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심의위원회 회의 문제 있다
[기자의 눈] 심의위원회 회의 문제 있다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5.30 00:00
  • 호수 6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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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쪽으로 되어 있는 `옥천군생활폐기물 수집, 운반대행 수탁기관선정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이 심의위원회가 얼마나 유명무실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심의위원회 회의에는 총 7명의 위원중 전기식 자치행정과장과 김향묵 공직자 윤리위원장을 제외하고 유봉열 군수, 신석균 부군수, 곽윤성 환경수질과장, 임성희 여성단체협의회장, 이주상 충북과학대 환경생명과학과 교수 등 5명이 참석해 30여분간 토의했다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우선, 심의위원 선정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자. 군이 지난 2000년 관성환경 민간 위탁 시 특혜의혹이 일었던 사실을 조금이라도 감안했더라면 금 의원이 지적했던 대로 최소한 군의원 한 명쯤은 넣었어야 했다. 그것은 이전에 제기됐던 의혹을 불식시키고 투명하게 하려 했다는 군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군은 쓰레기 업체 전문가와 군의원은 차치하고 군수와 부군수, 두 명의 군 과장 등 군 관계자를 대거 심의위원에 포함시켰다. 7명 중 네 명이 공무원이라면 심의위원 선정에서부터 군의 의지가 드러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진행한 회의는 어떤가? 회의록을 여기서 잠시 살펴보자. 

·부위원장(부군수) : 3년간 관성환경에 위탁하면서 민원 발생 등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습니까?
·청소행정담당 : 특별한 문제없이 비교적 양호하게 운영했다고 봅니다. 
·이주상 위원 : 재계약을 할 경우 관련업체의 반발 우려는 없습니까?
·청소행정담당 : 반발의 우려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객관적인 자료도 제시되지 않거니와 단지 환경수질과 청소행정담당의 답이 전부다. 두 번의 질문과 답변으로 관성환경은 양호하게 운영됐고, 관련업체의 반발은 있을 수도 있다고 단정됐다. 그걸로 끝이다. 이후에 이와 관련한 보충 질의는 하나도 없고,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위원도 없었다. 이어지는 위원장 유봉열 군수의 설명은 심의위원회 회의록의 압권이다.

·위원장 : 대전광역시의 경우 각종 행사시 청소 용역비를 별도로 세워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으나 우리 군의 경우 지용제 등 각종 행사시 또는 자연발생 유원지, 금강변 행락지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및 불법 투기한 쓰레기를 관성환경에서 처리하고 있어 예산절감효과 등 행정기관과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고 있고, 공개 입찰방식으로 계약시에는 예산절감과 청소관련업체의 참여기회는 되지만 종량제 봉투 외에는 미수거와 각종행사 및 행락지 발생쓰레기 수거에 불응하여도 대책이 없으며 별도 군예산을 확보하여야 하는 문제점이 있고, 부실업체 응찰시 고용인원을 줄이고 회사의 이윤추구에만 주력할 경우 수집, 운반, 거리청소 등 청소업무의 부실 염려의 소지가 있을 수가 있어 청소대행위탁선정에 대하여 의원님들의 고귀한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습니다.
·이주상 위원 : 원활한 청소행정 추진을 위해서는 재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임성희 위원 : 위탁기간동안 특별한 문제점이 없다면 3년간의 노하우가 있어 재위탁할 경우 잘 운영하리라 생각되는 바, 재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이 토의를 끝으로 의결에 들어갔고, 만장일치 동의로 관성환경 재위탁안은 통과되었다. 위원장인 유 군수의 발언에서 이미 관성환경 재위탁에 무게가 쏠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더구나 그 이유마저도 편파적이고 합당치가 못하다. 재위탁을 하면 문제가 없고 공개입찰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측면만이 부각되었다. 

이야기를 풀어보면, 관성환경이 생활쓰레기 수거 외에 행사발생 쓰레기 및 유원지, 불법투기 쓰레기까지 처리해 주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군예산을 책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재위탁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제대로 된 군 행정이라면, 행락지 및 유원지, 행사 쓰레기 수거가 재위탁 조건으로 덤으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고, 불법투기 쓰레기는 그냥 수거할 문제가 아니라 주민의식 차원에서도 별도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이것을 이유 삼아 재위탁을 하자고 하는 쪽으로 의견을 유도했고, 나머지 위원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 동의한 것이다. 

민간위원들과 전화통화를 해 본 결과, 최초 관성환경 민간위탁 당시 특혜의혹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고 쓰레기 수거업체 선정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수준이었다. 

2년7개월에 44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는 계약이다. 더구나 당초 민간 위탁 당시에 군의 특혜의혹이 일었던 업체이다. 군이 조금 더 고민했더라면 심의위원 선정부터 회의까지 이렇게 무성의하게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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