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대한 애정 노래에 담아냅니다"
"고향에 대한 애정 노래에 담아냅니다"
[내고향 옥천] 대전에서 노래교실 운영하는 가수 나진아씨
  • 황민호 기자 minho@okinews.com
  • 승인 2003.03.21 00:00
  • 호수 6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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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천읍 장야리 출신 나진아씨.

그의 노래인생은 기막혔다. 초등학교  때는 음치로 따돌림을 당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유봉열 군수가 근무하던 농촌지도소에서 3년 동안 근무했을 때, 그는 숙직을 할 때마다 노래 책을 폈다고 했다. 이웃에 사는 주민들은 관공서에서 무슨 유행가가 흘러 나오냐고 여러 번 항의를 했고, 또 못 부르는 노랫소리가 듣기 싫었는지 찾아와서 질책도 많이 했단다.

그런 서러움 속에도 그는 노래를 계속했다. 어릴 적 노래로 인한 수모를 그는 무시하거나 기억에서 지워버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극복하기로 했던 모양이다. 그것은 그와 애증관계에 있는 노래와 길고 긴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는 짝퉁 가수다. ‘나진아’라는 그의 예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훈아 노래와 그 창법에 매료돼 나훈아 노래로만 취입을 한 음반이 여섯 개, 지금은 ‘나훈아 노래를 사랑하는 모임(일명 나사모; http://rok.co.kr)’의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나훈아의 다양한 창법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그는 연신 가수 나훈아의 위대함을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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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아 2집 - 남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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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아 2집 - 사랑의 미로


자꾸 주위에서 이제 너만의 목소리로 곡을 만들어야 되지 않느냐며 부추기지만, 그는 ‘아직’이라고 했다. 대가수 나훈아에 대한 애정과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았다고 했다. 조만간 내는 7집 음반에는 인기곡 속에 묻혀버린 나훈아의 언저리 노래들을 재 발굴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동네방네 이름난 가수다. 대전 용운동과 가양동에 노래교실을 차려놓고 매일 오전, 오후 정신 없이 뛰어다니며 노래지도를 한다. 그가 가르치고 있는 제자만 해도 400여명, 수요일에는 논산 사회복지회관에 가서 노래강의를 하기도 하는 바쁘고 인기좋은 노래 강사다. 

그의 첫 데뷔 무대는 사실 76년 옥천문화원이 주최한 노래자랑대회였다. 보기좋게 낙방을 하고 노래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심기 일전하여 80년 12월 대전시민회관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작곡가 박현호씨의 지도를 받으며 노래를 취입했고, 20여년 동안 밤무대 가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지금은 어엿한 노래강사다. 직접 하는 것보다 가르치는 것이 몇 배는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 속에서 노래의 흥겨움과 희망을 전파하는 일이 너무나 즐겁다고 했다. 

그의 눈빛은 살아 움직였다. 47세의 나이라는 것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그는 노래에서 세월을 초월한 무언가를 느끼고 있는 듯 했다. 희끗희끗한 염소수염과 꼬불꼬불한 곱슬머리, 뚫어질 정도로 깊은 눈빛이 나훈아의 그것과 많이 닮았지만, 독특한 그만의 매력도 묻어나왔다. 바쁜 일정에도 늘 곡에 대한 연구와 배움에 대한 열의로 느긋함을 즐길 여유가 없단다. 차안에서 PDA로 MP3를 다운받아 듣고, 곡 구상을 하며, 요즘은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헤어디자이너 공부도 하고 있단다. 또, 아침마다 헬스클럽에 가서 건강을 가꾸는 일도 잊지 않는다. 

그의 실제 이름은 `이동세'다. 옥천읍 장야리 출신, 삼양초와 옥천중학교를 나온 옥천 토박이다. 옥천읍 마암리 드림마트 앞 열린 대문집에 어머니 전월순(68)씨가 살고, 노래는 아니지만 외모는 나훈아를 꼭 빼닮은 큰 형 이충세(50)씨는 군 건설과 수로원으로 근무하고, 막내 동생 이득세(31)씨는 금성공업사에서 일한단다. 6형제 중 둘째지만, 지금은 5형제다.

바로 밑의 동생이 12년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동생에게 권했던 ‘내고향 남촌’이라는 노래는 아직도 동생 생각이 나 제대로 부르지 못한단다. 그는 당시 장야리에 살던 부인과 함께 양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로 줄행랑을 친 로맨스 전력도 갖고 있다. 그는 어머니를 잘 보살펴 주는 옆집 오황탁씨에게 고마움을 표시했고, 동이면의 박종권씨는 자신을 뒤에서 후원해주는 한결같은 친구라고 고마워했다. 

그는 영락없는 고향 사람이다. 외지에 올라갈 때도 옥천의 증약막걸리를 사가서 우리 고향 술이라 자랑을 한단다. 공연장마다 ‘향수’라는 노래를 꼭 부르고, 노년에는 통기타치고 놀았던 이원면 원동리에 가서 자리를 잡고 싶단다. 서울로 같이 올라가자는 제안을 여러차례 받기도 했지만, 그는 지역에서도 자신의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오는 23일 대전 동구 전국노래자랑에 제자들을 출전시켜야 하고, 다음주에는 고향선배인 홍기엽씨의 진달래 농장에서 나사모 회원들과 모임을 갖기로 했다. 얼마 전 열린 이원묘목축제에도 그의 고향무대에 서고 싶은 그의 간절함으로 우여곡절 끝에 서게 됐다. 얼마든지, 언제든지 불러달라고 했다. 열 일 제쳐두고 고향으로 바로 달려가겠다고.

나진아씨 연락처 : y820@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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