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봄배추 판로 확보 비상
안내 봄배추 판로 확보 비상
  • 이안재 ajlee@okinews.com
  • 승인 1999.05.29 00:00
  • 호수 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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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면 특산물인 봄배추를 재배한 농민들은 지금 시름이 많다. 남부지방에서부터 배추가 많이 심어졌고 작황도 좋아 예년에 비해 공급이 과잉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생산된 배추는 얼추 상인들과의 밭떼기 거래를 통해 소비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2백50원까지 받아 제법 소득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인들의 눈치가 그렇지 않았고 가격조차 판매 초반기 2백원에서 130원, 또는 150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상인들의 발길이 끊겨 배추를 그냥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 이에 따라 안내면(면장 전용구)에서 봄배추 생산농가를 중심으로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파악하며 판로 확보에도 나서고 있지만 27일 현재까지 판매계약된 배추는 전체 생산량의 48%인 17만4천 포기에 머물고 있다.

올해 안내면에서 23농가가 참여한 배추농사의 면적은 9ha. 생산 추정량은 36만1천 포기다. 지난해 36농가가 13ha의 면적에서 48만7천 포기를 생산했던 것과는 비교하면 생산량과 농가 호수가 줄었지만 다른 지역에서의 봄배추 작황이 좋은 데 따라 덤터기를 쓰고 있는 형국이다. 시장가격이 낮으니 상인들도 쉽게 덤비려 하지 않는다. 안내면 현리의 허대성씨는 그래도 상인들과 판매계약을 맺어 8백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포기당 2백원꼴. 그러나 상인들의 요구로 판매한 돈의 일부인 2백만원을 상인들에게 되돌려 주었다. 그러니 포기당 150원꼴이 되고 말았다.

상인들이 손해를 보게 생겼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 농민들의 입장. 한 해만 거래하고 말 사이라면 속된 말로 '입 싹 닦고 말겠는데' 어디 그런가. 올해는 대단위로 경작한 농가들이 판매를 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가 호수로 보면 7농가가 판매계약을 맺은 반면 7만 포기를 재배한 안내면 현리의 최옥태씨와 3만7천 포기를 재배한 민병용씨 등 전체 23호 가운데 11농가가 전혀 판매계약을 하지 못했다.

나머지 배추 수확기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농가는 5농가에 생산량은 4만3천 포기. 이들 농가는 다행히 판매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6월초면 당장 벼 2모작에 들어가야 하는 농민들로서는 애가 닳았다. 특히 배추가 저장성이 없어 6월 초순까지는 처분을 해야 할 형편이고 보니 현리 이춘식씨는 수확을 포기하고 면에 처분을 위탁했다. 배추를 뽑아가고 비닐을 걷어 모를 심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조건 하나만 달랑 달고. 면에서는 이씨의 가슴쓰린 위탁에 27일부터 군내 사회복지시설인 영생원과 부활원, 청산원을 비롯, 음성꽃동네와 군내 주민 등에게 이 배추를 처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이씨는 선행을 하고 있지만 봄동안 애지중지 재배했던 배추를 돈 한 푼 못하고 그냥 버려야 하는 심정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박원용(67·현리)씨는 배추가 팔리지 않자 일찌감치 국도변에 배추 판매소를 차렸다. 3포기에 1천원씩. 배추 좌판을 벌인 지 사흘째인 27일 현재 하루 1천 포기 정도를 소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덤으로 주는 배추가 많아 1천원에 평균 4포기는 나가는 꼴이다. "속상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있나요?. 전국적으로 공급과잉이 되어 그런 걸요. 그래도 돈주고 사서 파는 것 아니고 내 것 없애는 것이니 어쨌든 처분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집에 들어갈 때가 되면 몽땅 떨이하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웃는다. 속 편하게 사는 것이 제일이라며.

안내 봄배추는 이제 고비길이다. 판매가 여의치 않으면 무더기로 밭에 그냥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지도 모른다. 벌써 꽃대가 나오고(꽃대가 나오면 상품성이 없어져 상인들도 사가지 않는다) 밑둥은 썩어 들어가고 있다. 현재로선 출하를 포기하는 물량이 상당수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안내면에서는 배추를 처분하느라고 비상근무를 하고 판로를 알아보고 군에 배추 팔아주기 운동을 펼쳐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어찌되었든 이번 주말에는 배추를 사러 안내면에 들르자. 1천원이면 배추를 여러 포기 살 수 있다. 시장에서 사느니 현지 배추 포장에서 싱싱한 것을 값싸게 사는 것도 알뜰한 주민들의 지혜가 될 것이다. <안내면 732-6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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