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초 "의혹 짙은 모금" 말썽
삼양초 "의혹 짙은 모금" 말썽
  • 이용원 yolee@okinews.com
  • 승인 1999.03.27 00:00
  • 호수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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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초등학교(교장 최재술)가 최근 실시한 모금운동이 말썽을 빚고있다.
학교측에 따르면 이번 모금은 작년 6월 버스 전복사고로 사망한 김 아무개(당시 11세)군의 부모를 위로하자는 안건으로, 17일 열린 어린이 학생회의에서 논의돼 1천원 이상씩의 성금을 모금하기로 결정, 18일부터 20일까지 모금을 실시했다는 것.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미 지난 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모금을 실시, 김군을 비롯한 부상자들에게 지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다되어 가는 사안에 대해 또다시 모금을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재학생 모금을 통해 학교측이 아직도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피해학생 부모와의 보상문제 합의를 원활하게 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낳고 있다.

최재술 교장에 따르면 "올해 처음 열린 어린이 회의에서 자발적으로 안건이 상정돼 김군의 사망 1주기를 맞아 가족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1천원 이상씩 모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은 "`김군 가족돕기'라는 주제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상정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학교측에서 느끼고 있는 도의적, 금전적 책임을 학부모에게 부담 지우려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심층취재>
작년 6월13일 모 언론사에서 주최한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청주로 가던 삼양초등학교 어린이 32명과 인솔교사 등이 빗길에 버스가 전복되면서 김모 군과 조모 양 등 2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사망한 조모양의 경우 이미 합의가 끝났으나 김 군의 경우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말썽을 빚고 있는 삼양초등학교의 모금은 지난해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김 군 가족을 돕기 위한 어린이들의 자발적인 모금 결의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

하지만 삼양초 어린이회의에서 결의되었던 김군 가족 돕기 모금의 단초는 9일 있었던 옥천군 교원연합회 대의원대회였다.

지난 9일 열렸던 옥천군 교원 연합회 대의원대회에서 96년 있었던 청산초등학교 실험실 사고로 정모 교사가 많은 배상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알려지게 되었고, 이를 돕자는 의견이 있었다는 것. 논의과정에서 삼양초등학교의 작년 교통사고로 인해 당시 교장이었던 김신창(이원초등학교) 교장이 피해보상금 일부를 지급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나와 모금을 끝낸 후 적당히 배분해 김 교장도 돕기로 논의가 되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하고 있다.

최재술 교장은 "어린이회의 자리에서 각 학급 임원들에게 교사들이 김군 가족을 돕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이후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김군 가족을 위로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펼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원연합회에서 논의된 김교장 돕기가 김군 가족돕기 모금으로 변형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1년이 다된 사건을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부분으로 교장의 발언이 아이들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며 "학교측에서 김군의 부모와 합의금 협상을 원활히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행시킨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또한 학부모들은 청주버스공제조합이 제시한 보상금 1억4천만원에 대한 유족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고 당시 교장이었던 김신창(이원초등학교) 교장이 유족에거 1천7백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펼쳐진 모금이어서 더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김신창 교장은 "삼양초등학교에서 모금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었고, 오해의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밝히고 아이들이 모금한 금액이, 절대로 지급되어야 할 보상금에 포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교측에서는 모금 과정에 강제성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부 학급의 경우 가져오지 않은 학생을 모두 교실 뒤로 나가게 한 뒤 가져 올 수 있는 사람만 들어와 앉으라고 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줘 '자발적인 모금이었다'는 학교측의 해명에 대한 설득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삼양초등학교 최재술 교장은 "이번 모금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논의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고, 전혀 다른 의도는 없으며, 가슴아픈 일을 겪은 주변의 이웃을 위로하기 위한 동료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는 측면에서 보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양초등학교에서 모금한 1백36만1천6백원은 지난 24일 김군의 할아버지에게 전달되었고, 김군의 할아버지는 고맙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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