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앗거리에서]이원종·염홍철·홍선기와 유봉열
[물방앗거리에서]이원종·염홍철·홍선기와 유봉열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3.06.06 00:00
  • 호수 6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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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담스럽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큰 일이고 축하해야 할 결혼식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니 그렇다. 6월1일 유봉열 군수의 자녀 결혼식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자칫 성대한 결혼식을 시기해서 흠집내기를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말을 들을까봐서다. 미리 말하자면 신혼부부의 행복한 결혼에 재를 뿌리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렇지만 우리 고장의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일이었으니 한 마디 해야겠다.

이원종 충북지사는 관선지사였던 지난 92년에 맏딸의 결혼식을 치렀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92년 6월20일 토요일에 서울에서 결혼식이 있었는데 이 지사는 19일 퇴근시간을 두 시간 넘겨서까지 근무하고 집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후 비서들도 모르게 결혼식을 치렀단다.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청주지역 행사에 참석해 지사의 맏딸 결혼식이 있었는 지는 한참 후에 확인되었다는 일화다.

홍선기 전 대전시장도 지난 97년 있었던 애·경사 때 경조금을 받지 않았음은 물론 해외출장이나 명절 때 건네졌던 떡값도 거절했다고 한다. 염홍철 현 대전시장은 지난 5월24일에 있었던 큰딸의 결혼식에서 모든 축의금과 화환을 금지시켰다. 자신이 다니는 교회 소식지에 축의금과 화환 등을 받지 않는다고 알린 데 이어 일주일 전부터 비서실 직원들의 대외접촉도 제한했다. 혼사를 알리지 않았는데도 당일 2천여명의 손님이 찾아오자 식장에는 방명록과 명함 바구니만을 마련했다고 한다. 

지방단체장들이 자신의 애·경사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1일 유 군수 자녀의 결혼식에 2천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식장에서는 축의금도 받았다.  축의금이 얼마나 들어왔는 지는 알 수는 없으나 이날 준비한 음식은 3천인분이며 두 개 잔치방에서 2천여만원의 음식값이 들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결혼식을 보면서 현직 군수로서 고민이 너무 적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정부가 90여만 공직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19일 새로운 `공무원 행동강령(윤리강령)'을 발표한 이후인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강령에는 직무 관련자로부터 3만원을 초과한 금전·선물·향응 금지, 직무 관련 여부나 직급에 관계없이 5만원을 초과한 경조금품 접수 금지, 3만원을 초과한 화환, 화분 수수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해마다 군수와 의원들은 자신의 재산 변동사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어찌되었든 유 군수는 이번 결혼식에서 얼마나 경비가 들어갔는지, 얼마의 축의금이 들어왔는지를 재산공개시 밝혀야 할 의무를 함께 안게 되었다.

좋은게 좋다고는 하지만 현행 선거법상 상시 제한행위로 주례를 설 수 없다거나 축의·부의금품은 1만5천원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는 거꾸로 적용해도 맞는 말이 되어야 한다면 지나친 억지일까?

극히 일부이겠으나 과잉 충성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 얘기가 들리고 당장 내년 총선 출마후보자 중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에 대한 향응접대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결혼식에 대해 내가 만나본 몇몇 이들은 법이나 규정 이전의 문제 아니냐고 반문한다. 이 소박하고도 상식적인 물음이 잘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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