를 지키며 20년 넘게 자리잡고 설 수 있었던 저력은 세심한 것에 신경을 쓰는 서비스 정신일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힘든 시절이었지요. 아내가 없었으면 꾸려 나갈 수 없었을 거예요. 아마 옥천에서 오토바이 면허증을 따고 오토바이를 직접 타고 다닌 여자는 이 사람이 처음일걸요?"

지금 한일 사진관이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고 조씨 혼자서 활동을 하기에는 생활형편이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 이씨는 남편 조씨에게서 사진 기술을 배웠고, 초등학교 어린이들 소풍이나 마을 단위 여행 그리고 유치원 졸업식 사진까지 남편보다도 더 많은 곳을 뛰어다녔다.

"그 당시에 제가 찍어 주었던 국제상사나, PP 산업의 아가씨들이 지금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와 가족 사진이나 돌 사진을 찍고는 해요."

그 당시 언니, 이모 하면서 친절하게 지냈던 것이 지금도 찾아오는 평생 단골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사람들은 제 아내가 저보다 사진을 더 잘 찍는 줄 알아요."

조씨의 말대로 사진 기술이야 이씨가 조씨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이나 야외촬영을 하는 신부들이 이씨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이씨도 아이들의 천진한 모습과 신혼 부부의 아름다운 시작을 사진에 담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도 조씨 부부가 가장 행복하고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작년 6월 20년 동안 세 들어 살던 건물이 조씨 부부의 소유가 되었을 때.

그러나 지금도 어김없이 연중 무휴로 큰 명절에만 오전에 잠시 문을 닫을 뿐 절대로 문을 닫지 않고, 아침 5시에 문을 열고 밤 12시에 문을 닫는다.

남들은 억척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조씨 부부의 설명은 이렇다.

"사진을 찍을 사람들이야 다른 곳에서 찍어도 되고 다음에 와도 되지만 사진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을 헛 걸음 시키는 것이 미안해서 도저히 문을 닫을 수 없어요."

시력이 나빠져 정확한 초점을 잡을 수 없을 때까지는 계속 사진관을 경영할 것이라는 조씨 부부는 슬하에 종성(27), 현주(25) 남매를 두었다.

연락처: 731-3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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