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과 영동 모두를 사랑합니다"
"옥천과 영동 모두를 사랑합니다"
[내고향 옥천] 영동 삼양인쇄사 유인희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5.02 00:00
  • 호수 6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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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읍 삼양리 출신 영동 삼양인쇄사 유인희씨

물고 물리는 연결고리는 궁금함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 연결고리의 과정이 길어질수록 말이다.  유인희(52·영동 삼양인쇄사)씨를 만난 것은 두 개의 연결고리를 거친 후였다. 한용택 농협군지부장의 추천을 받은 김춘수(영동 프로스펙스, 청산면 지전리 출신)씨가 유인희씨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편안한 음성을 가진 김춘수씨가 갑작스런 위궤양 때문에 말도 잘 못할뿐더러 더 고향사랑이 지극한 분이 있다고 유씨를 추천했다.  아무런 언질도 없이 급작스럽게 변경된 ‘고향사람’을 미리 전화도 못하고 불쑥 찾아간 꼴이 됐다. 영동읍 계산리에 위치한 삼양사 문을 열고 그를 테이블의 대화상대로 끌어들이긴 했으나 여전히 그가 인터뷰를 응할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고향’에서 왔다는 말에 참 따뜻하게 대해준 그 때문에 갑작스런 불청객의 방문이 민망하지 않게 됐다.
 
유인희씨가 인근 영동에 자리잡은 지는 1979년이다. 별 다른 계기는 없었지만, 당시 인쇄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영동에 인쇄소가 부족한 것을 간파하여 그냥 감각적으로 차리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단다.
 
79년을 기점으로 하더라도 살아온 날과 자라온 날이 거의 엇비슷해 영동 사람으로도 불릴 만한데, 그는 여전히 옥천 사람이란다. 자의반 타의반, 태어난 곳의 뿌리에 대해서 아직도 많은 시골 사람들이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옥천읍 삼양리가 고향인 유씨는 삼양초(20회)와 옥천중(17회), 옥천실고를 나왔다.  한덕사우나의 정만영씨, 중앙주유소 고명윤씨, 신기리에서 여관하던 오상영씨, 농업기술센터의 유치현씨, 옥천공업사 하는 정철영씨가 옥천에 가면 편안히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란다.
 
“어릴 때 기억요? 옥천실고 다닐 때 성당 언덕 잔디밭에 올라가서 통기타 치고 노래부르던 시절이 생각나곤 해요. 지금 대전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주경종이나 김동선, 충남경찰청의 곽명섭이, 정철영이가 같은 노래패였죠. 우리가 노래를 부르면 수녀님들이 호기심을 보이곤 했어요.”
 
시대의 발전과 더불어 급격한 인쇄업의 변화로 옛날 활판인쇄가 이제 컴퓨터로 바뀌었지만, 책을 만들어 내는 초심이 변한 것은 아니다. 고향에 대한 맘이 쉽게 변하지 않듯.  그는 주로 관공서에서 나오는 책들을 만든다. 영동문화원의 향토지나, 군의 통계연보, 농어촌의 서비스 사업계획 등의 책 등이 인쇄소 한 켠에 놓인 책장에 가득하다.
 
“20여 년 넘게 만들었으니 신뢰가 가서 그런지, 관공서에서 많이 맡기더라구요. 저도 시대에 발맞춰 뒤처지지 않도록 많이 노력했구요. 주로 팜플렛이나 조그만 책을 많이 만들어요. 인쇄업도 철이 있어서 연말 연시에는 눈코뜰 새 없이 굉장히 바빠요. 그 때는 새로 펴내고 마무리하는 것들이 많잖아요. 그러다가 여름이 되면 완전히 비수기에요. 그래서 인쇄업하는 사람들의 취미가 여름 레저가 많아요. 가령 낚시같은 거요.”
 
앞으로 5년 정도 일을 계속하다가 다른 일도 한 번 해보고 싶단다.  “아름다운 퇴장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잘 될지 모르겠어요. 욕심부리기 보다 미련을 덜어내고 물려주는 것도 괜찮을 듯 싶은데, 장담은 못하겠네요. 앞으로 사회에 힘이 되는 조그만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요. 여러 클럽에서 우루루 몰려다니며 하는 것 말고, 소박하게 남을 돕고 싶어요.”
 
영동에 있는 옥천 사람들과 향우회도 만들고 싶지만, 국회의원 선거 때문에 괜히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꼴이 될까봐 우려되기도 한단다.  “이원, 청산 향우회 등 조그만 규모의 모임은 많이 있는데, 그 것을 묶어주는 울타리가 아직 없어요. 향우회 조직하면 자칫 선거에 악용될 우려도 있고 해서 더구나 영동에서는 조심스러워 하는 편이에요. 그런 사회현실도 아쉽고요.”
 
그는 자신의 뿌리인 포도마을 옥천도, 줄기를 뻗게 하고 성장을 도와준 감고을 영동 모두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연결고리 하나를 다시 툭 던졌다. 영동농협 역전지소장을 맡고 있는 유윤봉씨. 그를 기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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