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수영장 건립추진위원회 출범이 갖는 의미와 오해
[기자의 눈] 수영장 건립추진위원회 출범이 갖는 의미와 오해
  • 이용원 기자 yolee@okinews.com
  • 승인 2003.03.21 00:00
  • 호수 6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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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출범했다. 모임의 이름부터 조직 이유까지 그 중심에는 `수영장'이 있지만 추진위 구성이 갖는 의미는 좀더 크게 생각해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군의 정책 추진방향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구성된 최초의 단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문제를 제기하며 조례개정과 연수비 일부 반납이라는 성과를 거둬낸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의 사례도 있었다. 또 사안에 따라서는 필요에 의해 지역 내 산재한나름대로의 목표를 갖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공동대응을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관심 있는 주민들 누구에게나 참여의 기회가 열려있고 단체연대의 틀을 뛰어 넘었다는 데서,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삶과 밀착되어 있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례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이처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시민단체의 필요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출범을 위한 모임에서도 `시민단체의 필요성'은 다시 한 번 토론되었고, 이후 `수영장건립추진위원회'의 지향점을 `시민단체'에 두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동의를 표했다.

섣부를 수도 있지만 최소한 이번`수영장건립추진위원회'가 지역의 `시민단체 탄생'에 작은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해본다. 한 가지 더, 최근 수영장 문제와 관련해 주민 혹은 단체의 움직임을 놓고 일부에서는 `이미 공사가 시작된 사업에 대한 때늦은 행동'이라는 평가와 `수영장 건립 반대 의견이 무시되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지적처럼 공사가 시작되기 전, 미리 움직였더라면 좀더 좋았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그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사업비 100억원 규모의 공사를 하면서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었고 수영장 건립을 얘기했다가 그를 철회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책임은 군에 있다.

또 현재 `수영장건립추진위원회'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삼고 있는 부분은 바로 `군의 행정 중심에 주민이 없었다'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관행처럼 계속되었던 군의 사업 추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이라면 시기가 늦어졌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미 공사가진행중인데….'라는 논리 역시 적절하지 않다. 100억원을 들여 건립하는 체육센터에 문제가 있는 것이 드러난다면 혹은 주민 대다수의 이익에 반한다면 중단을 하고서라도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수영장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묻힐 우려가 있다'는 지적 역시 마찬가지다. 군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영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처럼 `수영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수렴된 적은 없다. 이번 건립추진위원회의 출범이 `수영장 문제'를 공론화 시켜 주민들의 의견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군의 사업추진 전반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도 많은 대형사업들이 추진, 혹은 계획되고 있다. 농산물집산단지, 문예회관, 중봉기념관, 공설운동장 이전·확장 등. 이런 대형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체육센터건립에서 경험한 오류가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군의 행정을 모니터 할 수 있는 건강한 시민단체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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