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지방자치 깊게 뿌리 내리길
풀뿌리 지방자치 깊게 뿌리 내리길
[내고향 옥천] 충남대 사회과학대 육동일 학장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4.04 00:00
  • 호수 6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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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읍 교동리 출신 충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육동일씨

흔쾌히 승낙을 얻고 만난 자리라 한바탕 고향 얘기를 풀어놓을 것으로 잔뜩 기대를 하고 갔지만, 한참을 망설였다.  “거의 태어나자마자 고향을 떠나서  제가 감히 얘기할 위치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얼마나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애틋하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거라 강조하자, 그제서야 말문을 연다.  “그럼 다 말하리다. 육영수 여사가 제 친고모에요. 육영수 생가복원 때문에 유봉열 군수도 만나고, 고향인 교동리에는 자주 가요. 어릴 때 기억이야 죽향초등학교에서 뛰놀던 기억하고, 저수지에서 여름에는 물놀이하고, 겨울에는 썰매 타고 그랬죠.”
 
현재 충남대 사회과학대 학과장을 맡고 있는 육동일(49·자치행정학과) 교수에게는 사실 고향 이야기에 덧붙여 전공이 전공인 만큼 풀뿌리 지방자치제에 대해 많이 듣고 싶었다. 육 교수도 고향의 풀뿌리 지방자치에 애틋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행정구역간 경계로 인해 그런지 자주 불러주지 않아서 오히려 섭섭하다고 했다.
 
‘옥천의 시민단체나 공무원들이 불러주면 열일 제쳐놓고 지방자치에 대한 강의를 하며 같이 생각해볼 기회가 많을 텐데’라고 아쉬워하면서 말이다. 그는 옥천의 지방자치에 대해 네 가지를 얘기했다.
 
“우선 군의 비전이 정립돼 있어야 해요. 군의 역사나 인근 도시와의 관계, 지리적인 여건 등을 검토해서 옥천만의 정체성을 수립하고 만들어 나가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시스템이 구축되어야겠죠. 그것이 두 번째입니다. 수직적인 권위적인 시스템을 탈피하고 횡적 평등한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생산적인 시스템으로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인근 도시와 수평 네트워크 체제를 갖추는 거에요. 인근 보은, 대전, 영동, 금산 등 행정구역을 과감히 넘어서 활발한 교류를 갖는 겁니다. ‘협캄와 ‘공생’입니다.

대전과의 관계에서도 흡수 통합된다는 두려움을 넘어서 당당히 옥천군으로 교류를 하는 겁니다. 시대는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을 탈피, 아래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풀뿌리 지방자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인접한 대전 동구의 기초자치단체와 협의할 것을 하고, 또 시광역단체와 협의할 것은 따로 하는 것입니다. 금산과도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상생할 수 있는 교류가 필요합니다. 자치라는 것은 ‘고립’이 아니라 정체성을 갖고 대화하며 성장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재 육성과 관리를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서울 중심적 사회에서 지역에 인재를 찾기란 그만큼 어렵습니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여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인재를 육성, 유치시키며, 또한, 지역 출신 인재들은 물론 타지역 인재들도 끌어들여 지역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자치단체에서 노력해야 합니다.”
 
여러 언론을 통해서도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해 역설하고, 충남지방자치학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육교수는 그의 전공인 지방자치에 대해서도 한참동안 얘기했다.
 
“자꾸 중앙집중 하는데, 작은 옥천군에서도 읍 인구가 절반을 차지하고 많은 시설이 읍에 편중돼 있고, 면은 여러모로 소외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방자치의 세 가지 요소가 아직 병행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지방자치는 서울집중적인 것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지역에 자치권을 부여하는 것도 있지만, 관에서 민으로, 상부조직에서 하부조직으로 권리가 점차적으로 이양돼야만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됩니다.

자율성과 권리를 주는 만큼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주민들의 자치의식 향상도 병행되어야 하고요. 지금 지방자치는 광역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이는 하나의 과정이고 단계입니다. 뉴욕만 해도 2000여 개의 도시가 뉴욕이란 테두리 안에 자생적으로 성장하고 있거든요. 흡수, 통합된 도시가 아니라 하나하나 살아있는 연대형 공동체가 지방자치의 핵심입니다.”
 
그는 고향 사람들과 많이 얘기하고 싶어했다.  “다른 어디보다 아무래도 고향에 관심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충북지역에서 불러주면 마다않고 찾아갑니다. 이번을 계기로 옥천의 지방자치에 대해서 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연락처 : diyook@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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