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정말 죄송해요∼"
엄마! 정말 죄송해요∼"
고3 일기 [4]"
  • 옥천신문 webmaster@okinews.com
  • 승인 2003.03.28 00:00
  • 호수 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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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숙(옥천고3)
오래간만에 내방 책상에 앉아 펜을 들었다. 두 번째 고3일기인데도(내이름으로는) 아직은 이렇게 일기를 쓰는게 어색하기만 하다. 일기를 써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그런가 보다.
 
초등학교때 쓰던 일기는 하루중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일을 썼는데 지금은 하루의 반성부터 첫머리에 쓰게 된다. 오늘은 정확히 1주일 만에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저녁 식사를 했다. 평일, 늘 아침일찍 나가서 밤 12시가 넘어야 집에 들어오는 나 때문에 가족끼리 얼굴 보기도 힘든 날이 많았던것은 사실이다.

오늘 역시 일요일이었지만 아침부터 학교에 가서 자습을 하고 5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와 겨우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었다.  오래간만의 자리라 말도 많았을 터인데 오늘은 가족이란게 무색할 정도로 말이 없었다. 엄마가 먼저 내게 말을 건넸다.
 
"공부는 잘돼가?" 
그냥 물어본 말일뿐인데도 나는 "집에선 좀 쉬게 해줘∼"하고 짜증을 내고 말았다. 참으로 버릇없는 말이었다. 혼날 각오를 하고 고개를 숙였는데 피곤한 내모습 때문인지 엄마는 더이상 말을 이으시지 않으셨다. 밥을 먹고 일찍 잔다고 방으로 들어와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엄마 죄송해요.. 엄마 죄. 송. 해. 요∼"
마음 속으로만 내뱉는다. 밖에선 까불기도 잘하고 애교도 많은 내가 집에만 오면 왜이렇게 무뚝뚝해 지는지 모르겠다.
 
지난 주는 정말 힘든 한 주였다.  그동안 쌓인 피로에 뒤늦게 독감까지 걸린것이다. 자습은 물론 정상 수업조차 책상에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학생부 점수 때문에 조퇴도 하지 못하고 정규수업이 끝날때까지 양호실에서 앓아야만 했다.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든 나머지 난 친구들 앞에서 엉엉 울고 말았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지금 내가 이렇게 아파도 되는 건가 싶어서 말이다. 너무 속상했다. 나는 이틀동안 공부와는 멀어져 약에 취해 잠만 잤던거 같다. 그렇게 아프고 난 후 약 때문이었을까? 푹 쉬어서 일까? 약간은 가벼운 몸으로 학교에 갔다.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모두와서 괜찮냐며 물어봐 줬다.
 
어떤 친구는 편지에, 또 어떤 친구는 맛있는 것도 사주고, 다른 반 친구들까지 아프지 말라며 위로를 해주는 것이었다. 장난 섞인 말로 놀리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난 내 가방속의 약보다 더 강력한 약을 먹은거 같았다.  금새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난 더이상 아플수가 없었다. 아니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하루는 교무실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교장선생님을 뵈었다. 지난번 나의 `고3일기'를 보신 교장선생님께서 잘 읽어보았다는 말과 함께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해주신 적이 있었다. 너무 감사했다. 세상엔 내가 아는 것보다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난 그걸 잘 몰랐나 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들이 잠시라도 곁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면 맘이라도 항상 풍요로울텐데..' 라고 말이다. 이제 일기를 그만 써야 할거 같다. 왜냐하면 지금 나가서 엄마한테 사과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한 번 몇시까지가 될진 모르지만 엄마랑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를 해봐야겠다.  무슨 얘기일까? ∼∼그건 비밀!!

/김은숙 <옥천고 3〉eeeesss615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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