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옥천을 사랑합니다"
"내고향 옥천을 사랑합니다"
[내고향 옥천] 옥천읍 상계리 출신 부산 장안중학교 김응국 교감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4.11 00:00
  • 호수 6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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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읍 교동리 출신 김응국씨

“내 고향은 시인 정지용이 노래한 향수의 고장인 충청북도 옥천이다. 주위엔 말고 깨끗한 금강물이 흐르고 경부고속도로 전체구간에서 가장 뛰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금강유원지가 있고, 또 속리산 법주사로 가는 관광도로가 넓게 길게 뻗어 있다. ‘향수’에서 노래하는 실개천이 마을 한 가운데를 흐르고 또 정지용 시인의 생가가 있고, 이웃에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있으며, 유수의 대학교 국문학과 학생들과 관광객들이 줄지어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는 학교에서 발행하는 문집에 고향을 이렇게 표현했다. 멀리 떨어진 타향에서 그의 고향에 대한 절절함은 굳이 행간의 의미를 찾지 않으려 해도 쉽게 드러난다. 삐삐삐 뚜르르르... 전선을 타고 날아든 한 장의 팩스 용지는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담고 있는 소중한 편지였다. 

저 멀리 부산에서 장안중학교 교감을 맡고 있는 김응국(56)씨가 한 올 한 올 소중하게 다듬어 쓴 글을 받아보고 지난 4월4일 저녁 옥천역에서 그를 기다렸다. 마침 한식 때문에 고향을 방문하려 했던 그와 우연찮게 시간대가 맞았던 것이다.

밤 9시10분 그가 상기된 표정으로 부인과 함께 옥천역 대합실에 들어섰다.

“이렇게 마중도 나와주고 반갑습니다.”
“‘향수’라는 글 잘 읽어봤습니다. 고향이야기 좀 들어보려고요”

그는 대합실 한 켠에 앉아서 조곤조곤히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교동리에 홀로 산다는 어머니(김정희·76)에게서 전화가 쉴새없이 왔다. 아들이 몹시도 그리웠던 탓일게다. 전화를 받은 김응국씨도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지용 생가에서 우리 집이 한 100여미터 떨어졌을까요? 저도 지용선생이 노래한 것과 똑같이 실개천에서 놀고 그랬어요. 그래서 ‘향수’라는 시가 누구보다 맘에 와닿아요. 죽향초(50회)와 옥천중(13회)을 나오고, 대전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77년도 3월 즈음에 부산으로 내려왔어요. 거기서 기술선생님을 했죠. 이제 부산에서 생활한 지도 25년이나 되었네요. ‘부산옥천군민회’라는 향우회가 있어서 매달 첫째주 목요일에 30∼40여명쯤 모여요. 거기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 달래곤 하지요. 거기 가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옥천사람은 항상 예절바르고 사람을 공경할 줄 알아서 어디가나 사랑 받는 것 같아요. 옥천에 오면 죽향초 50회 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명철(조명철)이, 동이면장하는 양재(이양재)도 가끔 만나고 그렇습니다.” 

그에게서 고향은 타지에서도 항상 의지하고 버팀목이 돼 준 하나의 뿌리였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아직 살아 계시는 어머님이 지키고 계신 곳, 고향은 어머니였다. 그는 ‘향수’라는 제목의 글을 이렇게 맺고 있었다. 

“부산에 내려와 생활한 지도 어언 25년이 되었고 군대생활과 서울직장생활 5년까지 합하면 고향을 떠난지도 30년이 되었는가 보다. 엊그제 보따리를 싸들고 경부선 열차에 몸을 싣고 이 곳 부산에 온 것 같은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세월유수란 말도 허언이 아닌 것 같다. 아버지 작고하신 지도 벌써 5년, 지금도 어머니 혼자 대대손손 이어온 그 큰 집을 지키며 집떠난 아들의 모습을 떠올릴 것을 생각하면 가슴 한 곳이 아려온다. 언제 다시 뵐 날은...”

부산옥천군민회 모임 때 이 글귀를 같이 낭독을 했단다. 또, 자신의 담당이 아니지만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정지용의 시를 소개할 때는 어느 누구보다 자신있게 그리고 뿌듯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한 번 울리는 어머니의 전화벨 소리에 그를 더 이상 붙잡아 둘 수 없었다. 벌써 그의 마음은 어머니의 품으로, 그 고향의 실개천으로 한 달음 내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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