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에 대한 자연스러운 '그리움'
뿌리에 대한 자연스러운 '그리움'
  • 황민호 기자
  • 승인 2003.04.25 00:00
  • 호수 67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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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옥천] 대전 서일여고 국어교사 정효식씨
▲ 옥천읍 가풍리 출신 정효식씨

그가 유승규 선생을 찾았다. 이미 잘 알려진 지용 선생이 아니라 고향출신 농민소설가 유승규 선생에 대해 묻는 그 목소리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용 선생의 무게에 가려졌고, 얼마 전에는 생가 보존도 하지 못한 채 외지인에게 집터가 팔려버린 다소 소외된 듯한 느낌이 드는 유승규 선생을 찾는 그가 반가웠던 것도 사실이다. 

옥천읍 가풍리 출신 대전 서일여고 국어교사라고 했다. 정효식(36)씨, 그를 해질 녘 대전 효동아파트 앞 긴 의자에서 만났다. 출향인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한 번도 없고, 더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다며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한 그를 ‘부담없는 고향얘기’와 ‘이래저래 살아가는 이야기’란 부제로 올가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에게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고, 아직도 가슴 떨리는 자유에의 열망을 갖고 있는 ‘길들여지지 않은’ 싱싱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청산중학교에 1996년 이전에 잠깐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었어요. 그 곳에서 지금 옥천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조만희(현 옥천여중) 선생님이나 김성장(현 옥천상고) 선생님을 만났고요. 96년에 대전 서일여고로 옮겨 대전으로 이사 온 후에도 간간이 연락을 했어요. 또, 김성장 선생의 지용에 대한 이야기와 조만희 선생의 옥천 수필기행 등을 토대로 국어 수업 자료로 활용한 적도 많았고요. 지금도 열심히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지용 시인은 이미 학교 다닐 당시 논문으로 쓴 게 있고, 유승규 선생에 대해 물어 본 것은 올 여름방학 과제물로 한 번 연구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어떻게 관심을 가졌냐구요?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나도 모르게 근원에 대한 애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아요. 내 고향이니까 하는 맘으로 의식적으로 한 것은 추호도 없고요. 뭐 연구를 한다지만 개괄적으로 기존의 것을 정리하는 것 뿐이지 깊이는 그다지 없을 거에요.”

연구 과제물이 완성되면 신문사에도 한 부 보내달라는 말에 겸손해 한다. 

“아이들한테 옥천에 직접 가서 관성회관 앞 지용 시비를 읽고 오라는 과제를 내주기도 하고, 옥천에 가서 지용의 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해요. 모르긴 몰라도 내가 가르친 아이들은 옥천과 지용선생에 대해서는 또렷히 기억할 거에요.”

군남초(17회), 옥천중(33회), 옥천고(8회)를 졸업, 초중고를 옥천에서 모두 다닌 정효식씨는 가풍리에 계신 부모님댁에 적어도 2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찾아뵐 정도로 고향을 그린다고 했다. 

“아내(고영미)가 청성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선생님이에요. 그래서 아내한테 옥천 소식도 전해듣기도 하고, 두 달에 한 번씩 군남초 17회 동창들이 옥천에서 모임을 갖거든요. 거기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 고향을 떠났다는 생각은 안 해요.”

옥천민예총에서 활동중인 곽정환씨가 군남초 17회 회장을 맡고 있고, 천안의 이영민씨가 총무를 맡고있다. 모임에는 40∼50명 정도는 족히 모인단다. 

“어릴 때는 짐자전거 타고 친구들과 함께 옥천 곳곳을 다 돌아다녔어요. 청산, 청성, 안내, 안남, 이원, 군북, 군서 등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발품을 팔았죠. 초등학교에는 육상선수였고, 중학교때는 배구선수였거든요. 몸 움직이는 것을 참 좋아해요. 도중에 접기는 했지만, 요즘도 수영이나 등산 등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어요.”

고향과 학교 이야기를 하다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그의 본색(?)을 드러냈다. “유목민의 피가 흐르는지 여행을 좋아하고,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해 흥미가 많아요. 현실에 안주하기 시작할 때 가장 위험하다는 것도 잘 알고요. 지금 교사생활을 하고 있지만,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찾아 언제고 떠날 수 있다는 맘가짐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얼마전 아내와 라디오 방송을 듣다가 동승의 촬영지가 순천 선암사라고 언뜻 들었어요. 그 주 바로 아내와 그 곳으로 여행을 갈 정도로 때론 즉흥적이에요. 거기 참 좋더라구요. 추천합니다.”

그는 말끔하고 세련된 양복을 입고 도회적인 감각을 드러냈지만, 희끗희끗한 짧은 머리와 눈에 도드라지는 턱수염에서 그의 방랑자적 기질이 엿보였다. 그는 고향을 더없이 사랑했고 ‘자유인’이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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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6-20 14:58:41
우와 ~~ 너무 멋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