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마을숙원사업비 모두 `군비'
[현장에서] 마을숙원사업비 모두 `군비'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05.02 00:00
  • 호수 6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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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에서 밝히고 있는 선정기준에 따르면 검사에 의하여 공소제기되거나 기소유예, 공소보류, 기소중지, 가정법원(소년부)송치, 공소권 없음(단, 명백한 무혐의사건은 제외) 등이 결정된 범죄가 한 건도 없는 마을이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친 것이니 `범죄없는 마을'로 선정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기쁜 일이다. 더군다나 선정된 마을에는 '마을숙원사업비'까지 지원된다. 지난해까지는 마을 당 1천만원이었는데, 올해는 2천만원으로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시상금이 모두 군비로 지급된다는 사실이 영 께름칙하다. `내 생일날 선물을 내 돈으로 준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 숨길 수 없다.
 
대검찰청 홈페이지의 자료에 따르면 `범죄없는 마을 선정'은 지난 78년 제주지방검찰청에서 범죄예방을 위해 처음으로 실시한 것을 모태로 81년 대검찰청에서 `범죄없는마을운동지침'을 제정하면서 82년부터 전국에 확대 실시되었다고 한다.
 
그 태동부터 각 기초자치단체는 이 사업의 심사대상으로 `잘 했다'는 축하를 받아야 하는 위치다. 그렇기에 범죄없는 마을을 알리는 `현판'도 도지사와 검사장의 연명으로 되어 있고, 유공 주민에 대한 표창도 도지사와 검사장의 공동표창일 것이다.
 
그런데 주민들에게는 가장 큰 부상인 마을숙원사업비는 우리 군비라니, `예산을 지출하는 곳 따로 있고, 생색내는 곳 따로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어 억울하다.  현판에 이름을 걸고 있는 도와 검찰에서 `범죄없는 마을'에 부상으로 주어지는 숙원사업비를 책임진다면 사업자체가 더욱 값질 것 같다.

이런 문제 제기에 군 관계자는 "그래도 현판식 때 도지사님이 참석하셔서 마을의 다른 현안사업도 청취해 예산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고, 필요한 가전제품 등을 마을에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뀌었으면 좋겠다. 마을숙원사업비를 검찰과 도에서 책임지고, 군에서는 군의 이름을 빛낸 마을에 자체적으로 선물을 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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