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의 청소년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옥천의 청소년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1999.05.29 00:00
  • 호수 47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끄러운 음악이 넘쳐나는 무대, 그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한 무리의 아이들, 무대 밑에는 그들의 동작 하나 하나에 손을 흔들며 열광하는 10대들이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화공연 현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이고 요즘 형성되고 있는 그들의 문화다..

문길이, 호진이, 유신이, 영민이도 무대 위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기쁨을 느끼는 아이들이다.

"즐겁잖아요, 아이들에게 나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개성시대인데 튀어 보여야 하지 않겠어요."

아이들이 춤을 좋아하는 이유고,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 공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이유 '나를 알리고 싶다'.

그들은 도대체 왜 자신을 애써 알려야만 하는 것일까?

"교복치마를 짧게 줄여 입는 것이요? 튀어 보이고 예뻐 보이잖아요"

'짧은 교복치마, 치수보다 훨씬 큰 신발, 염색한 머리,'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들은 모두 튀어 보이고 싶은 욕망과 예쁘게 보이고 싶은 생각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그들은 왜 그리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 보이고 싶은 것일까?

그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친구'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을 설명 해준다.

친구 때문에 학교를 다니고 간혹 가장 친한 친구와 싸우고 나면 학교에 가기도 싫고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한다고 말한다.

튀어 보이고 싶은 것과 친구. 전혀 연결이 되지 않는 이 두 낱말 사이에 '존재'라는 낱말을 넣는다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엿볼 수도 있다.

지금 이 시대 10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체성'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나가는 하나의 인격체임을 알리고 싶은 자연스러운 본능.

그 본능을 충족시켜주고 확인시켜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친구일 것이다.

하나의 인격체인 10대 청소년들에게서 그들의 존재가치를 박탈한 것은 바로 우리 기성세대들은 아닐까?

그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찾고 자신의 소중함을 깨우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미래 사회에서 만들어 놓은 성공이라는 목표만을 강요하고 과정에서 멀어져 간 아이들에 대해서는 잔인한 마녀사냥을 가한 것은 바로 이 사회가 저지른 죄악은 아닐까?

그들이 알아듣기도 힘든 래퍼의 부르짖음에 열광하고 고고한 예술적 가치를 찾을 수 없는 힙합댄스에 손을 잡고 열광하는 행위 하나하나는 그들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들의 존재를 부르짖는 본능적 행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의 문화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은 박탈당했지만 게릴라처럼 여기저기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세계 50억 인구가 춤을 싫어해도 저는 춤을 추겠습니다."

확신에 찬 유신이의 말이다.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자유로운 기회와 공간을 주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런 청소년들의 열기는 군이 주관하는 청소년 어울마당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청소년들이 어울리며 `우리들만의 숨소리'를 들을 공간인 셈이다.

기성세대, 어른들의 낡은(?) 청소년관은 이곳에서 필요치 않다.

기존의 관행적인 관념을 거부하고 자신있게 자기를 밝히는 이들에게서 변화가 감지된다.

청소년들을 선도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머리모양, 복장 모양새만 문제삼는 세대는 이제 다시 오지 않는 시대로 가고 있다.

옥천의 청소년들은 어느 곳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지금 옥천에 10대들이 오락실, 노래방, PC 게임방, 뒷골목 말고 자유롭게 자신들의 활개를 펼 수 있는 곳은 또 어디에 있을까?

그들을 모두 청소년 수련관에 몰아 넣을 수 있을까?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밑그림이 완벽하게 그려진 그런 도화지는 아닐 것이다. 자신들의 생각과 이상을 마음껏 그려낼 수 있는 하얀 도화지. 이제 그들에게 하얀 도화지를 주어야 할 것이다.

"왜 술집에서 술을 따른 10대는 매장 당해야 하고 그 술을 마시고 술 따르기를 강요하는 어른들은 무사한 거지요?"

"왜 무서운 10대들은 있는데, 징그러운 40대나 50대라는 말은 안 나오는 거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