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공무원노조 출범과 언론개혁
[현장에서] 공무원노조 출범과 언론개혁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06.06 00:00
  • 호수 6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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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의 출범을 전·후해 지방일간지와 지역공무원노조지부 사이에 흐르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 최근 지방일간지들의 보도에 대한 각 공무원노조의 `성명서' 발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 기류의 시작은 아무래도 충청일보의 지난 4월29일자 `흔들리는 공직사회'라는 기사로 봐야 할 것 같다.

청원군 공무원들을 취재대상으로 잡은 이 기사는 결국 지난 2일 청원군에서 `충청일보 화형식'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여기에 동양일보의 `공무원노조원 근무기강 해이(6월2일자)'라는 기사와 중부매일의 `기자수첩-안티공무원(6월3일자)'이라는 기사가 또 불을 질렀다.

동양일보 기사와 관련해서는 영동군지부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옥천군 노조출범에 발맞춰 나온 중부매일 기사와 관련해서는 옥천군지부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병상 기자는 기사를 통해 "농민들이 공무원노조의 출범을 참담하게 지켜보고 있었다"라며 공무원노조의 출범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전달했다. 그 과정에서 취재원을 `농민들'이라는 불특정 다수로 제시하고 있으며 '축복 속에 탄생하지 못한' 등의 듣기에 따라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들이 눈에 들어온다. 결국, 박한범 지부장에 따르면 `조합원들의 계속된 요구'로 5일 긴급 임원회의를 개최했고 `성명서 발표'를 결정했다.

성명서를 통해 옥천군지부는 중부매일 정병상 기자의 기사를 "편협된 논리로 공직사회를 매도한 무책임한 보도"로 규정하면서 "공무원노조에 대한 그릇된 여론을 형성하려는 치졸한 여론조작"으로 해석하며 지면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옥천군공무원노조의 이런 반발이 일견 신선해 보이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사과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내세운 조건 때문이다. 공무원노조는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시민단체 및 기업체 등과 연대해 구독금지는 물론 광고와 홍보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또 언론사(중부매일)의 부당한 광고, 촌지 요구 및 연감 강매 등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하여 옥천군지부에 신고창구를 개설, 운영한다고 제시했다.

`구독중지운동'이야 안티조선운동을 통해 이미 수용자 중심의 언론운동으로 자리를 잡아간다고 치자. 광고와 홍보의 중단은 위험하다. 자칫 광고를 이용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읽힐 소지가 크다. 더군다나 부당한 광고, 촌지요구 및 연감강매 등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한 신고창구의 개설은 사과를 요구하며 내세울 수 있는 협상카드가 아니다.

협상 카드로 제시할 정도라면 부당한 광고와 촌지요구, 연감 강매 등의 횡포가 공직사회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 이는 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협상용 카드가 아닌 공직사회개혁과 언론개혁을 위해 공무원노조의 일상사업으로 받아 안아야 할 사업이다.

중부매일의 보도와 관련한 공무원노조 옥천군지부의 `사과요구 성명서' 발표가 자신의 단체를 흠집 낸 언론사에 대한 보복 차원이 아닌 건강한 언론사와의 관계 설정과 언론개혁에 있다면, `사과를 안 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지 말고, 지속적인 언론개혁운동으로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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