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앗거리에서]군민들의 여론을 읽어야 할 이유
[물방앗거리에서]군민들의 여론을 읽어야 할 이유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3.06.13 00:00
  • 호수 6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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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이 란을 통해 나는 이원종 지사, 홍선기 전 대전시장, 염홍철 대전시장의 가족 애경사 형태와 1일 있었던 유봉열 군수의 자녀 결혼식을 비교하고 독자들의 판단을 구하려 했다.
 
보도 후 결혼 당사자인 군수의 자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 요지는 `옥천신문은 왜 군수의 잘못만 보도하느냐, 지난해 있었던 유 군수의 또 다른 자녀 결혼식 때 축의금을 받지 않은 사실은 왜 보도하지 않고서 이번에 남들 다 받는 축의금을 받는다니 보도하는 것이냐, 그 것이 무슨 문제냐며 자신의 결혼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까지 신문 보도를 본 후 축하전화를 해주니 오히려 고맙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물론 이날 있었던 유아무씨의 항의는 유봉열 군수의 가족으로서, 또 이번 결혼 당사자로서 당연히 있을 수 있는 항의다. 기사에 대해 얼마든지, 이견을 제기할 수 있고 비아냥도 할 수 있다. 군수도, 군수의 가족도 군수이기 이전에 자연인이라는 말이 이해도 간다.
 
그러나 이번 결혼식이 군수 자녀의 결혼식만 아니었으면 세간의 주목도 끌지 못했을 뿐더러 신문에 쓸만한 사안도 아니었을 것이다. 군수라는 직위가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공인이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신문에 보도할 만한 사안이 된다는 것이다.
 
유 군수 가족의 언론관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뒷 얘기를 들추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지방선거가 막바지 본보는 유봉열 군수가 청성에 정신요양시설을 하려는 업자로부터 100만원짜리 한복을 선물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한복을 받고 나서 바로 돌려주었다는 유 군수측의 해명도 실었다. 마침 선거가 일 주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그런지 그 기사를 보도하는데 한바탕 곤욕을 치러야 했다.
 
신문 편집 마감일인 밤늦게 유 군수의 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복을 받았다는 폭로를 한 사람은 군수를 이번 선거(2002년 지방선거)에서 낙선시키려는 사람인데 선거를 코 앞에 두고 모함하기 위해 알려준 사실을 기사화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또 옥천신문이 군수에 대한 비판기사를 낼 때마다 군수 가족으로서는 무수히 많은 날들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동안 꾹 참아왔으나 이번 만큼은 기사를 내면 안된다고 했다. 더군다나 기사를 내지 않겠다고 약속하기 전까지는 전화를 끊지 않겠다며 보도가 나갈 경우 차마 기사에는 쓰지 못할 정도의 극단적인 말까지 이어졌다.
 
평소의 평판이나 들었던 인품에 비추어 믿어지지 않았고 귀를 의심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옥천신문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비열한 술책이라고도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공인의 가족으로서 언론보도에 대응하는 모습이 더 이상 이래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묻었던 얘기를 다시 꺼내는 부담을 감수하기로 했다.
그 자신 외롭고, 사사건건 필요이상의 관심을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공인의 가족에서 보면 이러한 항의를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우리는 군수 개인에 대한 보도가 나갈 때 가족들에게 들어야 하는 이런 류의 협박성, 또는 비아냥성 항의보다는 차라리 언론중재위 제소를 통한 반론보도나 정정보도요구로 공식화해줄 것을 요구한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존경받고 지도층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군수의 위치라면, 군수 가족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군민들의 정서를, 일반 주민들의 생각을 읽어야 할 의무가 있다. 공인의 위치에서 받는 특권(?)만큼 특권에 상응하는 겸허함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선거 때 군수는 주민들을 모시고 심부름 잘하는 머슴 구실을 한다고 굳게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군수라는 공직에 있는 만큼은 일거수일투족을 신중하고, 또 조심스럽게 군민에게 겸손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서양 상류사회 윤리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정신을 `노블리스 오블리제'라고 할 때, 우리 조상들이 굳건히 지켜왔던 `선비정신' 또한 그에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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