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과학대 `이전' 핵심주제로
충북과학대 `이전' 핵심주제로
올해 첫 미달사태, 캠퍼스 이전 최대 고민
  • 황민호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3.28 00:00
  • 호수 66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대학입시에서 첫 미달사태를 기록한 충북과학대학(학장 이진영)이 대학의 장기발전계획으로 캠퍼스 이전을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학교와 지역간 연계 및 유기적인 협조를 통한 발전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캠퍼스 이전과 지역협조체제 구축에 대해 충북과학대 이진영 학장이 도의회 교육사회위원회에서 청주에 있는 공무원교육원으로의 이전을 거론하며 지역의 무관심에 서운함을 표현한 반면 유봉열 군수는 캠퍼스 이전문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한 모습이어서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학교수들이 자체적으로 분석한 올해 입시분석에서 지원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충북과학대의 캠퍼스가 좁아 선택을 주저한 것으로 나타나 캠퍼스 이전 및 확대 문제가 앞으로 미달사태를 방지하는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또, 대학의 장기발전계획을 볼 때도 좁은 옛 고등학교(옥천공고) 자리에 머무는 것이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돼 캠퍼스 이전문제는 충북과학대 관계자들의 큰 바람으로 부각되고 있다.

캠퍼스 이전은 모두 동의
충북과학대학운영위원인 강구성 도의원은 “여러 차례 대학운영위원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볼 때, 모두들 대학캠퍼스 이전문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 동의한 상태지만, 도 재정과 주변 여건이 뒷받침해 주지 않아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라며 “하지만, 이는 옥천 지역의 하나뿐인 대학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과 대학발전을 동시에 이루려면 차일피일 미룰 문제가 아니라 시급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충북과학대 진경수 대외협력과장은 “대학 자체 내에서 지금 장기발전계획에 대한 몇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라며 “조만간 발표를 할 예정이고, 어떻게든 옥천 지역과 대학을 위해서도 올 해안에 캠퍼스 이전과 관련한 장기발전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진 과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 단순히 도 재정만으로 학교를 운영하기에는 힘들다”라며 “지자체가 대학을 지역경제와 문화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타지역으로 이전(?)
충북과학대 이진영 학장은 “지금 부지로는 도무지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라며 “나름대로 충북과학대가 옥천의 지역 경제에 어느 정도 일익을 담당하는데도, 지자체에서 너무 외면하는 것 같아 서운하다”라고 말했다.
 
이 학장은 아울러 “캠퍼스 이전문제와 기숙사 부지 문제 등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같이 모색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라며 “최악의 상황이지만, 학생이 미달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적자가 되면 대학이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학장은 도 교육사회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청주 공무원연수원과 맞바꾸는 문제를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봉열 군수는 “충북과학대학의 이번 미달사태는 전국적인 현상이고 도내로 볼 때는 세 번째 등록률이 높아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캠퍼스 이전문제를 지금 시점에서 거론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고, 앞으로 창업보육센터 등 인근 건물이 완성되면 상황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타지역 이전문제와 관련해서는 도에서 어떤 얘기도 오간 것이 없으며, 지역여론과 지역의 균형발전을 볼 때 생각도 할 수 없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운영위원인 도 김승기 기획관리실장도 “타지역 이전은 실제로 불가피하고 옮기더라도 옥천군 내에서 하는 것이 애초에 의도했던 남부지역의 균형발전의 취지에도 부합된다”라며 타지역 이전에 관한 얘기를 일축했다.
 
좁은 캠퍼스 지역경제 마이너스
충북과학대는 올해부터 무료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하는 버스는 모두 6대로, 청주로 5대가 운행하고 있고, 보은으로 한 대가 증차될 예정이다. 버스운행을 시작한 것도 결국은 대학서비스 차원에서 실시했지만, 이는 옥천 지역에 학생들을 끌어들이지 못해 지역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 충북과학대 학생들과 지역주민들과 동질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학관계자의 분석이다.
 
이는 대학부지가 협소해 기숙사를 지을 터 확보가 쉽지 않아 현재 이원면 신흥리의 공동주택을 임대해 쓰고 있는 형편으로, 많은 학생들이 기숙사 및 인근 지역에 자취나 하숙을 하기보다 통학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학하는 학생들은 청주, 청원 등 전체 학생수의 50%에 달해 수업이 끝난 후 학교와 주변에 머무는 학생 수는 절반이 못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한 대학관계자는 “학교 차 1대를 빼고 5대는 모두 임대한 것으로, 임대비용과 기름값만 해도 연간 1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라며 “캠퍼스 부지가 넓었으면 학생들의 기숙사를 가까운 곳에 지을 수 있어, 이동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할 수도 있고 학생들이 지역에 머물면서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주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은 시큰둥
지역주민들은 충북과학대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외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옥천읍 신기리에서 꽃집을 하는 박아무(50)씨는 “대학이 들어와서 사실 눈에 띄게 장사가 잘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라며 “오히려 옥천공고 있을 때가 장사가 더 잘 됐다”라고 말했다.
 
충북과학대 인근에서 분식집을 하는 한 주부도 “학생들이 통학을 많이 해서 실제 지역에 나오는 학생들은 얼마 안되는 것으로 안다”라며 “대학이 들어와서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을 피부로 못 느낀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학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겠지만, 대학이 떠난다고 해도 그리 걱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학관계자는 “실제로 통학하는 학생수가 많아 지역 인근 상가에서 피부로 느끼기에는 힘들겠지만, 대학에 필요한 물품도 되도록 지역에서 구입하고, 학생들도 가까운 곳에서 많이 써 아무래도 지역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라며 “일례로 창업보육센터에 들어온 미드미의 경우도 청산면에서 매년 1천여만원의 인삼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등 보이진 않지만, 충북과학대가 지역경제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학대가 지역경제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대학이 얼마나 지역과 밀착하고 연계하려고 노력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지역주민들의 지지를 받아 캠퍼스를 이전하려면 대학이 지역주민들을 위해 무얼 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는 충북과학대가 단순히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정서적인 측면에서 지역주민들과 어우러지려고 노력했는가를 묻고 있는 질문이다”라고 말했다.

지역 내에 구체적인 이전 고민
강구성 도의원은 구체적으로 현 과학대 부지를 매각하고 땅값이 싼 지역으로 이전해 새로운 도심을 형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강 의원은 “예를 들면 30만평을 구입해, 20만평은 대학부지로 활용하고, 나머지 10만평은 대학 인근 상가로 분양하는 등의 수입을 거둬들이면 지금 여건상으로라도 가능한 일이다”라며 “조폐창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군북면 이백리, 증약 부근의 넓은 부지도 후보지”라며 구체적인 지역을 제시하기도 했다.
 
진경수 대외협력과장도 “현재 충북과학대 전체 학생 수는 1천여명에 불과하지만, 장기발전계획으로 4년제를 검토하고 종합대학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가정할 때, 옥천읍에서 벗어나 대학을 중심으로 새로 도시계획을 짜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이근성 대학운영위원은 “지역 내에서 어떻게든 대학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며 “동이면 세산이나 군북면 증약 등지의 넓은 땅을 활용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지역과 대안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캠퍼스 이전에 대한 문제는 대학관계자들과 운영위원들 사이에서는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뚜렷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고, 그것이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주민들이 같이 공감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충북과학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들과 소통이 부족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충북과학대가 지지부진하게 지역의 천덕꾸러기 대학으로 남지 않고, 지역의 하나뿐인 대학으로 지역문화와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학관계자와 지방자치단체가 같이 협의하고 지역주민들과의 활발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