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왜 `쉬쉬' 하고 넘어가나
[기자의 눈] 왜 `쉬쉬' 하고 넘어가나
  • 이안재 기자 ajlee@okinews.com
  • 승인 2003.05.09 00:00
  • 호수 67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이기주의에 휩싸여 어느 한 기관을 우리 고장으로 끌고 오자는 얘기가 아니다. 어느 한 쪽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잘 추진되고 있는 사업에 훼방을 놓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곤란하다.

참여정부가 출범했고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지는 벌써 한참 전이다. 권위주의시대는 벌써 옛날의 유물로 비껴나가 있고 주민참여를 전제로 해야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요즘 정부의 발전모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영동군내에서만 얘기되고 있는 영동지원 이전계획은 옥천의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협의단계에서부터 참여가 봉쇄된 꼴이 되고 말았다.

벌써 영동읍내에 네 곳의 후보지가 추천되었고 대법원 관계자들이 후보지 선정을 위해 현장답사까지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왕 같은 기관을 공동으로 쓰고 있는 바에야 이전계획부터 후보지 선정까지 옥천에서도 충분히 알고 있었어야 할 사안이었고, 당연히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함께 합의 과정을 이끌었어야 했다는 얘기다.

현행 법률에 영동읍에 사무실을 두도록 되어 있으니 법률 개정이 앞서야 한다는 법원행정처 관계자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옥천·영동지역 주민들의 편의가 좀더 도모되는 방향에서 적정한 후보지가 선정되고 이전이 완료된 이후에 새로운 주소지에 따라 법 개정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법률을 개정해야 되기 때문에 어렵고 안된다는 얘기는 앞뒤가 뒤바뀐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심규철 국회의원이 제기했던 '옥천, 영동간 주민들의 첨예한 문제로 잘못 건들었다가는 큰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사실 이 문제제기가 극단적인 지역이기주의로 흐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걱정도 된다. 하지만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을 수야 없지 않은가.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면 공론화를 통해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합의과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옳은 길이다.

보이지 않게 잠복해 있을 지도 모를 옥천·영동군민간 감정의 앙금을 털어낼 기회도 만들 계기가 될 것이다. 주민간 갈등을 걱정해 기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 역시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으니 관행대로 가자는 말로 들린다.

그런 논리라면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어진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영동지원 이전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영동에서 옥천으로 기관 하나 빼앗아(?) 오기 위함이 아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행정행위 과정을 어떻게 공론화하고 주민들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느냐이며, 그 과정에서 참여가 있고 토론을 통한 멋진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