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성적순으로 아이들을 짓밟지 말라'
[기자의 눈] `성적순으로 아이들을 짓밟지 말라'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6.06 00:00
  • 호수 6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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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이라 생각하면 아주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교사들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의미를 다시 보면 현재 교육의 단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끄집어내기로 했다. 그것은 선정과정의 문제점이다.

옥천중학교의 고노헤마치 방문에는 당초 32명의 인원을 초과한 약 50명이 신청했다. 어떻게 추려냈느냐고 물었다. 담당교사는 고민한 흔적을 엮은 두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보여주면서 결국 `성적순'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 두 페이지의 보고서에는 다섯 가지 안이 제시돼 있었고, 각 안을 택할 시에 야기되는 문제점이 상세히 명시돼 있었다. 몇 번의 논의를 거친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결국 선택한 것은 `성적순'이었다. 설명을 들어봤다. 담당교사는 학생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성적위주의 선정에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지만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선정하려면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또, 덧붙였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이 기회에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제시했다. 교장도 난감하다 했다. `공연히 엄한 것 떠맡아서 걱정을 사서한다'고. 교사들의 고민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아니다 싶다. `성적순'이라는 말이 판단근거가 되는 교육현실에 대해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

왜 `성적'이 일본에 가는데 판단근거가 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목적에 합당한 선정기준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양 국간의 학생문화사절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일본을 많이 알거나 알고 싶어하는 아이들, 우리의 전통문화를 일본아이들한테 전파할 수 있는 아이들을 선정했어야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들의 다양성을 얼마나 학교교육이 담아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성적이 모든 아이들의 다양성을 포괄할 수 없다는 것은 변화하는 입시제도와 교육과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학교가 `성적순'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기보다는 다양한 평가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아! 참 중간에 교장의 발언은 `실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물론 답답한 심정에서 나왔겠지만, `엄한 것 떠맡은 것'이라는 발상은 위험하다.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멋진 문화수업으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닌가? 방법의 어려움 때문에 목적을 포기하는 것은 한계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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